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無影塔)·현진건
줄거리
신라 경덕왕 때 초파일 밤, 다보탑을 2년 만에 완성하고 이제 석가탑을 세우고 있는 불국사에 왕이 행차를 하였다. 일행은 다보탑을 보고 감탄하였다. 특히 일행에 끼어온 서라벌 귀족의 딸, 구슬아기는 극도의 감격을 느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기 위해 서라벌로 뽑혀 온 부여의 장인 아사달에게 구슬아기는 마음을 빼앗긴다. 아사달은 백제 사람으로, 고향에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헤어져 이미 3년이 지난 아사녀가 있었다.
부여의 아내 아사녀 때문에 괴로워하던 아사달도 마침내 구슬아기의 열정을 받아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험난한 장애가 가로막는다. 구슬아기를 짝사랑하던 금성의 훼방이 그것이다. 더구나 구슬아기의 아버지는 금성을 피하기 위해 경신과 딸의 혼약을 정한다. 한편, 3년이나 아사달을 기다리던 아사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달려드는 팽개(아사달의 연적) 무리의 겁탈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수한 고통을 겪으며 신라로 달려온다. 서라벌에 왔으나 남편을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석가탑이 완성되면 영지에 비칠 것이라는 말만 믿고 영지 가에서 나날을 보낸다. 아사녀는 탑이 완성된 것을 모르고 중과 뚜쟁이의 행패 때문에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영지(影池)에 빠져 죽는다.
드디어 아사달의 석가탑은 완성되었으나 아내의 참변을 들은 아사달은 슬피 운다. 구슬아기는 아사달과 달아나자고 애원하다 아버지에게 실행(失行)의 죄가 탄로(綻露)나서 화형을 당하게 된다. 이에 아사달은 영지 가의 바위에 아내와 구슬아기의 영상을 합하여 아름다운 여인상(원불·願佛)을 조각한 뒤, 역시 영지에 뛰어들고 만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38. 7. 20∼1939. 2. 7 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현진건의 장편 역사 소설이다. 신라 시대 불국사 무영탑 ‘석가탑’의 건립을 중심으로 백제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 비극적 사랑의 전설은 현대 소설로 살려 낸 것이다. 『무영탑』의 저본은 영지 전설이다. 신라 예술의 최고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석가탑을 건축하려는 한 석공의 예술혼과 남녀간의 사랑을 결합시켜 한편의 진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실제의 역사적 사실을 소설화한 것이 아니고 역사의 전설을 함께 재구성하여 소설화 한 것이다. 즉 사실적인 기록보다는 예술적인 가공에 더욱 중점을 두고 창작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 소설에서는 인물을 둘러싼 역사적, 사회적 조건 등의 의미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작자는 그의 이념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적 사실이나 전설을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진건은 1939년 12월 잡지 『문장』에 「역사소설문제」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역사 소설이란 과거의 소재와 무대를 가진 소설이라 못박고 “사실을 위한 소설이 아니요 소설을 위한 사실인 이상 작가는 제2의 경우를 더욱 중시해야 될 줄 믿습니다.”라고 주장한다. 즉 작가가 소설에서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를 역사적 소재를 빌려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일장기 말살 사건’으로 말미암아 동아일보의 사회부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던 현진건이었던 만큼 그의 내면 의식에는 이 민족주의적 의식이 잠재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그의 다른 역사 소설인 「흑치상지」를 읽어보아도 쉽게 확인된다. 그의 가장 중심문제가 되었던 것은 민족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193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소재를 현대 사회생활에서 구할 수 없게 되자 과거로 회귀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역사 소설은 저항 민족주의라는 측면이 유효한 범위 내에서 그 존재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무영탑」에서는 내면적으로 종교가 부패하고 사회가 타락하고 혼란스러운 정치 체제에서 사회의 지배 이념과 맞서 싸우면서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유토피아 정신이 사랑과 예술과 영웅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핵심 정리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불교 국가인 신라
·분류 : 장편 소설, 역사소설
·특징 : 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소설
·출전 : 『동아일보』 (1938)
·주제 : 한 석수장이의 지고 지순한 사랑과 예술혼의 승화. 이성간의 지고한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