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유달산, 역사 근대 문화공간을 만나는 목포 서해랑길(#18-19)
2023. 8. 13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25~31도
거리 : 15.7km 5시간 동행 : 17명
삼향동 복지센터-목포 체육관-용해동 주민센터-따부재
-북항-유달산 낙조대-역사 근대 문화공간-목포진지-한국 섬 진흥원
<늙는다는 건>
Gettin’ old is a gift. 늙는다는 건 선물이다.
“그러니까 정신 차려. 지금이 정점이야. 지금보다 더 나아지진 않는다.
(This is the best time of your life. So pull it together because it doesn’t get any better than this.)”
에디는 자길 찾아와 푸념을 늘어놓는 손자 스펜서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얼핏 조언 같지만 늙어버린 자신에 대한 조소이기도 하다. 갸우뚱하는 손자에게 에디는 가차 없이 나이 듦의 비참함을 토로한다.
“이후로는 쭉 내리막이다. (It’s all downhill from here.)”
영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Jumanji: The Next Level∙2019∙사진)’의 한 장면이다.
게임 세상에 빨려 들어가 대활약했던 과거가 있는 스펜서(알렉스 울프 분)는 현실 세상의 자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게임 세상에 들어가고 만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근처에 있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비토 분)와 에디의 친구 마일로(대니 글로버 분)까지 게임 세상에 빨려 들어간다.
“늙는다는 건 최악이야. 누가 아니라고 하거든 데리고 와라. (Gettin’ old sucks. Don’t ever let anybody tell ya any different.)”
이제는 늙어 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호흡기까지 차고 자야 하는 에디는 늘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게임 세상 속에서는 스몰더 브레이브스 톤이라는 캐릭터가 되어 최고의 힘과 체력을 자랑하는 젊은 몸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내 젊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니란 걸 깨닫고 나이가 들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을 발견한다.
현실로 돌아온 에디는 스펜서에게 예전과 전혀 다른 말을 건넨다.
“늙는다는 건 선물이란다. 여기서 뭘 더 바라겠니? (Gettin’ old is a gift. What more could a guy possibly want?)” - 황석희(영화 번역가)
삼향동 행정복지센터
출발 전 단체촬영
목포 가톨릭대학과 신축 아파트 단지
가파른 오르막으로 힘들었던 측백나무 단지
청소년수련원
섬 너릿길 안내 이정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여행에 꼭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한 번에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모든 여행길을 즐길 줄 아는 능력이다.
때로는 길을 잃고 조금 돌아가도 되는 게 여행의 진정함인지 모른다.
인생도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지만 결국 경험이 되어 삶의 지표가 되는 것처럼 모든 여행의 목적은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체험의 순간들이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길을 잃은 경험도 폭넓은 인생을 살게 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쓴 하완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항상 잘못된 곳에 와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저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이 인생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호수(제1 저수지)
양을산 쉼터
양을산(陽乙山) 섬 너릿 길(둘레길) : 전라남도 목포시 이로동, 용당동, 상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51m다.
정상이 유난히도 일자형이다 보니 흡사 비녀(簪) 형상(形象)이고 산기슭에 있는 바위가 여인네의 비녀 쪽지를 닮았다고 하여 비녀산으로 불려왔다,
현재의 양을산이라는 이름은 등산 및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산 밑자락 양을 촌을 시작점으로 올랐기에 양을산이라고 불렸다.
남북으로 2km가 넘게 뻗어 있다. 꼭대기에는 KT 목포지점 송신탑이 있고, 목포과학대학 방향으로 좀 떨어진 거리에 KBS 전파탑이 있다.
<목포의 유달산 영산기맥을 지나는 서해랑길>
내장산은 소죽근재와 순창 새재 사이의 530봉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의 고창, 영광, 함평, 무안을 거쳐 유달산 아래 목포 안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157.4km의 산줄기가 영산기맥이다.
삼향동 행정복지센터를 출발한 일행들은 북항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벗어나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와 목포 가톨릭 대학교 옆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측백나무가 우거진 가파른 고개를 오르는데 해발 157.3m의 대박산이다.
