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佳詩集卷之二十一○第十四 / 詩類 / 三用前韻。答姜景醇判書。
納納乾坤一腐儒。自知如蟹已膓無。飛難有翼追黃鵠。價不同裘集白狐。四海虛名孔文擧。一生拙手梅聖兪。老病孤寒眞自笑。可憐六歲只童烏。
瘦面崢嶸病骨深。百年身世誤朝簪。匡郞上踈亦云老。楊子解嘲空苦唫。白髮已羞簪筆寵。靑山曾識掛冠心。秋風已動蓴鱸夢。明日歸舟載酒琴。
曉攬靑銅鑷二髭。居然悲喜兩相隨。一生知足思榮啓。萬事當頭鑑李斯。歸興狂於綠楊絮。閑愁密似黃繭絲。誰知杜老思君意。一飮區區不癈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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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21권 / 시류(詩類) / 세 번째 앞의 운을 사용하여 판서 강경순(姜景醇)에게 답하다
광대한 천지 사이에 이 한 썩은 선비는 / 納納乾坤一腐儒
게처럼 창자가 없음을 스스로 안다오 / 自知如蟹已腸無
날개가 있어도 황곡을 따르긴 어렵거니와 / 飛難有翼追黃鵠
갖옷이 있어도 백호와는 값이 다르고말고 / 價不同裘集白狐
사해에 허명 얻은 건 공문거나 다름 없고 / 四海虛名孔文擧
일생에 졸렬한 생계는 매성유와 흡사하네 / 一生拙手梅聖兪
노병으로 외롭고 쓸쓸함이 진정 우스워라 / 老病孤寒眞自笑
가련한 것은 다만 여섯 살 된 동오뿐일세 / 可憐六歲只童烏
파리한 낯은 앙상하고 병은 깊어만 가니 / 瘦面崢嶸病骨深
백 년 신세를 관직 생활로 그르쳐 버렸네 / 百年身世誤朝簪
광랑의 상소는 역시 노련하다 이를 만한데 / 匡郞上疏亦云老
양자의 해조는 괴로운 읊조림일 뿐이었지 / 揚子解嘲空苦唫
백발은 이미 잠필의 은총에 부끄럽지만 / 白髮已羞簪筆寵
청산은 일찍이 괘관할 마음을 알았으리 / 靑山曾識掛冠心
가을바람이 벌써 순로의 꿈을 발동시키니 / 秋風已動蓴鱸夢
내일 돌아가는 배에 술과 거문고를 싣세나 / 明日歸舟載酒琴
새벽에 거울 보고 흰 수염 둘을 뽑고 나니 / 曉攬靑銅鑷二髭
슬픔과 기쁨 두 가지가 서로 따르는구나 / 居然悲喜兩相隨
일생에 만족할 줄 앎은 영계기를 생각하고 / 一生知足思榮啓
만사가 당면했을 땐 이사를 거울로 삼노니 / 萬事當頭鑑李斯
돌아갈 흥취는 버들개지에 미칠 듯하고 / 歸興狂於綠楊絮
공연한 시름은 고치실같이 조밀해지네 / 閑愁密似黃繭絲
그 누가 알랴 두로의 임금 생각하는 뜻이 / 誰知杜老思君意
술 한 번 마실 때에도 시를 폐하지 못한걸 / 一飮區區不廢詩
[주-D001] 게처럼 창자가 없음 : 게의 별칭(別稱)이 무장공자(無腸公子)인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훌륭한 경세 능력이나 기백이 없음을 상징한 말이다.[주-D002] 날개가 …… 어렵거니와 : 황곡(黃鵠)은 새 중에 가장 높이 날아 단번에 천 리를 날아간다는 새이다. 전하여 출중한 고재 현사(高才賢士)에 비유한다.[주-D003] 갖옷이 …… 다르고말고 : 백호(白狐)는 하얀 여우털로 만든 갖옷, 즉 갖옷 중에 가장 진귀한 호백구(狐白裘)를 말한 것으로, 전하여 여기서는 이 또한 재능이 출중함을 의미한 것이다.[주-D004] 사해(四海)에 …… 없고 : 공문거(孔文擧)는 후한(後漢) 때의 학자로 자가 문거인 공융(孔融)이다. 그는 당시 천하에 뛰어난 고재(高才)로서 한실(漢室)의 위난을 평정하려는 큰 뜻을 품었으나, 끝내 실패하여 조조(曹操)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후한서(後漢書)》 권70 공융열전(孔融列傳)에 의하면 “공융은 높은 기개를 자부하여 국가의 위난을 평정하는 데에 뜻을 두었으나, 재주는 거칠고 뜻만 원대하여 끝내 공을 이루지 못했다.〔融負其高氣 志在靖難 而才疎意廣 迄無成功〕”라고 하였다.[주-D005] 일생에 …… 흡사하네 : 매성유(梅聖兪)는 송(宋)나라 시인으로 자가 성유인 매요신(梅堯臣)을 가리킨다. 그는 하남 주부(河南主簿), 도관 원외랑(都官員外郞) 등 말직을 지내긴 했으나 일생을 몹시 빈궁하게 살았으므로 그의 시우(詩友)였던 구양수(歐陽脩)가 그의 시집에 쓴 서(序)에 “대체로 세상에 전해 오는 시들은 대부분이 옛날 곤궁한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 대개 곤궁할수록 시가 더욱 공교해지는 것이니, 그렇다면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곤궁한 사람이어야만이 시가 공교해지는 것이로다.〔蓋世所傳詩者 多出於古窮人之辭也 …… 蓋兪窮則兪工 然則非詩之能窮人 殆窮者而後工也〕”라고 하였다.[주-D006] 가련한 …… 동오(童烏)뿐일세 : 동오는 본디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아들로, 매우 총명하여 7세에 자기 아버지의 《태현경(太玄經)》 저술을 돕기까지 했으나 9세에 요절했다. 