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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박 2일 대구 나들이길에팔공산을 찾았었다.동화사입구에서 출발하여비로봉, 동봉까지 올랐다가시간이 부족하여 서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컸었다.이번에 3박 4일 대구 나들이 여정이 잡혔다.사무실에서 일찍 나온다해도해가 짧은 시기라 고민이 많았다.더군다나 지난 산행에서눈 때문에 분투했던 기억까지 있다.동대구역에 도착, 숙소를 정하고목적지 입구에 도착하면 세시간 남짓 시간이 있다.지난 아쉬움을 떠올리며 욕심을 내본다.전 날, 광장시장 인근 등산용품점에 들러아이젠과 스패츠, 스틱을 구입했다.숙소를 정하고 버스로 파계사 입구에 도착한다.서남향 팔공산 자락은 능선마루까지눈이 보이질 않는다.하지만 막상 산에 들면 어찌알겠는가.
파계사로 올라가는 초입,'현응대사 나무'로 명명된 느티나무가 서있다.서기 804년 신라시대에 창건된 파계사는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1605년 중건되었다.1695년 조선시대 선승 현응대사가파계사 대비암에 주석하면서 삼창하여 오늘에 이른다.현응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명명하였다.
저 앞으로 매표소가 보인다.파계사는 문화재구역으로일천오백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매표원이 배낭을 맨 내 행색을 보더니'이 추운 날씨에 등산 가십니까?' 묻는다.영하 10도 내외의 찬 기온에다소 늦은 시간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웃으면서 '네' 하고 지나친다.
'팔공산 파계사' 일주문이 보인다.
사찰 앞쪽에 연못을 조성해놓았다.'파계(把溪)', '물줄기를 잡는다.'는 의미다.파계사 주위 계곡으로 아홉개의 물줄기가 흐르는데땅의 기운이 그 물을 따라 새어나가연못을 파 물을 모아두었다는데서 사찰 이름이 유래되었다.갈수기라 물이 많이 없고 추위에 얼어붙었다.
북한산 금선사를 소개하며영조대왕의 탄생 설화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내용을 옮긴다.
'조선 숙종임금 때, 암행어사 박문수가민정을 살피고자 전국을 암행하던 중젊은 스님들이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있는 광경을 보게된다.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숙종에게 고한다.불교를 배척하던 조정에서는 전국 사찰에 명하여닥종이로 만든 한지와산사의 사찰은 석청에 잣을 넣어 진상하게한다.이러한 조치 후 지방 토호세력들도각종 납품을 요구하며 스님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이때 파계사에서 정진하던 용파스님이이를 해결하고자 우여곡절끝에 숙종을 만난다.당시 후사가 없던 숙종은후사를 이을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한다.이에 용파스님은 당시 금선사에서 정진중이던농산스님에게 부탁하여 같이 기도를 올리게된다.300일 정진기도 중 후궁 수빈박씨가 태몽을 꾸고다음 날 왕실로 봉서가 올라왔다.'경술년 6월 18일 세자탄강'과연 그 날 수빈박씨가 아들을 낳았으니그가 바로 조선 21대 왕 '영조'다.이 날 산실에 닿은 서기를 찾아보니금선사 목정굴이었고농산스님은 앉은채로 열반에 들어있었다.영조의 전생이 농산스님이었다 전한다.
숙종이 현응대사의 공을 기려사찰 둘레 40리에 걸쳐 나라에 내는 세금을 거둬들여운영에 충당하도록 명한다.하지만 대사는 이를 거절하고선대임금의 패를 모시게 해달라 청하여 기영각을 짓고선조, 숙종, 덕종, 영조의 위령을 모시게 된다.설법전이다.
유서깊은 사찰이라잠깐이라도 둘러 볼까 싶지만 아쉽게도 짬이 없다.파계재 이정표를 보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사찰 뒷편 등산로 초입,계곡과 면한 가장자리에 돌탑들이 서있다.
기온은 영하일텐데 바람은 자고햇살이 따사로우니 이내 패딩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는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들이 등산로에 널려있다.
지난 가을, 지천인 참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갈빛으로 등산로 한쪽을 차지하고있다.
수질검사표도 없는 약수터가 보인다.바가지가 있고 안을 살펴보니 깨끗하다.가득떠서 들이키는데 시원하다.
앞으로 고개마루, 파계재가 보인다.
왼쪽이 한티재 방향이고오른쪽이 동봉 방향이다.
고개마루에 서는데반대편 계곡을 넘어오는 바람이 강하고 차다.길을 잡아든 오른쪽 능선 등산로에 눈이 보인다.밑은 한낮 포근한 기온에 살짝 녹았다 얼었는데표면은 하얀 눈으로 위장을 하고 덫을 쳐놓은 듯하다.발딛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오르막에서는 눈길을 벗어나 맨땅을 딛는다.눈길을 밟을때에는 걸음이 느려진다.
산행 중 기록을 위해 사진을 꽤 많이 찍는편이다.겨울 산행에서는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은데스마트폰 카메라 조작하기가 쉽지않다.요령이 생겨 전원버튼을 두 번 빠르게 눌러 카메라를 실행시키고볼륨버튼으로 촬영하는데셀카를 찍을때에는 수시로 장갑을 벗어야한다.땀이 조금 찬 가죽장갑에 손을 다시 끼우기가 번거롭다.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해발 991미터, 파계봉이다.
능선에서 산허리를 남쪽으로 돌아가는 길은바람 한 점 없는데 능선이나 북쪽 산허리에서는바람도 세고 기온이 매우 차다.하지만 오르막길에 속도를 내니패딩을 꺼내입을 정도는 아니다.