고개를 내려가면 청소년수련원을 만나고 이내 섬 너릿 길을 넘으면 작은 호수가 반긴다.
데크와 흙길을 걷다 보면 다시 양을산 오르막을 가쁜 호흡을 내쉬며 오르면 쉼터가 나온다.
초반에 무더위와 가파른 언덕을 오르느라 일행들이 연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시원한 물을 마시며 다시 양을산을 넘어서니 대형 교회들이 눈에 띄고 우린 용해동 복지센터에 도착했다.
오늘 걷는 길은 역방향이기에 이곳 용해동 복지센터가 18코스와 19코스 시작점과 종점이다.
시내를 지나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니 다시 산으로 방향을 튼다. 측백나무가 무성한 산자락은 두 개의 언덕을 지나는데 따부재와 옥녀봉이다.
앞에 갔던 일행들이 커피집에 들러 쉬다 왔다는데 쉼터에서 합류하여 같이 걸었다.
용해동 행정복지센터
따부재 쉼터
따부재 오르막
따부재(해발 85m) 편백 숲은 목포시 용당동, 연산동 백련 공원 사이의 고개이다.
옥녀봉은 해발 97m의 산으로 유방산이라고도 한다. 백련동에서 바라보면 마치 두 봉우리가 여린의 젖가슴처럼 보여 생겨난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연신동 현대아파트 풍천임씨 묘비에 대동(大同)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옥녀봉의 오른쪽 기슭을 나타내고 있어 본래 이름은 옥녀봉이다.
또 수리봉이라고도 했는데 독수리가 날개를 쫙 펴고 하늘로 나는 모양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서해랑길 이정표
연산동 교차로 꽃밭
따부재와 옥녀봉을 벗어나니 서해랑 길은 목포 시내를 관통하여 북항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아파트 단지 쉼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점심 식사를 즐겼다.
몇 개의 산봉우리를 넘느라 피로감이 몰려왔는데 시원한 바람과 맛난 음식으로 다시 원기를 되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북항 교차로
유달산과 목포 해상 케이블카
오정현 시인은 아침/월광이라는 시에서
“닻줄을 풀고 돛을 바람에 띄운다.
외딴 섬 등대는 불을 끄고 갈매기 바닷물에 목 축이면 붉은 해가 항해 길을 연다.”라고 썼다.
유달산을 바라보며 북항을 지나며 걷는 해안 길은 목포의 조망이 가장 훌륭한 곳이다.
목포 해양대학교를 지나며 sky wark에서 보는 목포대교의 멋진 모습이 카메라에 가득하다.
편의점에서 잠시 쉬며 ‘설레임’ 아이스크림의 단맛에 취해본다.
목포대교
신안호텔에서 보이는 유달산이 제법 근사하다. 예전 직장에서 직원 연찬회 때 묵었을 때 새벽에 유달산 산행을 이끌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낙조대와 정상 그리고 목포의 눈물 노래비와 노적봉을 둘러보며 주변 조망에 취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유달산은 예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영달산이라 불렸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를 때 그 햇빛을 받아 봉우리가 마치 쇠가 녹아내리는 듯한 색으로 변한다고 하여 유달산(鍮達山)이라 하였다.
이후 구한말 대학자인 무정 정만조가 유배되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유달산에서 시회를 열자 자극을 받은 지방 선비들이 유달정(儒達亭) 건립을 논의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산 이름도 유달산(儒達山)이 되었다.
목포시와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어 산정에 두 개의 봉수대를 설치해 멀리 바다에서 들어오는 외적을 경계하였다.
달성각(達成閣)에서 약 100m 내려오면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午砲臺)와 노적봉(露積峯)이 있다.
이 산에는 대학루(待鶴樓)·달성각·유선각(儒仙閣)·관운각(觀雲閣)·소요정(逍遙亭) 등의 정자가 있다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군량을 쌓아둔 것처럼 가장하여 적을 속인 곳이라는 전설이 전하여진다.
