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縱橫無盡(치고 박고)
본래 세상의 통설과 달리 실력이 없는 녀석들은 조용한 편이다. 싸움을 할 때도 실력이 없는 애들이 제일 얌전하다. 얘네들은 코피가 터진 다음에야. 욕을 하며, 욕을 한 마디 하고는 다시 얻어맞고 곧 조용해진다. 반면 실력이 있는 애들은 주둥이도 매섭다. 따라서 싸움을 하지 않고도 말 몇 마디로 끝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설령 싸움을 하게 되더라도 실력 있 는 애들의 사악한 말발과 현란한 욕설은 상대방의 전의와 기운을 동시에 상실하게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싸우게 되면 편하게 이기는 것이다.
틀림없이 사마광은 실력이 있는 편이었다. 단 몇 마디의 말로 천하의 자객문주를 흥분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자객문주 모부용은 횃불의 빛을 받아 붉어진 얼굴로 사마광을 노려보았다. 적어도 1초 정도는 침묵을 지켰다. 일격 필살의 반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단 무력이 아닌 혓바닥으로!
본래 여자가 남자와의 말싸움에서 진다는 것은 남자가 여자와 주먹으로 싸워서 지는 것보다 더욱 치욕적인 일이 아니던가? 모부용은 본래 말을 잘하는 편이었다. 말로 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며, 사마광이라는 놈은 그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
"호호호호호, 워낙 더러운 단어들이 섞여 있어 해석하기가 곤란했어요. 듣자 하니 그대의 말은......"
내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모부용은 지독한 저주성의 욕설을 듣고도 우선은 말로 상대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아는 바 싸움의 정수와는 3만 광년 정도 멀리 떨어진 행위였다.
"짜짱모오오오!"
쌔애애애애액!
내 고함이 먼저였는지 파공성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붉은 빛의 꼬리를 길게 끄는 곡선이었다. 무언가 붉은 물체가 사마광의 허리춤을 떠나 모부용의 얼굴로 격출 되었던 것이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감탄사를 질렀다.
- '후웃!'
- 과연 나쁜 쉑이다. 싸움이 어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넘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이 또 다시 나를 감탄시키고 있었다. 모부용은 사마광이 쾌속 무비 하게 던진 자주색 단검을 코끝에서 받아 챈 다음 붉은 혀를 내밀어 단검의 끝을 핥았던 것이다.
"......아주 터무니없는 말이로군요. 귀하의 저질스러운 인간성, 그리고 비겁한 행동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사마광......"
슈우우우우욱!
다음 순간 단검이 만들어내는 붉은 궤적은 사마광의 가슴을 향해 격출 되었다. 사마광은 흉측하게 미소 지으며 손에 들고 있는 피리, 그것도 신라의 국보 피리로 추정되는 작대기를 내밀어 단검을 받으려 했고, 단검은 피리의 앞에 이르자 맹렬한 속도로 치솟아 올랐다.
"내가 귀하보다 상당히 나이가 많고 강호에 대해 익숙하다는 것을, 단, 나는 귀하 정도로 욕을 하는 재주는 갖고 있지 않아요......"
"흥! 허튼 소리, 무림에 나도는 소문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로 자객문주라는 년의 남성편력이 아니더냐? 너희 젊은 남자 제자들은 모두 네 그 곳의 맛을 잊지 못해 네 년이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다음 순간이었다. 돌연 하늘에서 소리 없이 강대한 기운을 담은 물체 하나가 떨어져 내렸고 사마광이 황급히 말에서 일어나서 아래로 뛰어내렸던 것이다.
뻥!
소리는 사마광이 앞으로 피한 다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자욱한 먼지가 피어 올랐다. 공주가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생각보다 멍청한 녀석인 모양이다. 감히 암기의 명수 자객문주에게 단검을 던지다니, 그녀가 갖고 있는 최고의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암기를 되돌리는 회천반(회천반)이라는 기술이다."
"받아서 던진 것 말입니까?"
나를 안고 있던 궁화가 질문하자 공주를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임수다. 혀로 핥은 것도 속임수, 손으로 잡은 듯 보이는 것도 속임수! 모부용은 가공할 만한 내력으로 단검을 코앞까지 이끌어서 멈추게 한 듯 보이지만 기실은 시간차를 두고 사 마광이 쏘아 보낸 힘에 자신의 힘을 더해 튕겨낸 것이다. 저 기술은 거의 피부에 닿게 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빤탄진귀?"
