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긴장된 면접을 끝내고 오늘 다시 장터를 갑니다.
하루 안갔다고 뭔가 허전한 마음이 생기네요. 다음주 목요일날 가는 코스에는 어르신들께 더 반갑게 인사드리며 가야겠다 싶습니다.
9시 15분,
오늘도 여느날과 똑같이 윗집 어르신, 우측 어르신 모두 나오십니다.
"이제 그 라면 안먹는데, 딴거 줘봐~" 하시는 어르신.
매주마다 손주를 위해 불닭볶음면을 사시던 어르신인데, 손주가 이젠 질렸나봅니다. 조금 덜 매운 진라면 권해드렸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사고 돌아가는길, 끝에집 삼촌 안나오셔서 전화드리니 오늘은 그냥 가라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지난번 거래에 뭔가 아쉬움이 있으셨던것 같습니다. 지난번 거래에 안계셔서 물건을 놓고 왔는데, 이체금액을 정확히 문자로 보냈음에도 20원을 덜보내셔서 20원 추가 이체를 부탁드렸었습니다. 지나갈 수도 있는 돈이지만, 회계처리에는 단돈 1원이라도 틀리면 이를 맞추는것도 일이기에 어쩔수 없었습니다.
다음주에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갑니다.
9시 25분,
마을에 젊은 이모님께서 종종 오시더니, 이젠 꾸준하게 오십니다. 물건을 또 사고 가시는 길 물건을 잘 못받으시길래 보니 손이 안좋으셨습니다.
"지난번에 부러져서 철심 심었는데, 이제 뺐어.. 곧 괜찮아지겠지." 라고 하십니다.
이모님 댁까지 물건 들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고맙다고 하시는 이모님, 손이 불편해서 장보러 가기 힘든데, 이렇게 장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십니다.
9시 40분,
회관 뒷마당 집이 철거되고 있었습니다. 누구 집이었는진 모르겠으나 터가 제법넓습니다. 누군가 또 새로 오려나봅니다.
새집을 짓고 새롭게 들어와서 꾸준하게 함께 사는 사람이 생기는 일은 좋은것 같습니다.
10시,
오늘도 못나오시는 어르신을 위해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고 집으로 방문합니다. 오늘도 제가 가기를 기다리셨는지 침대 옆에서 앉아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이제는 제가 가는 그 날이 규칙적으로 된 듯 싶습니다. 오늘은 어르신이 잘 드실 수 있는 떠먹는불가리스를 챙겨갔는데, 2팩 모두 챙기셨습니다. 지난번 사가신 토마토도 모두 드신것이 보였습니다. 냉장고안에 있던 요구르트도 많이 줄었습니다. 잘 드시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10시 15분,
마을회관 어르신들이 공병을 수거해달라고 하십니다.
"접때, 지비 안와서 고물상이 다 갖고 가버렸어~ 이번엔 못갖고 가게 할테니, 바꿔주게~" 하시는 어르신.
공병 소주 71개, 맥주 8개 가량으로 회관에서 드실 간식 바꿔가십니다. 옛날에 엿바꿔먹는 그런 풍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10시 20분,
돼지고기를 사시는 주간입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선 잊으셨나봅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니,
"이번주가 기여? 집에 쪼끔 남았는데, 그럼 일단 내려놓고 가게~" 하십니다.
돼지고기를 2주에 한 번씩 사서, 국에 넣어드신다는 어르신. 100세 넘는 어르신들의 식습관 관리는 철저합니다.
10시 40분,
오늘도 유치원뒤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 사실것이 많으셨나봅니다.
"고등어 두손, 커피 하나, 막걸리 두개..."
그걸 보시곤 옆에 나오신 이모님도 고등어 두 손 달라고 하십니다.
마침 읍에 나갈 참이었는데, 온 김에 사신다고 합니다. 방문 요양보호사도 이동점빵차에서 장을 보고 가십니다. 집까지 오니 마트 따로 안가도 되고 편리하다고 하십니다.
10시 45분,
옆집 어르신댁에 아들들이 왔나봅니다. 못보던 젊은 분이 오셔서 술을 사십니다.
"매일 오시는거에요?" 라고 여쭤보시는 아드님. 주에 1번 온다고 하니,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십니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일이고, 돈벌이가 잘 안될것이라는 생각을 전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도시에서 온 자녀들은 이동점빵차량을 보고 걱정과 염려를 많이 하시곤 합니다. 이는 반대로 농촌에서 장보러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11시,
오늘은 어르신께서 회관에 계신분들에게 크게 쏘시려고 하나봅니다. 뻥튀기를 여쭤보시곤 여러개 있다하니 모두 다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집에 아들이 맥주 작은거 사다놨다고 하시며, 같이 갖다놔달라고 하십니다. 평소 씀씀이가 적었던 어르신이셨는데 회관에 고마운 일이 있으셨나보다 싶습니다. 어르신 뜻 잘 받아 회관으로 배달 갑니다.
