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모임을 약속한 날인데 아직도 추위는 물러갈 줄 모릅니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먼저 교보문고부터 들립니다.
책 구경을 하러 갔는데, 연말 선물 쇼핑을 하려는 인파에 기가 질립니다.
ㅉㅉ 평소에도 책방에 좀 와보지..
중간에 순종과 기적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둘째가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길 바랍니다.
사람이 많아서 맘 편히 책을 보기도 쉽지 않아서,
조금 일찍 약속장소로 향하려는데,
이번에는 노랑호박님의 문자 전갈이네요..
지방에 가신 일 때문에 오늘 참석이 어렵다는...
네, 일 잘보고 오세요, 하고 답을 합니다.
아미고 바로 가는 길에 청계천에서 관광마차를 발견합니다.
조랑말도 힘에 겨워보이고,
두꺼운 코트로 중무장한 마부의 얼굴에서도 신바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이쿠, 저기 탄 사람들도 지대로 춥겠네..ㅎㅎ
가는 길에 서브마린님께 전화 드리니 6시쯤에 오신다고 하고..
우리는 5시가 좀 넘어 아미고 바에 도착합니다.
바 안에는 벌써 많은 분들이 와계십니다.
무대 위에서는 노래하는 분도 계시고..
누가봐도 이 자리가 촛불들의 자리라는게 확 표가 납니다.
아쉽게도 어른들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푸른꿈과 보윤이를 데리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옮긴 곳은 아미고 바 바로 앞에 자리잡은 중국집, 원흥.
조그만 화교 식당으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무교동에서 장사하려면 기본이야 하겠지 하는 맘이 있었습니다.
어떤 요리를 시킬까 망설이다가 유산슬하고 짜장면 두 그릇, 짬뽕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시켜놓고 푸른꿈하고 보윤이하고 바로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다 못 먹을거라고..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맛이네요.
짜장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었고,
짬뽕은 옛날 원조 스타일로 야채위주로 끓인 국물 맛이 순하고 시원했습니다.
유산슬 또한 뭐랄까...아,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이 집 음식은 모두 가정집에서 한 것 처럼 따뜻하고 편안하네요..
짜장과 짬뽕을 다 먹고 유산슬을 먹고있는데 서브마린님이 오셨습니다.
우리의 다른 만남이 그러했듯이, 처음 뵜지만 처음 뵌 것 같지 않은,
하지만 짧아서 아쉬운 만남이었습니다.
캠핑계에서 서브마린님은 캠사 창립당시부터 활동하신 분이시고,
진보적인 생각을 실천에 옮기신 것도 아주 오래전 부터이셨습니다.
나중에 더 오랜 시간을 같이할 것을 기약하면서 서브마린님과의 짧은 만남을 마감했습니다.
결국 유산슬을 다 먹고, 함께 시켰던 이과두주까지 다 비웠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중앙분리대라는 광화문 광장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공원조성 후 처음 방문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세종대왕 동상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볼거리들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또한, 역동성을 표현하려는 듯한 음악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쿵쿵거리며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려는 공간일까?
정신나간 관광객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는 있을까..??
저 건물벽에 희미하게 비춰지는 첨단의 image들은 무엇이며,
우리의 뿌리와 관계없는 저 음악들은 또 무엇이며,
왜 세종대왕은 저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지...
뭔가 혼돈으로 가득찬 느낌만이 전해져 옵니다.
세종대왕의 저 자리엔 단군왕검을 모셔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최소한 광개토대왕을 모셔야 하는 것은 아닌지...
세종대왕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도를 따지자면 한참이나 떨어지는 세종대왕을
저 곳에 모신 이유가 뭘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현대적인 음악과 조형물들...
이건 또 무슨 짓거리들인지...
에라이 꼴통들아, 언젠가 천벌을 받을 것이다...
오늘은 많은 분들을 뵙지는 못했지만, 서브마린님을 뵈었다는데 의미를 둡니다.
그리고 촛불들의 송년회를 방문했다는것 역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저 자신이 386이지만, 386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386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들 내부에 또 하나의 균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86이 가졌던 치열함 만큼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브마린님이 클캠에 오실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클캠 때는 날씨도 좋아지고 눈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저 또한 광화문 광장을 지날때면 잠재운 분노가 깨어나곤 합니다.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동상들,사고의 확률이 높아보이는 차도와의 낮은 경계.
아마 컨셉은 '부조화'인 듯!