내 질문에 공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반탄진기의 일종이지만 아주 공격적이고 위험한 기술이야. 반탄력을 최대한 압축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적의 암기 공격에 부상을 당하거나 죽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이 저 기술의 전부는 아니다. 저 기술을 사용할 때 모부용은 되돌려 보낸 암기에 자석으로 된 미세한 기계장치라 할 수 있는 구슬을 붙인다. 혀를 사용하지, 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궤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주로 머리위로 쏘아 보낸 암기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적은 방심하게 되고 그 순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적을 향해 쏘아져 오는 것이다 이 경우 놀랍게도 소리가 물체의 뒤를 따라온다......"
"호오......믿기 힘둔 이야긴데 음속을 넘었따는 이야기가 되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자석 구슬과 정순한 내력에 요체가 있다. 회천환(회천환)이라 는 구슬을 만드는 법은 극비중의 극비......"
공주가 말을 하는 동안 모부용과 사마광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주로 내력을 이용한 느린 속도의 싸움이었다. 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극비다. 조금 전에 되돌아 내려온 단검은 지금 떨어진 위치를 노리고 있었지만 크게 포물선을 그었다. 그렇기 때문에 겁을 집어먹은 사마광은 말이 있는 위치를 노린다고 생각해서 가장 빠르게 피할 수 있는 앞으로 피한 것이며 그가 조금만 늦었어도 단검은 그의 목을 찔렀을 것이다."
"움화하하하, 그 견식이라니! 공주라는 계집! 소문 이상이로구나."
사마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공주를 공주로 여기지 않는 오만 방자한 녀석이었다.
"크하하, 조금만 기다려라. 이 아줌마 해치우고 바로 상대해주지......"
모부용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다지 크게 유리해 보이지 않았음에도 사마광이라는 녀석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느껴지고 있었다.
"호호호, 이 아줌마를 해치우려면 실력이 좀 더 쌓여야 하겠는데요. 사마광!"
쉬쉬쉬쉬쉭, 퍼퍼펑!
보이지 않는 강력한 장력이 사마광의 옆구리에 날아들었다. 사마광은 슬며시 옆으로 피하면 서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무림의 어린아이도 피할만한......어, 어, 어!!!"
사마광이 다급해진 이유를 어린아이가 된 내 눈으로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어마 어마한 기도를 갖고 있는 누군가가 서북쪽에서 나타나서,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빽빽한 무리들을 좌우로 갈라버리며 달려와서는 두 사람 사이에 뛰어들어 사마광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쒜에에에에엑!
"당신은! 이건!"
이미 장력을 격출한 자객문주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새로 등장한 인물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지만 사마광은 아니었다.
그가 자객문주의 장력을 피하는 방향이 바로 어마어마한 고속으로 현장에 뛰어든 새로운 등장인물의 치명적인 공격 범위였다. 그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 을 정도로 신속하여 오직 길다란 소매 자락의 그림자만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으며 내가 보기에는 우선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방법으로 보였다. 사마광은 다시 몸을 움직였고 차라리 자객문주의 일장에 얻어맞는 길을 택했다.
퍼퍼퍼퍼펑!
"크윽! 헉!"
사마광을 피를 토하며 주춤거렸고 자객문주 모부용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괴한 – 다름 아닌 은성노모는 무지막지하게 냉랭한 표정으로 사마광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욧!"
"자객문주가 아닌가?"
"그래요! 무림에 예의가 있고 범절이 있는데 어찌 나와 싸우고 있는 상대를 공격해서 상황 을 이상하게 만드신 거죠, 은성노모? 무림의 선배는......"
"사마외도는 모두 빙궁의 적이다. 자객문주 너를 없애지 않는 것은 오직 하나 네 딸의 체면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은성노모는 차갑게 말을 내뱉으며 사마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죽음을 가져온 선녀와 같은 느낌이었다. 도저히 피할 수도 없고 도무지 막을 수도 없는 그러한 죽음......
