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가량 숨죽이고 매장의 흐름을 파악해 보니 평일 낮에는 손님들이 한산하며 저녁 시간엔 제법 있었고 금, 토, 일요일은 무척 붐볐다. 월~수요일에는
맨트를 해가며 저녁시간 적당한 판매를 했고 목요일에는 염지(배추절임과 비슷한 작업)된 생닭에 미리 양념을 골고루 뿌려 주말 판매를 위해 많은량을
준비해 두었다. 양념을 미리 뿌려두면 간이 훨씬 잘베어 맛이 더 좋았다. 금요일에는 오전부터 두칸으로 된 할로겐 기계를 풀 가동하여 닭을 쉼없이 구웠고
미리 규격화된 은박 용지로 싸고 종이 케이스로 재포장 한 후 온장고에 차곡차곡 채웠다. 팀장 주부사원은 팔지 못하고 재고가 날까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추천 받아 왔으므로 나의 승부 근성이 발동한것이다. 점심때가 지나고 오후 3시경이 되자 손님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저거 통닭
맛있어요.?" 첫손님이 왔다. "맛이 기가 막히긴 합니다만 예약이 밀려서 지금 기계에 돌아가는 통닭이 좀 있다가 남을런지는 모르겠어요.!" 주부인 듯한
손님은 할로겐 통닭의 맛이 무척 궁금한것 같았다. "아 그래요 사려면 어떻게 해야되죠.?" 내 아이디어는 계산용 바코드 번호표다. 그녀는 첫손님이었고
포장해 둔 통닭은 이미 가득했지만 그것을 꺼내주면 '아이 그것 말구요 지금 굽는걸로 주세요' 열에 일곱은 그렇게 말하므로 그간 고민 했었다. 굽기가 막 끝나
즉석에서 담아 팔면 훨씬 더 맛나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그렇게는 몇마리 팔수없고 모두들 즉석을 바랄것이다. 예약 바코드에 1~20번 까지는 당초에 없다.
21번부터 적어서 손목 시계나 핸드백 손잡이 아래 부분에 붙혀주고 "좀 있다가 구이 기계에서 닭이 나오면 제가 소리 칠테니 얼른 오셔서 그 예약 스티커를
보여 주시면 얼른 포장해서 드리고 그 마저도 늦으시면 순번이 밀려 구입 못 할수도 있어요" 긴장감을 주었다. "아저씨 저 두마리요.!" 예약이란 말에 욕심을
낸다. "아 사모님 지금 이것도 모자를 상황인데 두마리는 좀...." 눈치를 살피니 "우웅.! 주세요 오빠 우리집 식구가 몇명인데.! 한마리는 안되죠" 나보다
훨씬 누나로 보이는데 애교 콧소리 까지 내며 가관이지만 원하던 바다. "그럼 예쁘시니까 두장 드릴 테니 비밀 지키셔야 됩니다." 하며 능청을 떤다.
사실상 내말에는 거짓이 보태어 졌지만 금방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 가나 포장해 둔걸 받아 가거나 그 자리에서 뜯어 먹는게 아니라면 똑같다. 초창기
그곳 매장에는 시식 장소는 없었다. 얼마 후 할로겐 바베큐 문이 열릴때 족발팀, 햄팀, 훈제 식품팀, 생닭 주부사원들 모두에게 미리 지원 요청을 해 놓았다.
넓게는 같은 축산팀 이기에 바쁠때 서로 돕고 시식용으로 나오는 닭의 일부를 김이 모락 날때 두어마리 준비해서 오전 일찍 같이 파티 했었기에 이미 친척이다.
