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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04-10-27 15:31:00
2004년 11월 호
세속에서 道 탐구하는 ‘의사 居士’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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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학 불학 도학 역사 문화 등 각 분야의 책들을 수집했다. 대략 5만권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율사(律師)로 유명한 묵담(默潭)스님. 율사는 계율을 중시해 이를 제대로 지키면 수행은 저절로 된다고 본다. 묵담은 특히 승려들을 대할 때와 재가신도를 대할 때가 하늘과 땅처럼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승려에게는 그야말로 호랑이처럼 엄격해 조금만 실수해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네놈이 중이냐”고 호령하곤 했지만 재가신도를 대할 때는 자애로운 할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
어느 날 월담을 만났을 때 묵담은 부인이 옆에 있는 데도 단도직입적으로 “자네 출가하소. 내가 2년 안에 견성오도(見性悟道) 시켜줌세. 내가 보증하네, 만약 지금 당장 출가를 못할 것 같으면 말년에라도 출가해서 그 상태로 세상을 떠야 하네”라고 말했다. 묵담은 1주일 동안의 엄격한 계율엄수를 겪어야만 보살계를 줬다. 월담 역시 보살계를 받을 때 1주일 동안 병원 문을 닫고 전주 완산동 관음선원에서 용맹정진했다. 그런 후에야 묵담은 당신이 입고 있던 가사장삼, 염주, 불자를 그 자리에서 벗어 그에게 넘겨줬다.
주로 변산의 내소사(來蘇寺)에서 머물렀던 해안(海眼·1901∼74)스님. 1917년 장성 백양사에서 스승인 백학명(白鶴鳴·1867∼1929) 선사로부터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뚫어라’는 화두를 받고 일주일 동안 불철주야 정진했다. 1970년대에 전국적으로 알려진 해안을 추종하는 제자들의 모임 전등회(傳燈會)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주에서 남양당 한약방을 운영하는 청산거사도 그중 한 명이다.
해안은 대선사의 위의(威儀)를 갖췄지만 대인 접촉 방법은 아주 따뜻했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대하던 방법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시에도 능해 자신의 감정을 곧잘 한시로 표현했다. 월담에게 동산(冬山)이라는 호를 내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명봉(明峰)스님, 월산(月山)스님, 성철스님, 청화(淸華)스님 등과 함께 한 기억들도 그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행의 토대는 자비심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선 마음과 육체가 건강해야 한다. 최적의 컨디션에서 최상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려면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 몸을 여는 열쇠는 마음에 있고, 마음을 여는 열쇠는 몸에 있다. 육체를 다루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몸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식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체 그 자체는 요술방망이와 같다. 몸을 먼저 닦는 것이 그만큼 소중하다. 몸이 아프면 수도를 못한다. 그렇다고 몸에만 집착하면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모두 닦는 것이 바로 성명쌍수(性命雙修)다.”
-수행에 들어가는 기본 조건이나 수행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본은 마음이 선해야 한다. 선하다는 건 자비심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부과정에서는 필요없지만, 초창기의 토대는 자비심이다. 자비심이 충만하면 이것이 깨달음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자비심을 보충하기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 그 다음 정공부(靜工夫)에 들어가는데, 최소한 4∼5시간 좌선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고관절이 열리면 다리가 저리지 않기 때문에 처음 2시간을 넘기면 4∼5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다. 2시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고통이 온다. 이 고통을 참을 수 있어야 수도도 할 수 있다.
고관절이 풀리면 허리를 단련해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가 굽는다. 그래서 척추를 받치는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척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뒤로 굽히는 후굴과 전후·좌우 회전 운동을 한다. 음식은 소식한다. 사상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육식은 되도록 피한다. 수도를 하는 장소, 즉 토굴터로는 전쟁터, 물가, 중음신이 많은 곳, 고압선이 지나는 곳, 사람들이 집합하는 곳, 수맥이 흐르는 곳, 습기가 많은 곳, 나무가 우거져 있어 햇볕이 들지 않는 곳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월담은 초보자들이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태극권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교의 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도장정화(道藏精華)’에서 108가지 동작을 눈여겨보았다. 동작의 연원은 중국 무당산(武當山)의 장삼봉(張三?) 진인에게서 비롯됐는데, 공격적 운동법이 아니라 방어수단이다. 수도인이 내공을 증강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국의 살풀이춤처럼 아주 유연하다. 환자들에게도 시켜보니 호흡기가 강화되어 감기가 없어지고 내장을 뜨겁게 해주었다.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 수영보다도 효과가 있다. 심장의 조급한 맥이 느린 맥으로 돌아와서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또 하체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을 많이 소비해 당뇨병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그는 병원 지하실에 태극권 연습실을 마련해놓고 틈틈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지도하기도 한다. 그는 불교 경전에 해박한 거사이면서 도교의 태극권에도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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