그러나 자객문주 모부용은 날렵한 신법으로 비틀거리는 사마광과 은성노모의 사이를 가로막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마광, 그 피리를 내게 준다면 목숨을 건져 이 자리에서 모면하도록 도와주겠어요."
사마광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나......나는 요녀의 말을 믿을 수가......"
"헛소리하지 말고 피리 내놔요. 정말 죽고 싶은 건가요? 우리가 붙들고 있는 당신 사제들도 풀어줄게요. 염려하지 말고 피리나 줘요!"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은성노모가 질문하자 자객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이름이 무림인들의 가장 앞에 놓이는 이유는 당신의 무공이 정말로 대단해서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연륜을 사람들이 높이 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내 무공도 꽤 대단해요. 당신을 상대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죽게 될 거다. 모부용."
"당신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천산의 전임 장문도 나를 죽이지 못했어요. 은성노모,"
은성노모는 한숨을 쉬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 틈에 자객문주는 사마광이 내미는 피리를 받아 들었다.
"정말로 나를 살려줄 것이오, 자객문주?"
많이 약해진 목소리였고 말을 하면서도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마광, 당신은 내 장력에 적중되었지만 기본 체력이 있으니 며칠 요양하면 무사할 거예요. 다만 문제라는 것이 그 장력에는 자객문 특유의 독공이 담겨있다는 건데, 당신 사부가 아무 리 경천동지의 무공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 독을 해독하지는 못해요."
사마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지금 해독약을......"
"해독약은 자객문에 있어요. 당신도 우리와 연락할 방법을 알 거에요. 우리 형제를 부르는 방법으로 아무 객잔에서든 연락을 남기세요. 적당한 조건으로 해독약을 넘겨드리죠. 한달 안에 와야만 해요. 아니면 죽어요...... 이 사람의 사제들을 모두 풀어주어라."
자객문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사로잡은 자들을 풀어내고 해혈 했다. 그 사이 아직 큰 부상이 없는 마교제자 정일공이 사마광의 옆으로 다가갔다.
"물러납시다. 대사형,"
"으음......"
마교제자들이 뒤로 물러서는 가운데 은성노모는 안하무인으로 굴고 있는 자객문주 모부용을 바라보며 양장을 비스듬히 들어올렸다. 자객문주는 희미한 비웃음을 띄운 얼굴로 은성노모 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가 싸우게 되면 제자들이 말려들겠죠."
"그래서?"
"사마광에게는 무척 많은 현상금이 걸려 있어요."
"그래서?"
"빙궁에서 10만 냥의 황금을 준다면 사마광을 붙잡아 드릴 수도 있어요."
"한 푼도 줄 생각은 없다. 저들은 빙궁 두 개 기마단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자객문의 세력도 이곳에는 빙궁 정도로 많이 동원되었어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에요. 난 단지 당신이 저 자를 죽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뿐이에요. 당신에게는 그냥 당신을 열 받게 만든 마교 똘마니 하나겠지만 내게는 돈줄이라고요. 큰 조 직을 운영 하는 데는 돈이 들죠. 빙궁처럼 땅이라도 많다면 걱정 없겠지만 우린 부동산이 적어요. 현금을 벌어야만 하죠......"
"오늘 놓아 보낸다면 사마광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렵겠죠. 하지만 저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니까, 자신이 중독된 독물의 성격을 파악 하게 된다면 즉시 자기 몸값을 벌어와서 구명을 받으려 들 거에요. 수 만 냥의 황금이 아니 라면 나 또한 마교 대제자의 목숨을 구해줄 생각이 없어요. 저 자의 사제들도 마찬가지에요. 내 손에 걸린 모든 자들이 중독되었죠......"
"자객문의 빙염독(빙염독) 그 독성이 무서워 중독되면 반드시 사망한다. 독공을 시전 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내공이 필요하며, 독성을 해독 하는 데는 반드시 독공을 시전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공주의 나직한 말이 팽팽하던 두 여자의 살기를 완화시키며 울려 퍼졌다.
"과연 빙염독에 적중된 것인가?"
"아까 달아난 조세흔이라는 녀석을 제외하고 모두 적중되었어요."
눈치를 보고 있던 사마광을 비롯한 마교 제자들의 낯빛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상관없다. 저들은 모두 오늘 죽을 운명이다."
