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재 개발자와 저작권: 영어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저작권
영어교재 개발자, 출판사, 편집장이 알아야 할 저작권을 쉽게 풀어써보았습니다. 그래서 영어교재를 만들 때, 단순히 ‘이건 쓸 수 있고, 저건 못 써’ 식의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먼저 교재를 저술한 선배 저자들의 노력을 존중하며 그들의 권리(저작권)를 지켜줄 수 있는지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영어교재 개발자 및 출판사 관계자, 여러 편집장님들이 더 좋은 교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주위의 수 많은 훌륭한 영어 콘텐츠를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정의롭고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포스팅 순서
1. 저작권의 기본 개념의 이해
2. 영어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저작권
아래에 가상의 질문에 대한 저작권 내용을 녹여 넣은 해석을 붙여보았습니다. 저 역시 저작권 전문가라기보다는 함께 저작권을 배워가는 입장이기에, 저의 견해가 틀릴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부족한 내용이나 문의 및 건의를 언제나 환영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서 출판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아쉽게도 여러 출판사에 보여주었지만 출간 계약을 맺지 못했어요. 그런데 몇 달 뒤 내 아이디어를 도용한 교재가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는 창의성을 갖춘 저작물이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글이든 그림이든 표현해서 창작물의 형태를 갖춰야만 저작권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출판기획서(즉, 아이디어)를 제삼자에게 보여줄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또는 이미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초고 원고를 작성한 상태에서 출판사를 찾아다녀야 하겠습니다.
단어장 형태의 어휘 교재를 만들고자 합니다. 일반 영어사전의 콘텐츠(표제어, 예문 등)를 빌려써도 될까요?
영어 단어장은 세상에 원래 있던 광범위한 단어들을 정의와 예문 및 나열 방법 등으로 편집한 ‘편집물’입니다. 편집물에는 편집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만일 이 단어장이, 평범한 abc 순 나열이 아니라, 독특한 형태의 구분이나 카테고리화되어 있다면(가령, 주제별 단어 모음집, 최고빈도 동사 200선 등), 편집 자체에 저작권이 붙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이 편집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저작권 위반이 될 겁니다.
다만, 각각의 표제어 해설 부분이 일상에서 너무 자주 사용되는 흔한 어구로 되어 있다면, 이 설명문의 경우엔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어느 정도는 내 교재 제작에 참고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너무 확연하게 똑같다면, 독자는 당신의 이런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 ‘베꼈다’ 또는 ‘표절이다’ 등의 말을 퍼부을 것입니다. 이는 저작권 이전에 저자의 윤리, 명예 문제가 됩니다!)
유행하는 교재 제목을 따라 쓰고 싶습니다. ‘입이 트이는 영어’... 어떨까요?
저작권만 본다면 문제없습니다. 책의 제목은 저작권의 창의성을 인정하기에 너무 짧기 때문에 저작권이 보통 없습니다. 써도 됩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꼭 하고 싶습니까?
또한, 저작권과 별도로, 만일 이 제목이 단순 책 제목이 아니라 어떤 업체나 브랜드의 상표로 등록이 되어 있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책 제목만으로는 상표 등록 불가) 또한 이런 꼼수의 의도가 파악되면, 즉, 유사한 제목으로 일반인을 혼돈케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 말고도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저지할 법은 많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쓴 내 영어공부 노하우를 딴사람이 무단 도용할까 봐 걱정돼서 블로그를 못하겠어요.
블로그에 그냥 쓴 글이라도, 쓰여진 글은 곧바로 저작권이 자동 발생합니다. 게다가 포스트에는 작성일자까지 자동으로 기록되니, ‘내가 먼저 썼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용이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걱정은 기우입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아마 밋밋한 영어교재보다는 포스팅이 독자에게 더 많이 읽힐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겁니다. 그리고, 블로그로 유명해지면, 책을 내기도 쉽습니다. 인터넷에 내 (고급) 자료를 업로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영어교재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시중에서 10권의 영어교재를 구매했습니다. 정품으로! 이 책들은 내 소유물이므로, 내가 내용을 마음대로 베껴 쓸 수 있을까요?
책을 구매하면 그 책에 대한 '소유권'이 생깁니다. 그러나 '저작권'은 여전히 저자 (또는 출판사)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책의 내용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저작권 위반이 됩니다. 그러나 그냥 내가 참고용으로 우리 집에서 간단히 한 장 복사해서 들고 다니며 본다면 그건 복제권(저작권) 위반이 아닐 것입니다.
저작권이 소멸된 영어 원서, ‘어린 왕자’로 영어교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원서의 저작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났다면 저작권이 소멸되어 누구나 마음대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교재로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70년의 계산은 저자 사망 연도의 다음 연도부터 70년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 원서의 ‘2차적 저작물’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편집, 번역, 재해석 등의 방법으로 재생산된 저작물을 말합니다. 만일 어린 왕자 원서를 이용한 교재에서 해설문을 국문 어린 왕자 번역서에서 따왔다면, 그 국문 어린 왕자 저작자(번역자)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용 동화책 형태의 영어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은 외주를 주어 그림 작가가 그려주었고요. 사실, 이 책에는 제가 쓴 글보다 외주한 그림이 더 많은데, 나중에 그림 작가가 저작권을 요구하면 어떡하죠?
애초 그림 작가 고용시 공동저자로 하자는 내용의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그림 작가는 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책을 쓰는 중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고용하여 합당한 보수를 주고 그림, 번역, 원어민 검수 등을 받았다면, 저작자는 나 혼자입니다. 그림 작가가 저작권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원리는 사실 출판사와 직원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령, 출판사가 나를 교재 개발자로 고용했고, 나에게 책을 쓰라고 시켜서 책이 출간되었다면, 저작권자는 출판사가 되겠지요. 나는 ‘업무상 저작물’을 만든 것이므로 저작권 없습니다.
잠깐만요, ‘인격저작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출판사 직원이라 내게 저작권이 없더라도 내가 실제 저자라면, 나의 이름을 저자로 밝혀야 한다고 하던데요?
네, 맞습니다. 인격저작권은 저자의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일신전속권’이 있습니다. 한 번 저자는 영원한 저자라 인정하는 것이지요. 또한, ‘성명표시권’이라 해서 저자의 저작물을 소개할 때는 항상 저자까지 함께 소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저작물이 업무상 저작물이기에 그 적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권리를 요구하고 싶다면, 출판사 사장님과 잘 이야기해 보세요.
토익 예상 문제지를 만들기 위해 매주 토익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시험 중 문제를 잘 기억했다가 문제지에 쓰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
토익 문제의 저작권은 당연히 있습니다. ETS죠. 저작권 침해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저작권 침해 + 공표권 침해입니다. 공표권이란 어떤 저작물을 대중에게 공개할 권리가 저자에게만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밀인 시험문제를 영어교재를 통해 대중에 공개했으니, 공표권 침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