'예나 지금이나 닭요리의 인기란....!' 매대 안쪽은 손님들에게 잘 보이지 않고 다섯명의 주부사원이 둘러 앉아 구이기에서 막 꺼내진 닭을 포장하기 때문에
공간이 빼곡하며 포장이 이루어 짐과 동시에 나와 한팀인 팀장은 미리 온장고에 포장한 구이닭을 천천히 꺼내어 미리 나눠준 번호표를 확인하고 손님에게
교환해 주면된다. 이때 번호표를 받아갔던 손님들은 대략 스므명 안팍인데 내가 "자~아 할로겐 통닭.! 번호표 예약손님 얼른들 오세요." 하면 다들 청각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 동서남북 사방에서 쇼핑카트 들이 스타워즈 전함 대형 모선으로 진입 할것처럼 주욱 빨려오듯 달려 온다. 그 모양은 장관이다. 잽싸게
그틈을 타서 "통닭이 4천원, 할로겐 4천원, 서울강남 만원판매 여기서는 4천원, 통닭이 4천원" 반복과 반복 목청껏 외쳐댄다. 안그래도 쇼핑카트 스므대
남짓이 우리 쪽으로 다투어 모여 드는데다가 급격한 희귀 상품 세일처럼 맨트까지 소리 질러대니 듣고 보고 궁금 해서라도 안 온다면 그들은 바윗돌이다.
그러자면 바로 맞은편 김치 코너 무척 예쁜 주부사원 두명도 보다 못해 뛰어와서 가세하여 도와준다. 이때 또다른 직원은 번호표가 없이 그 분위기를 보고
쫓아온 사람들을 정리하여 줄을 세운다. 우선 예약자들이 먼저 다 받아가고 남는 수량이 몇마리 일지 모르지만 일단 대기자 라인에 서라 요청한다.
이 손님들은 누구 보다도 안달이 나있고 그 줄은 또다른 마케팅효과를 유도하는데 "이거 무슨줄이죠.?, 무슨줄.?, 무슨줄.?" 줄서있던 먼저의 손님이
답답하다는 듯 알아서 설명한다. "저앞에 발갛게 돌아가는 통닭기계 안보여요.? 통닭 줄이잖아요.!" 그들이 다 가이드도 해주고 줄은 스티커 예약자
스므명 보다 휠씬훨씬 많아진다. 먼저 예약 번호표로 통닭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어휴 미리 예약 안하고 와서 통닭 줄 서느라 고생들이 많으네.!",
'호호호' 온장고에 쌓인 닭들이 거진다 빠지고도 막 꺼내 포장한 뜨거운 닭들이 있지만 여기서 또 열댓명 남짓을 남기고 악마의 편집을 한다. 그들에게는
좀전처럼 예약 번호표가 붙혀진다. '소곤소곤', "아저씨.! 아저씨 저는 세마리요 세마리.!" 나 또한 소곤소곤 "아 이거 곤란한데.! 다른 손님에게는
비밀입니다. 비밀.!" 장사꾼은 100원 짜리를 150원에 팔아야 살아 갈수있는 거짓말쟁이 이다. 그 다음 부터 판매는 승승장구다. 예약자 스므명에 두세마리
구입자 까지 30마리 근처는 미리 예약이고 그 줄이 몰려들때 궁중심리에 따라오는 손님들은 또 부지기수 이다. 밤 열시까지 영업인데 그날도 우리 팀은
재고가 남지 않고 여덟시 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그렇게 금, 토, 일요일 3일간 2주일은 팔아야 나오는 매출을 순식간에 올리고 평일은 세월아 내월아 주말
매출 준비를 하며 여유를 갖는다. 팀장 주부사원이 실상은 선임 여왕격인데 그런일이 반복된 후에는 마치 궁녀가 된듯 지극히 나를 우대하고 챙겼다.
