세상구경 보그라.......

[겨울아이]

'곰탕'과 설렁탕'



'곰탕'은 '곰국'이라고도 한다. 해방 전까지는 곰국으로 불리우다가, 점차 곰탕이란 말이 나와서 요즘은 곰국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곰탕은 소고기의 사태· 꼬리· 허파· 양· 곱창 따위를 덩어리째 삶아서 대략 익게 되면 무· 파를 넣고 다시 삶는다. 건더기가 푹 익으면 고기와 무는 꺼내어 잘게 썰어 놓는다. 펄펄 끓는 국물은 따로 담아놓고 밥을 만 다음 후추와 파를 넣어 먹는 장국밥이다.

곰탕과 설렁탕은 소의 잡고기와 내장을 푹 끓여내어 소금으로 간을 맞추




는 등 두 음식을 따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설렁탕은 본래 곰탕에 비하여 고기보다는 잔뼈를 많이 넣고 끓이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골수(骨髓)가 흘러 나와 국물이 한결 뽀얗다.

그렇지만 요즘 음식점에 나오는 곰탕과 설렁탕은 재료나 맛에 차이가 거의 없어서 두 음식을 같이 내놓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설렁탕은 대충 '설렁설렁' 끓여내는 것이고 곰탕은 설렁탕보다 오래 푹 '고아'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곰탕 국물이 설렁탕 국물보다 오히려 진하고 뽀얀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곰탕집에서는 곰탕이란 말 대신 '진땀'나도록 오래 푹 고아 육수가 '진액'으로 '진득진득'하여 '진짜' '진한' '진국'임을 강조하려고 '진곰탕'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곰탕은 소고기의 특정 부위만을 써서 '꼬리곰탕'이나 '소머리곰탕' '도가니(곰)탕'을 만들기도 하는데, '갈비탕· 족탕· 우랑탕· 양탕'도 결국 소고기의 부위만을 달리 한 곰탕의 일종인 셈이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최근 발표한 <그 남자네 집>에서 휴전 직후 신혼 초기에 집에서 만들어 먹던 곰국에 대하여 이렇게 기술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복중에 아들의 기력이 떨어질세라 시어머니는 며칠에 한번은 곰국을 끓이고 싶어했다. - 중략- 업진이나 양지머리 살에다 양과 곱창을 함께 넣고 끓이는 건 친정과 같았지만 손질하는 법이 달라서 끓여놓은 모양도 달라보였다.

양지머리 살을은 물에 담가 핏기를 빼고 곱창은 세심하게 겉에 엉겨붙은 뭉클뭉클한 기름덩어리와 안에 있는 소똥 냄새나는 것들은 제거하고 양도 안에서 한 꺼풀을 벗겨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겉에 돋은 검정 털을 칼로 득득 긁으면 털이 보얗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세 가지를 함께 넣고 고기가 부드러워지면서 보얀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고고 나서 통째로 곤 그것들을 꺼내 먹기 좋게 썰어서 조선간장과 파 마늘로 양념을 해 따로 놓고 국을 뜰 때마다 그걸 한 웅큼씩 집어넣어서 내놓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깨끗한 곰국이었다.



'곰탕'이란 말의 유래



'곰탕'이란 말은 어떻게 나온 말일까? 1940년에 나온 손정규의 《조선요리》에는 곰국을 탕즙(湯汁)이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1800년 대 말엽의 《시의전서》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고음(膏飮)은 소의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떼기· 꼬리· 양· 곤자소니와 전복· 해삼을 큰 솥에 물을 많이 붓고 약한 불로 푹 고아야 맛이 진하고 국물이 뽀얗다."

이 '고음(膏飮)'이 지금의 '곰탕'인데, '고음'과 '곰탕'의 '곰'이란 말뜻에 관하여 살펴보자. 우리 국어사전에서는「고기나 생선을 푹 삶은 국」을 '곰'이라 하고, '고다'는 「ⓛ뭉그러지도록 푹 삶다. ②진액만 남도록 푹 끓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우리말 '고다'의 어근 '고'는 한자어 '膏'(기름 고, 기름질 고)에서 왔고, '고음(膏飮)'이 한 마디로 줄어서 '곰'이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곰'은 「오다⇒옴」,「가다⇒감」처럼 '고다'의 이름씨로 쓰이면서 여기에 '국'이 덧붙어서 '곰⇒곰국⇒곰탕'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고음'과 상대적인 우리 음식이 바로 '미음'이다. 고기를 조금 맑은 물에 넣고 오래 끓이면 '고음⇒곰⇒곰국'이 되고, 고기대신 쌀을 조금 넣고 푹 끓여서 체에 받히면 '쌀국'인 '미음(米飮)'이 된다. '고음⇒곰' 처럼 미음을 '밈'이라고도 하며, 1795년에 나온 궁중요리서인 《원재을묘정리의궤》에서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일상 음식으로 미음(米飮)· 정과(正果)와 더불어 고음(膏飮)을 들고 있다.



'곰탕'의 '공탕' 어원설에 대하여



중국의 동북부나 서북부 지방에서는 양고기를 구이로 잘 이용하지만 몽골 사람들은 본래 고기를 불에 직접 굽지 않고 뼈째로 맹물에 끓여 삶아 먹었다고 한다. 유목민들이라 고기는 흔하지만 땔감이 부족해서 불을 덜 쓰는 요리법이 발달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고기 삶은 물을 몽골에서는 슐루'라 하고, 중국에서는 '空湯(콩탕)'이라 하는 데, 이것이 우리말화 하는 과정에서 '슐루'는 '설렁탕'으로 변하고, '콩탕'은 '곰탕'으로 바뀐 것이라는 주장이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왔다. 이러한 '곰탕'의 '空湯' 어원설에 대하여 필자의 반론을 여기에 밝히고자 한다.