"호호호! 자객문은 당신의 전횡을 용납할 수 없네요. 은성노모."
그녀가 말하는 동안 갑자기 사마광이 "왁!" 하는 고함을 지르면서 뒤로 돌아 달아나기 시작 했다. 그와 동시에 정일공 등도 부상당한 제자들을 부축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녀석들은 명나라 관병들 속으로 뛰어들어 신나게 달아났다. 은성노모는 두 손을 천천히 내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큰 죄를 짓고 있구나!"
"자객문에 부교주님께 현상금을 건 자가 있다고 합니다."
궁화였다. 꽤 화가 난 목소리였다. 은성노모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말이 사실인가?"
"그래요. 강무태라는 남자에게 현상금이 많이 걸려있죠."
"모부용의 목 하나면 해결이 되겠지?"
"쩡말로 깡무태 형님께 현상굼을 걸었쭙니까?"
드디어 내가 끼어들었다. 두 여자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천산에서 개입하실 일이 아니에요. 대공자."
"깡무태 형님은 소생의 의형이십니다. 짱모님, 아쉽지만 그 현상굼을 받아들이는 한 빙화령을 천산에 구대로 둘 수는 없숩니다."
무척 당황하는 표정이 자객문주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난 배실배실 웃으며 노모를 바라보았다.
"하쥐만 구렇게 되면 싸우자는 이야기가 됩니다. 두 분 사이는 모르겠지만 소생이 끼게 되면 실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지요."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 대공자?"
은성노모의 목소리는 곱지 않았다. 망할 할망구가 단단히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녀의 옷 어깨 부분이 살짝 베어지고 피가 좀 배어난 듯 했다. 사마광이 은성노모를 베어버렸다고 했는데 이 상처를 놓고 하는 말 같았다.
"훗! 마교의 큰 제자들은 놓쳤다고 하지만 나머지 졸개들은 상당수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데리고 연옥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두 분이 계속 싸우게 되면 어려워집니다."
"걱정 마라 싸움은 금방 끝나니까,"
"서로 싸우면 피를 봅니다."
"호호호, 역시 대공자, 탁월한 식견이에요. 자객문이 멸문할 각오로 싸우게 되면 은성노모님도 상당한 피해를 보겠지요. 10여 년간 길러낸 두 기마단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고요."
"구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깡무태 형님의 현상금을 포기하고 구 피리를 정표로 노모님께 주세요."
"그대가 무슨 말을 해도 내 일을 방해한 자객문을 용서할 수가 없다. 대공자."
"강무태의 현상금은 포기한다고 해도 이 피리는 그리 쉽게 넘겨드릴 수 없어요."
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차피 이 정도의 단단한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다.
"구렇다면 꽁주님, 우린 그냥 연옥으로 가죠. 두 분은 계속 싸우세요. 시끄럽고 별 쓸모도 없는 빙화령은 곧 돌려보내고, 또 말썽꾸러기 은혜미도......"
두 여자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상당히 화난 표정이었지만 내 말이 먹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참 만에 자객문주 모부용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성노모, 내가 만파식적을 드리면 싸움을 중단하실 건가요? 이 피리는 10만 냥의 황금에 달하는 가치가 있고 실제 가치는 그 이상이에요."
일종의 회의 아닌 회의가 시작되었고 그 사이 은성노모를 모시는 빙화와 수화가 부상을 입은 상과아를 다시 잡아왔으며, 빙궁, 천산, 관병, 그리고 자객문까지 합세해서 풀려난 마교의 졸개들을 붙들어왔고 새로운 마교의 포로들도 붙잡아왔다.
아침까지 상의한 끝에 자객문은 빙궁의 어떠한 인물에 대해서도 현상금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고 은성노모도 조금은 노기를 풀었다.
은성노모가 이를 갈며 사마광을 추적한 이유는 사마광이 은성노모에게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녀석은 말을 타거나 경공을 이용해 달아나면서 여러 시간 동안 은성노모를 약 올렸던 모양이었다. 은성노모는 그 녀석에게 기습 당해 어깨의 피부를 조금 베었지만 그 녀석은 이미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로 자객문주의 앞에 나타났다.
물론 자객문주는 자신과 겨루었던 사마광이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우겼다. 나로서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알 도리가 없었다.
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