결과적으로 팀장은 매의 눈을 가진 스카우터다. 그녀는 시집 오기전 우체국 직원을 8년간 근무 했으므로 보통의 사람은 아니다.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연휴로
축산팀 전체회식 자리에서 금일봉의 상금과 박수도 받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거진 육개월 이상 보는 사람마다 넘버원을 치켜 주었고 더좋은 대우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문제가 발생해 왔다. 당시 입점 업체는 국내에서 내노라 하는 계육계의 이름있는 H사 였는데 매장 본부 측에서 매출이 늘어나 그런건지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무리한 요구를 했고 업체 측에서는 타협하지 않아 긴장이 고조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팀장 아주머니와 포장제품 여직원의 오픈
준비기간 급여가 나오지 않아 재차 내게 건의를 해달라 졸랐으며 은연중에 나는 팀장 격이 되어 H사 과장과 실갱이를 하게 되었고 그런 이유도 가세
되었는지 H사는 매장을 철수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규모로 볼때는 H사가 더 큰 규모이기도 하여 배짱 싸움도 있어 보였다. 우리의 그간 노력도
물거품이 된 듯 앞길이 묘연한 팀이 된 처지였는데 담당 과장의 섭외로 다른 회사가 입점을 준비했고 우리 인윈은 그대로 인수 받기로 확정되어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신규 입점 대표는 서울 창동의 매출과 비교하여 지방의 손님은 당연히 적은것을 염두하지 않고 자사의 맛과 퀄리티가 훨씬 좋아서 굽기만 하면
기존 보다 더 많이 팔린다며 평일 물량을 과도하게 발주 시켰다. 넘쳐난 닭은 물러져갔고 급기야는 쾌쾌한 냄새도 나며 변질 직적에 까지 이르자 반품이 속출했다.
다행인것은 대표와 거래하는 납품 회사가 동물원에 호랑이 먹이를 납품 하기 때문에 왠만한 반품은 문제 없다며 편하게 생각하라 했다. 그렇다고 마냥
판매 열정을 내려 놓을 수만 없었던 이유는 축산팀 임직원들이 모두들 무척 잘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표와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의욕이 저하되는 중에도 가끔 방문하는 그는 우리들을 부속품 취급하는 엉뚱한 발언만 직설하므로 결국엔 팀장 아주머니도 다른일을 알아
보자했고 나도 그래야겠다 내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차에 판매대 맞은편 김치 코너 주부 사원이 요즘은 통닭을 열심히 안파는것 같다며 이유를 묻기에
대략 사정을 말하니 몇일 후 김치 코너 사장이 찾아와 끝나고 야식이라도 같이 먹자고 제안해왔다. 평소 볼적마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오늘은 몇 마리나
팔았냐며 꼬박 안부를 물어주는 다정 다감한 중년의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농협 김치의 창립 멤버였고 국내에서 손가락안에 있는 김치 전문가 였다.
나이 차가 많아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초대에 어리둥절 했고 어려움도 조금 있었는데 소주를 한잔 받으라 하며 그간 나를 무척 멋있게 봐 왔다며 금번에
김치 공장을 창업 할것인데 영업과장이 공석이며 지금 부터 김치는 미래가 있고 마누라(김치코너 판매사원)도 남동생이 여럿이 있는데 날 추천했다고
또다른 좋은 의미로 스카웃 제안을 해왔다. 김치라는 종목은 두번째이고 잘 봐준것에 무척 감사할 뿐이었다. 확답은 천천히 해도 좋고 돌아오는 휴무에
공장입지 시찰을 같이 가자고 했다. 흔쾌히 응했다. 그날밤 뼈다귀 해장국에 몇잔 마시는 소주는 부쩍 단맛이 감돌았다.
첫댓글 통닭 맛나겟네요
본문은 안 읽으신 느낌인데요.! ㅋㅋㅋ
봣어요.. 이해력이 딸려요..ㅎㅎ
죄송합니다. 잘못써서 쉽게 읽히지가 않는가 봅니다요 ^^
오징어~통닭~김치 ㅎㅎㅎ
이젠 김치 판매의 달인이 되나요?
이거 카지노 카페에 동떨어진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니 잘하는건가 모르겠습니다. ㅎㅎ 김치 다음엔 편의점입니다. ㅎㅎ
H사 . 어딘지 압니다. 지금은 엄청나게 커졌죠. 당시 Y사 와 쌍벽을 이루던..제가 닭은 아주 조금 압니다. 아무튼 흥미진진..계속 부탁드립니다.
오 그러시군요 왠지모를 파란함이 느껴지는데요.! "림"사 맞아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김치 다음엔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