《華陽國志》 전하여 후세에는 총명하여 요절한 아이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아마 저자의 아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주-D007] 광랑(匡郞)의 …… 만한데 : 광랑은 한나라의 경학자인 광형(匡衡)을 가리킨다. 광형은 한 원제(漢元帝) 때 태자소부로 있는 동안 자주 상소를 올려 여러 가지 편의(便宜)를 진술하여 원제의 가납(嘉納)을 입음으로써 광록훈(光祿勳)에 책록되고 어사대부에 올랐다가, 이어 위현성(韋玄成)을 대신해서 승상이 되고 낙안후(樂安侯)에 봉해졌다. 《漢書 卷81 匡衡傳》[주-D008] 양자(揚子)의 …… 뿐이었지 : 양자는 한나라 양웅을 가리킨 말이고, 해조(解嘲)는 양웅이 지은 문장 이름이다. 양웅이 일찍이 조용히 들어 앉아서 《태현경(太玄經)》을 초하고 있을 때, 혹자가 그에게 도가 아직 깊지 못해서 곤궁한 게 아니냐고 조롱하자, 양웅이 해조를 지어 혹자의 조롱을 해명한 대략에 “오직 적막함만이 덕을 지키는 집이다. …… 나는 묵묵히 홀로 나의 태현을 지킬 뿐이다.〔惟寂惟寞 守德之宅 …… 黙然獨守吾太玄〕”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87 揚雄傳》[주-D009] 잠필(簪筆)의 은총 : 잠필은 관원이 관(冠)이나 홀(笏)에 붓을 꽂아서 서사(書寫)에 대비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전하여 제왕의 근신이 된 것을 의미한다.[주-D010] 괘관(掛冠)할 마음 : 괘관은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은사 도홍경(陶弘景)이 일찍이 남제(南齊)의 제왕시독(諸王侍讀)이 되었다가 어느 날 의관을 벗어 신무문(神武門)에 걸어 두고는 표문(表文)을 올려 사직하고 돌아가 버린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퇴를 의미한다. 《梁書 卷45 陶弘景傳》[주-D011] 가을바람이 …… 발동시키니 : 순로(蓴鱸)는 순채국과 농어회를 말한다. 진(晉)나라 때 문인 장한(張翰)이 일찍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동조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강동(江東) 오중(吳中) 지방의 순채국과 농어회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귀중하거늘,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여 명작(名爵)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수레를 명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92 張翰傳》[주-D012] 일생에 …… 생각하고 : 영계기(榮啓期)는 춘추 시대의 은사이다. 공자(孔子)가 일찍이 태산(泰山)을 유람하다가, 영계기가 사슴 털 갖옷에 새끼줄을 허리에 띠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묻기를, “선생이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하자, 영계기가 대답하기를, “하늘이 만물을 낸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인데 나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은데 나는 남자가 되었으니 이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사람이 태어나서 포대기를 면치 못하고 죽는 아이도 있는데 나는 아흔 다섯 살이 되도록 살았으니 이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天生萬物 惟人爲貴 吾得爲人 一樂也 男尊女卑 吾得爲男 二樂也 人生有不免襁褓者 吾行年九十五矣 三樂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孔子家語 六本》[주-D013] 만사가 …… 삼노니 : 이사(李斯)는 전국 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일찍이 순경(荀卿)에게서 수학하고, 뒤에 진(秦)나라의 객경(客卿)으로 있으면서 시황(始皇)의 천하 통일을 도와 승상에 올랐다. 그 후 시황이 죽었을 때 간신 조고(趙高)의 꾀를 따라 시황의 조서(詔書)를 위조하여 태자 부소(扶蘇)를 폐하여 죽이고 이세(二世) 호해(胡亥)를 세웠다가, 마침내 조고의 계략에 의해 무함을 입어 함양(咸陽)의 시중(市中)에서 요참형(腰斬刑)을 당하고 말았다. 《史記 卷87 李斯列傳》[주-D014] 그 누가 …… 못한걸 : 두로(杜老)는 두보(杜甫)를 가리킨 말이다. 두보는 평소에 애군 우국(愛君憂國)의 충정(衷情)이 남달라, 그의 시에 웅혼하고 침통하고 충후한 뜻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