남쪽 기슭의 해안을 광복 전에 일본 사람들이 매축하여 신시가지를 만들었는데, 현재의 만호동과 무안동이 이 지역에 해당한다.
조망 정자(낙조대)
노적봉
북바위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을 지나니 근대역사관과 문화공간, 목포진지를 둘러 볼 수 있다.
목포시 구도심 지역에 남아있는 일본식 건축물 15채와 그 일대의 공간. 2018년 8월 6일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718호로 지정되었다.
대한제국 개항기에 설치된 목포 해관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근대기 목포항만의 역사와 해방 이후의 생활사적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소로서 목포의 역사문화 변천사를 알 수 있어 보존·활용 가치가 우수한 장소이다.
일제강점기 후쿠다 농업주식회사의 사택, 구 목포 부립병원의 원장 관사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저택인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
구 목포경찰서 앞 교차로에 면한 가장 상징적인 상가건물인 목포 해안로 교차로 상가주택,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어선에 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 상가인 목포 부두 근대상가주택 등이 있다.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와, 일제강점기에 고급 요릿집과 여관으로 사용되던 ‘창성장’을 개조한 숙박시설이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목포진(木浦鎭)은 조선시대 수군(水軍)의 진영으로 목포영, 목포대라고 부른다.
조선 왕조 때 각 도의 진(鎭)에 붙은 종 4품의 무관인 만호가 배치되었다고 해서 만호영, 만호진, 만호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기록을 통해서 볼 때 조선 세종 15년(1433)에 목포 병선을 황원(현재 해남)으로 옮기고, 세종 21년(1439)에 현재의 자리에 목포 만호진을 설치하였으며, 개항과 함께 고종 21년(1895)에 없어졌다.
현재 목포 만호진의 성이나 유적은 거의 없다. 원래 위치는 대략 현재의 목포시 만호동 일대일 것으로 추측되며, 이 일대 민가의 담장이나 축대에서 당시의 돌을 확인할 수 있다.
만호진의 성은 일본 영사관, 영국 영사관 기지로 사용되다가 민가로 전용되었으며, 만호동 공터에는 목포진 유적비라고 적힌 비석이 있다.
2020년 현재 객사(客舍)를 중심으로 건물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
김대중 공부방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
국도 1, 2호선 기점
구 목포항
목포수산시장
목포진 역사 공원 아래에 있는 항동시장은 원래 바다였던 곳을 간척으로 땅이 된 곳인데, 일제강점기 주로 일본인들이 살았다.
항동(港洞)이란 지명은 목포항이 있다고 하여 유래되었는데 시장과 연안여객선 터미널, 국립목포 검역소까지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
홍어와 민어를 많이 취급하여 전문점이 여러 군데 있으며 젓갈류와 반찬류, 말린 생선을 판다.
초반에 몇 개의 산을 넘으며 체력을 소진해 걷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산자락 그늘을 지나는 코스여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사의 현장이 많이 남아있는 목포를 지나는 이번 구간은 체력이 필요했고, 방향을 잘못 이해하면 길을 잃기 쉬워 갈림길에서 조심해야 했다.
특히 유달산 산길은 영산기맥 트래킹 길과 헷갈려 조심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쉽다.
함께 한 일행들이 무탈하게 코스를 지나고 항동시장과 수산 시장을 거쳐 목적지까지 완주하여 다행이었다.
뜨겁고 습기 많은 목포 해변과 유달산을 넘는 18코스의 어려운 길이었지만 멋진 조망과 풍성 볼거리, 먹을거리로 가득했던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다.
첫댓글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며 지역민들과 이야기 나누며 걷다 보니 노적봉에 도착했습니다. 노적봉도 처음 보고 목포의 근대역사도 살펴 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청산님의 후기를 통해 모르고 지나친 곳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찜통 더위 걱정을 했는데 숲길이 많아서 생각보다 편안한 트레킹이었습니다.
후기글 잘 보고갑니다. 청산님의 글은 귀연 역사의 소중한 사료입니다.
제목에 남파랑길→ 서해랑길 로 동행 15명→17명 으로 수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시간에 쫒겨 올리다보니 실수했네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