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000270)15:10:02
이처럼 2.4 GDi의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는 왜일까. 동급사양의 2.0보다 최대 240만원 비싼 가격, 높은 배기량으로 인한 세금부담 외에도 이 차에 탑재된 신형 가솔린 직분사 엔진(GDi)의 인식이 저조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최신형 엔진을 탑재한 2.4 GDi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두 차종을 번갈아 시승하며 장단점과 동력성능, 승차감 등을 정밀하게 비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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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K5의 주행 모습.
◆외관 별 차이 없어…2.4 GDi가 더 무거운 이유는?
2.0과 2.4 GDi의 외관은 큰 차이가 없다. 2.0은 차량 뒷부분의 배기구가 1개지만, 2.4 GDi는 고성능을 나타내듯 듀얼(dual) 머플러를 장착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타이어 크기는 2.0이 사양에 따라 16~17인치급을 사용하는 반면, 2.4 GDi는 17인치급이 기본이다.
무게는 2.4 GDi가 1470kg으로, 2.0(1415kg·자동변속기 기준)보다 55kg 무겁다. 엔진의 무게차이 외에도,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부품인 밸런스샤프트모듈(BSM)이 2.0에는 생략된 반면, 2.4 GDi에는 달려있기 때문이다. BSM의 무게가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출력이 약 4마력 정도가 줄어드는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BSM을 달지 않으면 연비도 소폭 나아지지만, 진동과 소음이 커지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2.4 GDi는 400cc 높은 배기량에 무거운 BSM을 달고도 연비는 L(리터)당 13.0km를 주행, 2.0과 동일한 연비를 발휘한다. 고배기량의 자동차는 저배기량보다 상대적으로 연비효율이 떨어진다는 상식을 뒤집은 것이다. 반면 최고출력은 201마력으로 2.0(165마력)보다 36마력이나 높다. 엔진의 작동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GDi 방식의 엔진은 연료를 압축시켜 동력기관 내부에 직접 분사한다. 수도꼭지를 손으로 막아 한 곳으로만 물줄기가 나오게 하면 수압(水壓)이 강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렇게 되면 연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성능은 높아지면서도 연료소비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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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기구가 1개인 기아차 K5 2.0의 뒷모습.(사진 위) 배기구 2개가 달린 K5 2.4 GDi의 뒷모습.(사진 아래)
◆성능은 2.4 GDi가 월등…연비도?
실제로 차를 타 보면 얼마나 큰 차이가 느껴질까. 먼저 2.0을 시승해 봤다. 1998cc 4기통 세타 II 엔진을 적용, 165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하는 모델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자 다소 거슬리는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차의 반응은 잠시 주춤하는 듯 반 박자 정도 느리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는 10초 이상이 걸린다. 변속기를 기존 4단에서 6단으로 올려 가속감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2.0L급 중형차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순간 가속능력과 최대 속도가 아쉬운 수준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회전수(RPM)가 금세 치솟지만, 엔진이 곧바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시속 170km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가지만, 여기서부터는 소리만 커질 뿐 속도를 더 올리기가 쉽지 않다. 역풍(逆風)이 거센 직선주행로에서 달려보니 시속 200km를 넘기기가 힘겨웠다. 앞으로 뛰쳐나가는 직진가속능력이 부족하다보니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도 다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평상시의 운전에 이렇게 극단적으로 성능의 한계를 시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다음은 최고출력 201마력의 2359cc 세타 II GDi 엔진을 탑재한 2.4 GDi. 초반 가속이 2.0보다 가볍다. 밟자마자 맹렬히 뛰쳐나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속페달의 기울기가 깊어지는 정도에 바로 반응해 온다. 엔진소리는 2.0보다 듣기 좋은 저음이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9초가 채 안 걸린다. 2400cc급 중형차로는 상당한 성능이다. 급히 속도를 높일 때는 몸이 뒤로 살짝 쏠린다. 2.0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가속능력이다. 최고속도를 끝까지 측정하진 못했지만, 시속 240km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간다.
두 차종의 성능차이를 보다 확실히 보여주는 건 400m의 직선거리를 '풀 스로틀(full throttle·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연료공급 조절판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로 달리는 드래그 레이스(drag race) 결과다. 2.4 GDi는 400m를 15초 정도에 주파한다. 2.0의 400m 기록은 약 19초. 결승선을 넘어서기까지 두 차종의 차간거리는 수십m 정도가 벌어진다.
다음은 2.0과 2.4 GDi 두 차종을 번갈아가며, 눈앞에 갑자기 사물이 뛰쳐나오는 상황을 가정해 고속주행 중 운전대를 좌우로 거칠게 꺾는 슬라럼(slalom) 테스트를 진행해 봤다. 두 차종 다 서스펜션(차체 아랫부분의 충격 완화장치)을 스포티한 외관과는 다르게 조금씩 물렁물렁하게 세팅했다. 국내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편안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두 차종을 비교해 보니 2.4 GDi가 고출력의 힘을 빌려 좀 더 날카롭게 코너를 파고든다.
2.0과 2.4 GDi의 공인연비는 L당 13km로 동일하다. 하지만 실측연비를 측정해보면 2.4 GDi의 연비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두 차종을 번갈아가며 비슷한 코스 200여km를 달려보니 2.4 GDi의 평균연비는 약 11km/L, 2.0은 10km/L를 밑돌았다.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주행하면 연비가 비슷하지만, 고속주행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주행에서는 차를 끄는 힘이 뛰어난 2.4 GDi가 더욱 효율적으로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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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K5의 내부 모습.
비교결과를 놓고 보니 성능 면에서 2.4 GDi가 확실히 우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에 탑재된 엔진은 기존모델인 로체부터 사용된 것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지난해 갓 출시된 최신형 GDi 엔진과는 성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속 200km를 넘나들며 고속으로 달릴 일이 없더라도, 소음 차단이나 승차감 역시 2.4 GDi가 한 수 위다.
2.4 GDi를 선택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역시 비싼 가격과 세금 문제다. 동급사양 2.0과의 가격차는 230만~240만원. 하지만 트림(편의사양의 구성)이 두 가지에 불과해 선택사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출 수 없어 실제 구입가격이 기본사양의 2.0보다 훨씬 높다.
다만 2.0의 고급사양을 구입할 예정이면서 더 나은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2.4 GDi도 검토해 볼만 하다. 내년부터는 자동차세 과세 기준이 배기량 대신 연비 위주로 재편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도 한층 가벼워진다. 무엇보다 고성능의 최신형 엔진을 탑재한만큼, ‘진정한 의미의 신차’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 한 관계자는 “GDi 모델의 경우, 2.0에 비해 원가가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고 밝혔다. 더 좋은 엔진을 사용했지만 ‘덜 남기고 판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터보(turbo)나 직분사 기술을 사용한 고성능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