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후원 업고 통영축구 자부심 세운다 |
[스포츠기획]통영고 축구부 |
임명진 기자 사진=오태인 기자 |
어느새 입춘(4일)이 코앞이다. 아직은 선뜻 바깥나들이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쌀쌀한 날씨. 통영의 한 인조잔디구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통영고등학교 축구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2001년 창단된 통영고등학교 축구부는 엄밀히 말하면 재 창단된 팀이라고 해야 맞다. 통영고등학교 축구부는 해방직후인 1946년에 창단해 그 역사와 전통만으로도 전국 어느 팀과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관록을 자랑하는 명문팀이다. 그런 통영고등학교 축구부가 선수난과 재정난으로 해체 된 지 수십여 년 만에 다시 일어서고 있다. 재창단 9년 만에 2009전국 고등부 축구 왕중왕전에서 16강에 진출하는 기대 밖의 성과를 올리며 명가재건에 힘찬 일보를 내딛었다. 통영축구의 부활을 책임지고 있는 통영고등학교 축구부를 만나봤다. ◇추위마저 녹이는 뜨거운 훈련열기 오후 3시 무렵, 약속된 시간에 훈련장인 통영중학교 인조잔디구장에 들어서자 훈련에 열중하다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부원들과 마주쳤다.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는 게 눈에 띈다. 어느덧 창단 9년째다. 강일주 감독은 지난 2008년 7월부터 팀을 맡고 있다. 전임 장수룡 감독이 도민체전 우승 등으로 기반을 다져놓았다면 이어 지휘봉을 잡은 강일주(50) 감독은 전국 고등부 왕중왕전에서 전국 강호를 연파, 16강까지 팀을 진출시키며 한 단계 도약시켜놓았다. 특히 무명에 가까웠던 김정재를 영입해 대형공격수로 길러냈다. 김정재는 지난 해 전국 고등부 축구 남부리그에서 17골을 득점하며 득점랭킹 2위에 올랐다. 키가 190㎝에 달해 높이를 이용한 제공권이 탁월한데다 신체 밸런스가 좋다. 당초 수비수였지만 재능을 눈여겨본 강 감독이 과감히 공격수로 전환, 숨겨진 재능이 빛을 보게 됐다. 통영고는 대한축구협회에서 학원축구의 기능개선방안으로 첫 도입해 시행한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에서 4위를 차지했다. 남부리그에 속한 통영고는 경남(6개팀), 전남(3), 광주(1)지역 축구강호들과 1년 동안 장기레이스를 펼치며 숨 막히는 각축전을 벌였다. 그 결과 4위(승점31, 득41·실25)라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김정재가 부상으로 후반기에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빈약한 선수자원으로 기대이상의 성과이다.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이 좋은 김정재와 당시 2학년이던 심진의가 투톱이다. 두 선수는 킥 엔드 러쉬를 적절히 활용하며 순간 역습을 이용한 공격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작년에는 공격수의 신체조건을 이용한 전술이 효과를 거뒀습니다. 김정재가 졸업했으니 올해 심진의(7골)를 이용한 속공 플레이로 전술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심진의는 김정재와 달리 키가 172㎝정도에 불과하지만 순발력이 탁월한데다 골 결정력이 좋아 기대를 걸어 볼만하다는 게 강 감독의 설명이다. ◇“똑똑해야 축구도 잘한다” 통영고 축구부는 남다른 무언가가 또 있다. 축구실력 못지않게 학업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일선 지도자들은 이 말에 공감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러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조원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막상 영국에 가니 영어가 안돼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요(웃음). 지금 우리 아이들이 장차 외국에 나가지 말란 법 없잖습니까. 그래서 매주 월, 수요일마다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 별도로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한 자라도 더 배우는 게 선수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통영고의 훈련시간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학기 중에는 수업이 다 파한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훈련을 한다. 대신 오전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6시부터 7시20분까지 오전훈련을 실시한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먼저 구하듯이, 오전에는 체력위주, 오후에는 전술훈련과 패스위주의 집중훈련을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훈련시간도 충분하면 좋죠. 하지만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한 거라고 봅니다.”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전적으로 지도자의 몫이다. 그래서 강 감독 본인도 매일같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일과가 끝나면 숙소로 곧잘 돌아가 컴퓨터를 붙잡고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게 그의 일과다. ◇통영축구의 부활 통영고 축구부에 대한 지역의 관심은 상당하다. 학교뿐만 아니라 후원회까지 만들어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관심은 숙소부터 재정지원, 최근에는 학교 잔디구장, 노후화된 학교버스의 교체 검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향 통영으로 귀향한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마다 모교인 통영고 경기를 직접 찾아 관람하며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59년 통영고에 입학했지만 축구부의 해체로 오갈 데가 없어져 부득이 부산 동래고로 전학을 가 축구선수를 해야만 했던 김호 감독은 지난 해 5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런 지역의 지대한 관심을 선수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승리를 향한 열정도 남달라 보였다. 주장 염재혁(3·MF)은 “다른 팀에 비해 우리 팀의 개인기량이 좋거나 그렇진 않아요. 그래서 남들보다 한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요. 그렇게 다들 전술적으로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니깐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파브레가스(스페인 축구선수)를 꿈꾸는 염재혁은 올 해 꿈은 주장답게 철저히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제 포지션이 미드필더에요. 동료들에게 골 넣을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겁니다. 작년에 골을 못 넣었는데 기왕이면 멋진 결승골도 터트리고 싶고요(웃음)” 올 해 통영고의 공격을 책임질 심진의(3·FW)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작년에는 정재형이 타켓이어서 제가 부담이 덜 했는데, 올 해는 견제가 심할 것 같아요. 작년에 7골을 넣었는데 올 해는 득점왕이 목표에요. 왕중왕전 16강전에서 아쉽게 졌는데 올 해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어요.” 이런 제자들을 지켜보는 강 감독의 표정은 흐뭇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3박자가 조화를 이루며 굴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희 교장선생님께서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세요. 여기다 동문회, 후원회가 통영고처럼 활성화된 곳도 찾기 힘듭니다. 이런 관심을 받고 있으니 아이들도 힘을 낼 수밖에요.” 그렇다고 어려운 점이 없는 게 아니다. 보다 좋은 선수를 뽑고 싶은 지도자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두룡초, 통영중, 통영고로 연계가 이뤄지고 있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자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선수를 영입하는 게 가장 큰 난제죠.” 통영뿐만 아니라 도내에서 눈여겨 본 선수가 있어도 타 시도 지역으로 빠져나가버려 그런 점이 많이 아쉽고 부족한 점이라는 게 강 감독의 솔직한 속내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고 했다. 선수영입에 어려움은 겪는 것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통영처럼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고, 거기다 단기간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기도 힘들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10년은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앞으로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죠.” 강 감독은 통영고가 통영축구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부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나갈 거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통은 그냥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듯이 통영고의 축구 전통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러나 한결같이 팀을 위한, 지역축구의 자부심을 세우겠다고 말하는 감독과 부원들의 눈에서 통영고 축구부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호, 고재욱, 김호곤, 김종부, 김도훈 등 출중한 축구인을 배출한 통영축구가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기둥이 될 축구선수를 배출한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사진설명(맨 위 사진)=통영고 축구부와 코칭스태프가 올해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Write : 2010-02-03 09:00:00 | Update : 2010-02-03 09: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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