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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의원에서 판피린큐액을 처방전에 기재해 발행한 모습. |
심심찮게 등장했던 쪽지 처방이 진화 양상을 보여 약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이사장 김진수)은 최근 회원 약사 대상으로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매가 가능한 일반약, 건기식의 특정 상품명을 병의원들이 처방한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따르면 병의원에서 처방전에 일반약 등을 기재해 발행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일부는 처방전 이외 쪽지에 특정 일반약과 더불어 건기식 상품명을 기재해 처방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집된 처방전에는 아로나민씨플러스를 비롯해 센트룸 실버, 센시아, 유한비타민씨, 판피린큐 등이 기재돼 발행되고 있다. 처방전에는 해당 약의 복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일부 약국에선 이 약을 판매하기 위해 일반약을 개봉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예를 들어 감기 환자에게 다른 전문약과 함께 아로나민씨플러스를 함께 처방하며 하루 2번 한알씩 7일을 먹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약사는 약국에 비치된 100일분 통약을 열어 조제약과 함께 제공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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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약인 아로나민씨플러스를 처방한 한 의원은 복용 방법까지 자세히 기재해 놓았다. 약국에서는 약을 개봉해 판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약사들은 이 같은 처방전 발행 행태가 병의원과 인근 약국 간 담합을 조장하는 한편, 제약사의 또 다른 리베이트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약국 영역인 의약품 관련 상담 기능을 침해해 일반약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로파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병원을 넘어 대학병원에서까지 영양제나 특정 일반약을 처방하고 있다"며 "처방전에 함께 인쇄해 발행하거나 처방전 이외 쪽지를 환자에게 건네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분명 기본 처방전 서식에도 벗어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이런 처방을 하는 병의원도 문제지만 일반약을 약국이 아닌 병의원에 디테일해 처방을 유도하는 제약사들 역시 문제"라며 "일반약은 약사가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판매하는 영역인데 여기까지 의사가 처방하려 하는 것은 약국의 일반약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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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시아와 유한비타민씨, 센트룸실버 등을 처방전에 기재해 발행한 모습. |
향후 협동조합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복지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하고, 유권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같은 처방 행태가 불법적 요인은 없는지 확인하고, 약국에서의 대처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서다.
김진수 이사장은 "이 같은 처방이 과연 합법적인 것인지, 혹은 담합의 소지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제약사들의 이런 영업방식이 새로운 리베이트 산출은 아닌지 따져물을 예정"이라며 "더불어 약사의 영역을 침범한 일반약 기재 처방전을 받았을 때 이 부분을 빼고 조제를 해도 되는지 여부 등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