11시 15분,
오늘도 회관은 식사하는 날입니다. 다 같이 모여서 지짐이도 붙이고 식사 준비에 여념없습니다. 그런 와중 어르신들은
"요구르트 퉁퉁한거 있어?" 하십니다. 비싸서 잘 사지 않으시는 요구르트인데, 어쩐일인가 여쭤보니, 마을에 한 어르신께서 아파서 평원에 입원하셨다고 합니다. 다 같이 문병 가시려고 가는 길에 뭐라도 사야겠다고 하십니다. 병원에 있으면 입맛도 떨어지고 하니 어르신들은 잘 넘어가는 요플레, 요구르트를 사가시곤 합니다. 마을 어르신들 통해 동네 근황을 살피게 되네요.
11시 40분,
지난 2~3개월간 마을에서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워낙에 다들 동네에서 많은 일들을 하시지만, 점빵차가 방문할 시간엔 동네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책을 찾아야할 것 같은데, 딱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네요..
13시 40분,
회관에 도착하니 어르신들 모두 건강체조를 하고 계셨습니다. 지난주 강사님은 이번주에 진행할 체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오늘은 전원이 참석하셨네요. 어르신들 모두 만족하시며 좋아라 하셨습니다.
"어이 김선생, 내 아쉬운 말 한 번 해야겠네. 우리 이거 한 달 더 해주면 안되는가?" 하시는 어르신.
얼마나 좋으시면 그러실까 싶습니다. 담당 선생님께 문의 드리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14시,
우유를 주기적으로 받으신 어르신. 날이 너무 더워 집에서 선풍기 쐬고 누워계셨습니다. 조심히 깨워 어르신께 우유 드리고 나옵니다.
평소 같으면 늘 밭에서 일하고 계실 어르신이지만, 최근 폭염이 연달아, 어르신께서도 외부 나가는 일을 자제하고 계셨습니다.
14시 10분,
마을을 지나가니 저 멀리서 집으로 뛰어가시는 어르신이 보였습니다. 알고보니, 지난주부터 우유 2.3L를 정기 주문하신 어르신이었습니다.
차 소리듣고 바로 뛰어갔다는 어르신, 다음엔 충분히 기다릴테니 천천히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4시 40분,
툇마루에 앉아계시던 삼촌, 왠일로 삼촌이 물건을 구매하십니다.
"내 마누라 고생하니, 마누라 줄 술 하나 사야겠어" 하십니다.
잠깐 사는 사는 동안 삼촌의 어머님도 오셔서 필요하신 생필품을 골라가십니다. 풍을 맞아서 몸이 힘들어져 평소 걷는것도 힘들어하시던 삼촌이지만, 함께사는 배우자를 생각하시며 챙겨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15시,
급하게 전화가 옵니다.
"어디까지 갔어요? 지금 어디쯤이에요?"
삼촌이 전화오셔서 물어보십니다. 기름 넣고 들어가는 길, 깃봉 삼거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삼촌.
"아휴 지난번에 라면 하나 외상한거 돈 줘야지~" 하십니다.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외상은 바로바로 값아야한다는 삼촌, 그 덕분에 즐겁게 다시 출발합니다.
15시 20분,
밑반찬 통이 있는지 확인하러 양쪽 집 모두 가봅니다. 아직 꺼내놓지 않은 어르신들.
다음주 월요일날 다시 한 번 방문해서 수거해보기로 합니다.
15시 35분,
날이 엄청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어르신꼐서 밀차를 끌고 나오십니다. 더 나오시기 어려울 것 같아 차를 갖고 마당까지 들어갑니다.
어르신 필요하신 물건 고르실 동안 아랫집 어르신, 밑반찬 통 가방 갖고 오십니다.
밑반찬 통 주시며,
"김치 아주 맛나게 잘먹었네~" 하십니다.
그러곤 어르신께선 5만원권을 꺼내시며 필요하신 물건을 사가십니다. 그 전에는 잘 사지 않으셨지만 밑반찬을 받으시고나서는 종종 거래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미안하신 마음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고 거래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장터에는 날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이웃주민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주에는 비가 올까요...? 비를 본지 오래되어 땅이 가물고 있습니다. 더 마르기전에 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