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씨의 통증이 새벽으로 넘치어 단잠을 깨고 말았다.
용종 몇 가닥과 약간의 조직을 떼어냈다 했는데 요놈들의 불만이 가득하여
잠을 물리고 구파발 산책로에 섰다.
아직 5시인데도 금세 밤이 지워지고 또 하루 '불타는 금요일'의 태양은
북한산 족두리봉 안에서 용트림을 계속하고 있다.
솟대이니 희망이고, 소망 담으니 우리들의 미래가 시나브로 밝음이다.
수양버들 늘어진 산책로 물길에 약간의 봄비 젖었다 시냇물인데도 겁 없는
잉어 세마리가 저희들의 보금자리를 틀었나 보다.
예지력이 출중하여 잉어인데 요놈들- 저 얕은 물 웅덩이에 의지하였으면서도
대저 불안은 떨구어버리고 희망으로 제 살길을 의지한 셈이니 하물며
우리들은 어떠한가?
불확실성이 안개 걷히 듯 사라지고 있으니 각자 서 있는 곳에서 열정(熱情)과
최선(最善)으로 호흡하면 그만일 터, 잉어를 두고서도 화두(話頭)가 열렸다.
수양버들을 지나치면 억센 창포 무리가 다시 반기고, 작년보다 열흘께 먼저
꽃 피운 아카시아들은 이맘때 꽃 중의 꽃으로 벌나비 불러 상춘(賞春)의 멋!
시인마을에서 아카시아 동동주를 담자 하였는데 지지 말고 잠시 피어 있거라.
맨발의 불온함으로 산책 한시간여-
심쿵거리던 위씨도 새벽 공기가 적당했음인지 이내 통증을 멈추고 흙과 더불어
하나이니 요절한 천재화가 전기(田埼)의 벗 조희룡은 그를 묻고서
'흙'을 정없다 서러워하였는데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의 늪에 빠졌음이다.
서른이든 구순이든 생명을 주관하는 하늘아래에서 우리는 보통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흙인 셈이니 '살고 지고~' 염원조차 과유불급(過猶不及)이시네.
출근!
오늘 하루 마무리하여야 할 스케줄들을 정리하고 서류뭉치 안에 빠져들지만
잠시 "흙의 도(道)"를 염탐하였으니 이 또한 감사함이며 즐거움이라!
관내 어르신이 생신을 맞이하셨다.
직원들 위하여 당신 호주머니 안의 물질을 아까워라 하지 않으시는 분이니
인사치레 만으론 죄송하여 행주내동 보리굴비를 마주하였다.
기왕의 축하자리라 편지와 과일바구니 한점도 덤으로 덧붙이고..,
흐뭇해하시는 어른과의 덕담이 자유로 길섶에 흐드러진 이팝나무 함박눈처럼
고웁다.
점심을 마주하였는데도 이따금씩 끓어오르는 통증이 위씨의 지독한 심술인가?
무엇인가 불만이 많은 듯하다.
파장께 어머님이 오셨는데 웬일..,
그제까지 명랑하시던 어른이 오늘따라 안색이 좋지 않으시다.
"무슨 일 계셨어요?"
갑작스레 어지러워 병원치료를 받고 오셨다는 어른인데 여유자금을 예치하기
위하여 일부러 새주를 찾으셨단다.
"다음에 하셔도 되는데.., 오신 김에 건강검진 예약해야겠어요."
망설임없이 검진을 예약하고 배웅하였지만 마음 한곁이 저려오는 것은..,
얼마 전, 췌장암이 확진된 어른은 기로(岐路) 아래에서 방사선에 의지한 체
지금 생사를 가늠하고 계시니 상암DMC 어른들에겐 아직도 춘래불사춘인가?
"끼니 잘 챙기시고 검진날 뵙겠습니다"
홀로 지내시는 어른의 뒷모습이 무겁기만 하다.
지인과의 저녁 선약이지만 술을 멀리하여 오늘밤은 다우(茶友)이시네.
곧 수확되는 햇마늘 홍보를 위하여 상경한 발품이니 텁텁한 탁배기 한사발이
적당한 도리인데 지인의 품성(品性)이 본디 바다를 닮은지라 연잎차 한잔에
무르익은 농사 이야기!
새주를 거쳐 새벽엔 가락동 농산물시장 방문이 계획되었다 하여 일찌감치
숙소를 살피고 귀가를 서두른다.
누룩을 준비하였고-
뒷동산 흐드러진 아카시아꽃을 따둘까...
진달래 고운 넋이
석 달 열흘 배어나서
잔 가득 피는 향기
천년을 이어내린
한 잔 술
도도한 취흥에
말간 하늘 동동 뜬다.
윤성의 시인은 요래 두견주를 예찬하였다.
새주!
아카시아 술 담궈 시인과 노닐까...
첫댓글 몸은 좀 어떠세요~~
오늘 내일까지는 맵고 짠음식은 피하고 죽을 먹으렴
가끔 건강진단 위내시경후 그럴수 있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ㅎㅎㅎ
석운-종미!
걱정 고맙고..,
더불어 건강 잘 보살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