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30702) 강춘근 목사(한국교회) <맥추감사절 斷想>
오늘은 2023년 한 해의 절반을 시작하는 7월 첫 주일이며, 한국교회가 지키는 맥추감사절입니다. ‘맥추감사주일’은 한국교회에만 있는 독특한 절기로 미국 선교사들이 전해준 추수감사절을 바탕으로 1901년 제1회 장로회 공의회에서 ‘추수감사절’을 교회의 공식절기로 채택하여 11월 10일 ‘추수감사절’을 지켰고(현재는 매년 11월 셋째 주일에 지킴), 1906년부터 7월에 ‘맥추감사주일’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사실 맥추감사주일은 히브리인들의 전통적인 절기인 맥추절(칠칠절, 오순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땅에서 칠칠절에 수확해서 헌물로 드린 것은 보리가 아니라 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이 청교도들에 의해 유래된 것과 같이 보리농사를 짓던 한국의 문화에서 만들어져 지키게 된 절기가 맥추감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맥추감사절기를 지키는 것은 여름을 맞으면서 곡물을 거둔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 해의 절반을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에 대한 은혜로 지내오게 되었음에 대하여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최근에 들어 한국교회 안에도 현대사회가 농경사회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리농사를 짓는 것과 관계없는 환경과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맥추감사절을 꼭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맥추감사절의 그 의미가 점점 약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感謝는 아무리 많이 해도 좋은 일이고, 인간의 영과 육에 유익을 가져다 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맥추감사절은 우리가 지난 6개월 동안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점검해 보는 감사(監査)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監査는 법적 권한이 있는 기관이 단체나 조직의 업무 상황을 감사하고 조사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감사는 막연하게 대충 점검하고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목표에 비추어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잘되었는지 세밀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평가와 감사 의견을 기초로 조직의 목표를 다시 점검하고 목표와 목적를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갈 수 있습니다. 평가를 토대로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기로 결심하고, 집중해야 할 것은 더 집중하기로 결심하며 감사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감사에는 거짓이 통하지 않습니다. 워낙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자리이기에 잘못된 것이 다 드러납니다. 감사가 불편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감사를 통해 단체나 조직 그리고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감사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받고 쓴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길을 명확하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맥추감사절은 한 해의 전반부를 돌아보고 후반부를 잘 시작하는 하프타임의 특별한 의미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동경기로 치면 맥추감사절기는 하프 타임을 끝내고 후반전을 시작하는 시즘에 있습니다. 사실 하프 타임은 선수들이 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전반전을 평가하고 후반전의 작전을 세우는 시간이기에 전반전에 지고 있는 팀이든 이기고 있는 팀이든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아무리 전반전에 잘했어도 후반전에 역전될 수 있고, 전반전에 지고 있어도 후반전에 바뀔 수가 있습니다. 하프타임의 시간을 통해서 후반전에 어떤 결과가 주어질지 모릅니다. 이렇게 하프 타임을 잘 이용하면 금년도 후반기를 보다 의미있고 보람있게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금주 한 주간은 하프 타임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기회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시간과 물질과 재능을 선용하기로 결심하고, 더욱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기로 다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자 앞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은 무엇이며, 그렇지 못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어쩌면 하프타임의 시간은 우리의 인생과 신앙의 여정 속에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태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시간은 얼마만큼 선용했으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하프 타임의 가장 큰 의의는 인생의 목적을 다시금 점검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생 목적은 수시로 확인해야겠지만 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후반전을 새로 시작하는 오늘 맥추감사주일에 감사와 하프타임의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점검하며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