조금만 더 가면 눈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어리석었다.파계봉을 지나며 아이젠을 꺼내신발 신듯이 등산화에 끼운다.실리콘과 스테인리스 재질의 아이젠이착용하기도 편하고 밀착력도 좋은것 같다.늘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했었는데아이젠 착용을 염두에 두니 이번에는 등산화를 준비했다.
방송사 송신탑이 자리잡고 있는팔공산 정상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그 왼쪽으로 군부대 통신탑도 눈에 들어온다.
내가 걸어 넘어야 될 것으로 짐작되는봉우리들이 연해있다.
해발 948미터 마당재다.대구 올레길 코스에 포함되는지화살표가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눈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북사면이다.아이젠을 착용하니 눈길도 평지나 다름없다.아마도 지난 주말에 등산객들이 다녀간후추위에 찾는 사람이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다행히 눈이 크게 내리지 않았는지등산로 진행방향 찾기는 수월하다.
가마바위봉에 올라 북쪽을 보니 산첩첩이다.
해발 1,041미터, 가마바위봉이다.
정상 송신탑 앞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서봉으로 짐작된다.바로 앞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보인다.파계재에서 탄 능선 산행이양옆으로 가파른 경사면을 두고 이어져그리 선호하는 코스가 아니다.아니 알았다면 피했을 곳이다.
다행히 북쪽으로 산허리를 돌아 나간다.
능선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가녀려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보인다.
서봉이 가까워지니그 위세가 뒷편 정상부를 가렸다.
오늘 등산을 시작하고 처음 만나는 구조물이다.
다 다랐다고 생각했는데표지석은 삼성봉이다.사전 지식이 없었으니서봉까지는 얼마나 더 남았을까 싶다.
정상부가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다가왔다.
삼성봉 이정표에서 남쪽으로까만 오석 표지석이 하나 더 보인다.목적지와 방향, 거리가 표시된 이정표다.단순한 이정표로 보기에는 너무 호화스럽다.바위를 돌아 앞으로 가니 서봉이정표다.서봉의 본래 이름이 '삼성봉'이었다.삼성봉표지석 뒷면에'삼성봉은 신라시대 삼성암에서 3성인이 득도하여 유래된 이름',이라는 설명을 기록, 음각해놓았다.
서봉 정상에서 대구시내 방향을 조망한다.산에 가리고 옅은 안개에 쌓인 도시는잔뜩 웅크려 숨어있는 형상이다.오른쪽 끝 중앙에 구부러진 은색이낙동강을 만나 바다를 흘러드는 금호강 강줄기다.
이제는 하산을 서둘러야한다.수태골을 날머리로 방향을 잡는다.
삼성각이라는 쉼터, 정자다.
'삼성봉'의 유래가 된 '삼성암 터'이다.3성인이 주석하며 도를 구했던 암자는 없다.
하산길이 매우 가파르다.악산으로 분류할만큼 돌이 많다.자연석을 그 자리에 두고평평하게 바위를 잘라 계단을 만들었다.
계곡을 흘러넘친 물이 등산로까지 침범하여꽁꽁 얼어붙었다.다행히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어어렵지 않게 빙판길을 건넌다.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온 보람이 느껴진다.사위는 조금씩 어둠으로 흐려져가는데잘 만들어진 오솔길이 경사도 거의없이 이어진다.
사람은 살지않는것 같다.늦봄부터 늦은 가을까지밭과 과수원을 가꾸며 숙식하는 가건물로 짐작된다.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니어두운 정도를 사진으로는 확인할수 없다.
대구올레길코스 이정표를 만난다.
계곡을 건너는 곳인데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낮이었다면 유유자적 콧노래라도 불어가며한가롭게 거닐었을 좋은 길이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황혼이 아름답다.다행히 이젠 날머리에 다다르니이런 여유라도 생기는 모양이다.
왼쪽이 수태지, 목책 너머 도로가 보인다.
연못, 수태지에 물도 얼어붙어있다.
'수태골' 지명이마을 옆 냇물이 유난히 맑고 깨끗하여 붙여졌다는데혹독한 추위로 몸살을 앓고있는 시절이라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다.
인적이 뜸한 도로에 가로등이 켜졌다.숙소로 돌아가야한다.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데'호출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 는 메시지가 당황스럽다.대중교통편을 검색하니동화사입구까지 1.5킬로미터를 걸어가야한다.등산 막바지에 걸린 부하로 힘들지만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터벅터벅 걷는 길 1킬로미터여 거리에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져있다.인적은 없고 오가는 차량만 몇 대 마주쳤다.굳이 가로등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소 힘들었지만 경관이 썩 멋진 산행이었다.눈으로 보는 장면들은 허무하다.기록과 반추를 위하여 과다하게 사진을 찍는데오늘은 멋진 장관을 보면서도여러차례 지나칠수 밖에 없었다.동봉 너머 갓바위로 가는 능선길은 모르겠지만초보자라면 썩 권하고 싶지않은 코스다.등산기 작성을 위하여 자료를 검색하는데다른 계절의 사진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다른 계절에도 한 번 찾아보고싶다.
등산용 앱인 '루가'를 같이 이용해서산행을 기록하였다.'산길샘'과는 조금 다르다.고도표시와 주요등로 명칭과 지점간 거리 등,굳이 산행자료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고직관적으로도 더 나은것 같다.
첫댓글 이겨울에 겁도없이 혼자서대단하십니다 울 차장님그래도 항상 조심하시기요설명절 잘보네시구요
첫댓글 이겨울에 겁도없이 혼자서
대단하십니다 울 차장님
그래도 항상 조심하시기요
설명절 잘보네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