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000(이천) 족구단'으로 창단한 이천시청 족구단은 현 최강부 팀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팀이다. 물론 현대자동차와 GM대우가 좀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창단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최강부에서 탈퇴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팀은 이천시청이 유일하다. 실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이들은 족구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벌어졌던 '향수옥천배'에서 대회 예산문제 때문에 청소년 부서에 상금이 배정되지 않자 팀 차원에서 대회 조직위에 직접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고, 팀의 청소년 부서인 이천세무고 선수들에게 족구 기술은 물론 많은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는데다가 국제대회 참가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앞장서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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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족구전도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홍기용 전 미주족구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주)이기엔터프라이즈'와의 'MOU체결'로 족구 꿈나무들이 군 복무 면제와 함께 족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이들에게 '최고의 족구 명가(名家)'라는 수식어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최고의 족구 명가 이천시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들이 창단했었던 2000년대 초반, 족구계는 현대자동차의 전성시대였다. 공격수 백경환, 세터 김용호, 우수비 여상수, 좌수비 임종일, 이른바 '판탁스틱 포(four)'의 진용을 구축한 현대자동차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부의 세계,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은 현대자동차 역시 거스를 수 없었고, 2000년대 중반 새로운 강자들이 그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 선봉에 섰던 이들은 이천아스텍(당시 이천시청의 팀명, 이하 이천시청으로 명칭 통일)과 한세대학교였다. 그렇게 이 두 팀의 양강체재가 시작되었고, 이들은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쳤다. 이후 한세대학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1기 멤버들(이광재, 이승호, 권혁진, 김동휘)이 군 입대를 한 2007시즌부터 이천시청의 독주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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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공격수 김종일, 2대 강세구의 공격라인에 컴퓨터 세터 박종빈과 왕갑철, 배창현의 막강 수비라인으로 족구계는 새로운 왕좌의 주인을 맞이하였다. 당시 이들에게 그나마 맞설 수 있었던 팀은 강만규가 있었던 현대파워텍 정도였다. 하지만 전성기를 맞았다는 것은 곧 내리막길이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천시청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강공 일변도의 공격을 보였던 강만규가 족구에 새롭게 눈을 뜨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2009시즌부터 무게의 추는 서서히 현대파워텍으로 기울어져 가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황을 강만규는 이렇게 회상했다.
'2008년 증평에서 벌어졌던 클럽리그전 이천시청과의 8강전이었어요. 그때 정말 많은 것을 느꼈죠. 전 공격이 너무 단조롭고 강공에 의존하다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다 잡아올리더라고요. 그런데 (강)세구 형은 머리를 써서 공격을 하는거예요. 길게 치고 짧게 치고, 이쪽저쪽으로 찔러대고, 완패였죠. 사실 강공의 비중을 좀 줄이고 연타, 페인트등을 적절하게 섞어서 공격을 해야 한다는 조언은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제 힘을 믿고 강공의 비중을 줄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구 형이 그 날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해야 내가 더욱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뛰어차기의 비중을 줄이고, 안축, 발코, 연타, 페인트등의 공격에 더욱 집중해 연습을 했어요.'
조금은 억측일지도 모르나 강만규에게 족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며 각성하게 만들어 준 장본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이천시청의 강세구였다. 그렇게 현대파워텍의 전성시대 시작과 함께 이천시청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의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이천시청의 과거의 명성에 비추어 본다면 초라한 성적을 받기 시작했다. 무관으로 마감하는 시즌이 많아졌고, 더 이상 '강력한 우승후보'보다는 '다크호스'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려져 가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선수들의 노쇠화와 함께 원활하지 못한 세대교체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이천시청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 팀들이 숙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생활체육에 머물러 있는 족구의 종목 특성상 원활한 세대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1세대 최강의 팀이었던 삼성전자는 이찬호를 비롯한 함께 했던 선수들의 노쇠화로, 현대자동차 역시 앞서 언급한 '판타스틱 포'의 노쇠화로 전성시대를 마감했다. 그나마 오병관의 은퇴 이후 강만규, 김동휘, 천유빈, 김종세를 차례로 영입했던 현대파워텍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강만규의 은퇴와 함께 최강부에서 아예 탈퇴를 하고 말았다. 결국 어떤 명문팀도 원활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명맥조차도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전에 김종일 감독 역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 선수의 생업을 책임져 줘야 하는데 팀 사정이 그렇지 못해 새로운 영입이 힘듭니다.'