저처럼 평범한 시민은 세상의 옳고 그름, 아름다운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 뭐 이런게 보입니다만 그들에게는 돈이 되는 것과 돈안되는것 외에 뇌를 때리는게 없죠. 측은지심도 없는 그들을 보면 인간같지 않다는 생각듭니다. 저 외에 많은 분들이 분노에 분노를 머금고 이를 악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조화의 저변에 열심히 일해도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서민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잘 다녀오셨군요....저희는 오늘 신랑이 출근해서리....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리모컨이랑 닌텐도만...뽀사지도록 했습니다.
(리모컨은 고장났고, 닌텐도는 베터리 없다고 밥달라고 아우성...)
얼마나 하셨길래 닌텐도가 밥달라고... 시위를 하나요.ㅋㅋ
죽비님 외롭겠어요. 그나마 장님 외롭지 않게 나와주신 서브마린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담에 서브마린님하고 산비장이님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시간 갖으셨네요..^^
네, 우리 가족은 밥도 잘 먹고 들어왔습니다.^^
둘째 아무일 없었습니다. 아이는 겁을 먹고 자지러지게 울었는데 금방빼내니...금방 뚝 그치더군요.... 그게 눈에 보이면 빼고 안보이면 못뺀다 하더군요...그럼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인지...암튼...다행입니다.^^ 그날 어떻게든 가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행사땜시 회의 하느라 5시가 다돼서 끝나고...아이까지 그러니..난감하더군요....암튼 좋은 추억 만들까 했는데 담으로 밀어야겠습니다. 약속을 못지켜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광화문에 저런짓을 한건 다...촛불집회 못하게 하려고 돈 들여가며 만든거 아니겠어요? 암튼...세종대왕.... 한글을 창제하신 분이죠....전 오히려 실체가 불분명한 단군동상보단 세종대왕이 더 나을거라는 생각은 하는데...위치는 분명 잘됐습니다....개인적인 생각엔 아마도 단군동상을 거기다 세웠다간 종교적 분쟁이 더 심화될 듯 싶습니다. 세우고 싶어도 못세우는 것이지요...저의 종교적인 신념에도 분명 반대되구요....어려운 문제입니다. ^^;;
사람들이 단군을 허구의 인물로 생각하고, 한편에서는 그 허구적인 우상을 떠받드는 종교로만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일제의 입장에서는 단군이 허구이어야만 우리나라가 한나라의 식민지로 출발한 군소세력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그 반대이지요. 단군이 실제이고 고조선과 고구려가 대륙의 지배자였음을 밝혀야만 식민사관을 탈피하고 동북공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단군을 종교적으로 추종하는 분들은 소수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단군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나라를 연 인물일 뿐입니다. 단군 동상을 세운다면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는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한 인물로 말씀하신다면 맞는 말씀입니다. 굳이 단군까지 안가더라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미 고구려 이전에 세워졌고 동북아시아 대부분의 땅을 차지 했더라는 것은 다 아는 역사인데...중국넘들은 조선을 넘어 고구려까지 자기네 역사라고 하니...ㅡ.ㅡ;;단군을 인정 안하면 고조선도 없게 되는 건가요?
중국놈들의 동북공정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 국내 주류역사학계이며, 국내 주류 역사학계의 관점은 일제시대 조선사 편수회의 주장과 거의 일치합니다. 논쟁의 촛점은 사실 단군이 아니고, 고조선 시대 한사군에 관련한 것인데, 우리 주류 역사학자들은 일본놈들의 논리를 수용하여 한사군이 우리나라의 북한지방에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을 보고 중국애들이 만리장성을 황해도까지 연장해서 그렸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책이나 거란 등의 역사서에 근거하여 해석하게 되면 한사군의 위치가 요동이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즉, 고조선은 한반도의 북쪽에 있었던 소수세력이 아니라 대륙의 지배자였던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기원을 보더라도 약간의 신화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자신의 역사에서 빼버리고 부정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류사학계는 식민사관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고조선 뿐 아니라 고구려와 신라, 백제 역사의 전반부까지 무시하고 있습니다. 고조선 시대부터 존재했던 우리의 철기문화가, 그들에 의해서 한사군의 식민통치의 수혜로 우리에게 전수된 선진문화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일제가 자신들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군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처한 문제의 핵심입니다. 단군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실체적 진실을 연구하지 않는한 우리 고대사를 바로세우고 식민사관을 탈피하고 동북공정을 이겨낸다는 것은 요원합니다. 설령 단군이 진실로 신화라 하더라도 단군이라 불린 무엇인가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 믿습니다.
단군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존재가 우상화된다고 하는 그 페러다임 자체가 이상할 뿐입니다. 그 인물에 대해 종교계에서 입을 대는 자체도 이상할 뿐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