우리 어감(語感)으로 '공탕(空湯)'은 건더기가 거의 없는 국을 뜻하는 '맹탕'과 비슷한 말이다. 또우리말에서 '공탕'은 공연한 헛수고를 뜻하는 '허탕(虛湯)'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하며, '맹탕'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얼간이, 즉 '바보·맹추'라는 뜻을 갖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기가 흔해서 육식을 밥 먹듯하는 유목민족에게는 고기를 삶고 남은 고기국물은 '맹탕'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空湯'이란 표현이 그들의 정서에 잘 어울리겠지만 고기가 귀해서 고기를 푹 우려낸 국물마져 고기처럼 여기고 감지덕지하였을 우리 조상들이 고량진미(膏梁珍味)인 고마운 고깃국에 '맹탕'이나 '허탕'과 같은 의미의 '空湯'이란 말을 차용하여 '곰탕'이란 이름을 붙였을 리 없다.

우리가 흔히 '육수(肉水)'라고 하는 말을 일본에서는 '다시'라 하고, 중국에서는 '고탕(膏湯)' 이라고 한다. 따라서 '곰탕'의 '곰'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라, 농경민족으로서 소의 살코기는 물론 고기를 우려낸 국물까지도 기름진[膏] 음식[飮]으로 여겼던 '膏飮'에서 비롯된 '고음⇒곰⇒곰국⇒곰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곰국'과 '고깃국'의 관계



앞서 언급했듯이 '곰'은 고기나 생선을 푹 삶은 국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중국이나 서양과 달리 짐승의 고기(肉:meat)나 생선인 물고기(魚:fish)j도 모두 '고기'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고기나 생선을 푹 삶은 국, 즉 '곰국'은 '고깃국'이란 뜻을 갖는다. 이로 미루어 우리말의 '고기' 도 '기름기'가 많다는 뜻의 '고기(膏氣)'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 고기를 불에 '구우면'[灸:구울 구] '구수한' 냄새가 나고, 푹 '고으면' 그 국물[肉水]도 고기처럼 '고소(膏素?)'한 맛이 난다. 그리고 '곰곰히'라는 우리말 뜻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고기를 끓는 물에 넣고 푹 고아야 '곰'이 되듯 여러 모로 깊히 생각해 보는 것이며[고다⇒곰⇒곰곰히], '꼼꼼히'라는 말뜻을 곰꼼히 들여다 보면 실오라기와 오라기 사이가 빈틈없이 치밀하게 꼬거나 그렇게 꼬여 있는 것을 낱낱이 주의깊게 살펴보듯 섬세하고 차분한 성격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임을 발견할 수 있다[꼬다⇒꼼⇒꼼꼼히].

고기가 귀하던 농경민족은 큰 명절을 맞이하면 웃어른에 대한 고마움을 선물에 담아 표시했다. 이때 최고의 선물로 여기던 것이 소고기여서 한자어의 '膳物'은 '기름진 고기(月)로 선(善)을 베풀고[月+善=膳], 이러한 선물은 소(牛)의 고기가 물론(勿) 제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牛+勿=物].



'곰탕'과 육탕질'



다음은 월탄(月灘) 박종화(朴鍾和)님이 곰탕(곰국)에 관해 쓴 수필의 일부분이다.

"곰국은 창자를 위주로 해서 삶는 까닭에 텁텁하고 기름지고 탁해서 마치 육초(肉燭) 비슷한 감이 난다. 곰탕집에서 밤이 새도록 진하게 끓인 곰탕을 뚝배기 위에다 뼈다귀 하나씩 척 걸치고 담아주니 풍아스런 운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지난날에는 서울 종로의 고급 음식점도 곰탕집이 고작이었고, 대개 문간에 둥그런 사등롱(紗燈籠)과 울긋불긋한 종이쪽을 나풀거리도록 길게 달아놓는 것으로 곰탕집임을 표시했다.

곰탕은 '고깃국'이므로 '육탕(肉湯)'이라고도 하는데, 남녀가 오직 도색에만 심취하는 육체의 향연을 '육탕질'이라고 한다. 지난 시절 종로 바닥의 부상(富商)들은 낮에는 장사에 몰두하다가도 날이 어두워지면 기생방에 찾아들어 '진탕만탕(-宕-宕)' 육탕질을 하고는 근처의 음식점에 가서 '진탕만탕(眞湯滿湯)'의 곰탕을 먹으며 원기를 보충했다고 한다.

[amos]

아자씨! 고생했어~ ㅎㅎㅎ

[럭셔리한그녀]

훌륭해~ 글쿤,,

[들꽃향기]

결아이 고생 만땅했다. ㅎㅎㅎ

[아프락사스]

그랫었군 ,, 오늘 점심 메뉴는 진곰탕이다.

[옹달샘]

아!!!!! 고생 많이 했겠다 읽는데도 오래 걸린것을 보면......

[세상구경]

에고 결아이야 이제 확인했다..미안타.어제 너말 듣고 아침부터 확인하느라...속풀이 또하러 거기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