이런 이들에게 올 시즌 그야말로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홍기용 전 미주족구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주)이기엔터프라이즈와의 MOU체결이 바로 그것이다. 이기엔터프라이즈가 올 해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되어 향후 족구 선수들을 취직시켜 이천시청 소속으로 뛰는 것은 물론이고, 이 선수들은 군 복무 면제라는 혜택과 함께 생업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해 이기엔터프라이즈에 취업만 성공하면 군 복무 면제와 동시에 이천시청으로 입단해 족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혜택을 처음으로 받을 이들이 바로 공격수 박서후와 좌수비 이준석이다. 아직은 시작단계이기에 정확하게 말 할 수는 없지만 예상대로만 된다면 이천시청은 '족구계의 상무'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군 복무면제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혜택인데 거기에 생업과 족구를 병행할 수 있는 혜택까지 추가로 누릴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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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명문팀들이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원활하지 못한 세대교체 때문이었는데, 이제 이천시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선수들은 이천시청으로 입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그 경쟁 속에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며 기존의 선수들로 40대부를 꾸릴 수 있게 되었고, 새롭게 영입될 선수들로 최강부, 일반부, 청소년부까지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이천시청은 결과로 이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올 시즌 벌어진 총 네 차례의 대회 중 이미 3회 우승, 1회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었다.(2018년 4월 7일 기준) 비록 이 중 두 차례의 대회에서 올 시즌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하남호크마가 불참하긴 했지만 이들과의 맞대결에서도 1승1패의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잃어버렸던 '강력한 우승후보'의 위용을 되찾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천시청의 시즌 3회 우승은 적어도 내 기억엔 2010년대 들어 올 시즌이 처음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이천시청의 B팀 격이라고 여겼던 '아트이천' 또한 단순한 B팀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나이 37세의 백신이 가장 어릴 정도로 노쇠화 된 팀이지만 박종빈, 왕갑철, 정연선등 각 포지션마다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이들이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이제 이들은 제2의 전성기를 서서히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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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000족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최강부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이천시청. 긴 역사만큼이나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팀명은 2000, 파이런텍, 아스텍, 하이닉스ENG를 거쳐 지금의 이천시청과 아트이천으로. 초대 정해성 감독을 시작으로 최병식, 박종빈, 장태현을 거쳐 현재의 김종일, 강세구 감독이 각각 사령탑을 맡고 있고, 많은 선수들이 떠나고 들어오기를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이들에게 변하지 않은 사실 두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최강부를 탈퇴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준 유일한 팀이라는 사실과 (비록 다크호스이었을지라도) 단 한 번도 정상권의 실력을 벗어나지 않았던 팀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은 제2의 전성기와 함께 최고의 족구 명가로 자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족구를 좋아하고 더욱 발전되기를 바라는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팀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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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칼럼을 쓰기 전 나는 김종일 감독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런 질문을 했다. 'MOU체결 이후 다른 팀의 어린 선수들이 입단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지는 않나요?' 그러자 그는 이런 대답을 했다. '이기엔터프라이즈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서후와 준석이 역시 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요. 걔들이 아직 그 자격이 안 되다보니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 그렇게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군 면제와 함께 족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기 원한다면 도전해 보는 것을 권한다. 물론 이천시청의 유니폼을 입을만한 실력에 인성을 갖춘 선수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