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종류나 식품의 재료에 따라 다양한 발효식품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 특유의 성분이나 영양가가 향상되며 기호성 및·저장성 등이 우수해지게 되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식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장류를 들 수 있다. 일찍이 실학자 류중림은 그의 <증보산림경제>(1760)에서 장의 가치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장은 백미의 으뜸이니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고기가 있다 할지라도 맛있는 반찬을 마련하기 어렵고, 특히 가난한 자는 고기를 얻기 어렵더라도 아름다운 장이 있으면 밥 반찬에염려 없으니, 가장된 자는 반드시 먼저 장 담그기를 유념해야 할 것이며 해를 묵혀가며 장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니라'라고 한 바 있다. 이를테면 장류는 우리나라 음식 맛의 바탕을 지켜 왔다고 볼 수 있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 조상들은 여러가지 장류를 갖추어 음식의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음식의 밑 맛 소재로 이용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음식의 밑 맛을 다양하게 내기 위해 장류를 앞세우고 김치류, 젓갈류, 식초류 등에 걸친 4대 발효식품류를 정착시켜 왔다. 장류로는 간장 위주의 장과 함께 된장, 청국장 등이 만들어졌고, 고추가 뒤늦게 건너와 초장 또는 고추장이란 새로운 장류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이들 장류의 용도를 선택적으로 활용해 왔는데, 이를테면 햇간장은 맑은장국에 쓰고, 묵은 간장은 진간장이라 하여 무침음식에 사용했으며, 맛있는 고추장의 조리음식에는 햇고추장을 사용하고, 묵은 고추장은 장아찌용으로 사용했다. 묵은 된장은 된장찌개에 이용하고, 햇된장은 쌈된장으로 사용하는 등 정성과 지혜를 다해 이들 장류를 활용해 왔다. 그 밖에도 장류의 쓰임새는 음식의 맛을 내는 데만 이용되었던 것이 아니라, 김치와 만나 '장김치'를 만들었고, 어육류와 만나 '장조림'을 만들었으며, 채소류와 만나 '장아찌'를 만들고, 떡과 만나면 '장떡'을 만들어 주는 등 실로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맛은 장류가 지배해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밑 맛을 다스려왔던 장맛의 특징은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며 깊은 맛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맛은 동북아 장류 문화권 중에서도 독특한 경지를 개척해 왔는데 이는 콩만으로 메주를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이나 일본의 장맛은 전분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탓으로 단맛과 감칠맛이 지배하고 있다. 한편 장류는 음식의 맛을 뒷받침해 온 것 이외에도 우리의 몸을 살찌게 해 왔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발효식품이다. 이를 테면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육류를 대신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허준은 그의 <동의보감>에서 말하기를 장류의 원천이 되는 콩에 대하여 '위, 장을 덥게 하고, 오래 먹으면 체중이 는다'고 하였으며, 조선시대 중엽의 실학자 이익은 그의 <성호사설>에서 '곡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그 중 콩의 힘이 가장 큰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콩은 단백질 자원으로 오랜 동안 우리의 몸을 살찌게 하여 왔거니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콩으로부터 만들어진 간장, 된장류 등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유효 성분들을 함유하게 되었고 이들 유효성분들은 생리조절활성을 지닌 기능성 물질이라는 점이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1) 간장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만들어 온 재래 간장은 메주로부터 간장과 된장을 함께 만드는 경우이다. 우선 메주 만드는 방법을 보면 가을에 메주콩을 물에 불린 다음 충분히 삶아 절구로 찧고 모양을 만들어, 이것을 방에 수일간 그대로 두어 마르게 되면 볏짚으로 메주 덩어리를 묶어 따뜻한 방안에 겨울동안 매달아 둔다. 봄이 되면 큰 메주덩어리는 반으로 갈라서 작게 만든 다음 볏짚을 풀고 포개 쌓아 그 위를 덮은 다음 방안에서 더 띄운다. 그 이후 이것을 꺼내어 햇볕에서 말리게 된다. 메주덩어리를 따뜻한 방안에 보관하는 동안 볏짚이나 공기로부터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들어가 발육하게 된다. 이들은 콩의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단백질분해 효소와 전분분해 효소를 분비하게 되며, 계속해서 간장에 고유한 맛과 향기를 내는 미생물이 더 번식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소금물에 담그는데, 담그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기온이 달라지게 되므로 소금의 농도나 발효기간도 달라진다. 적당한 크기로 쪼갠 메주덩어리를 항아리에 반 정도 채우고 미리 만들어 놓은 소금물을 가득 채운다. 이것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고 매일 뚜껑을 열어 광선을 많이 받도록 하면서 일정한 기간 발효시킨다. 발효기간이 지나면 메주 덩어리를 건져낸 다음 체로 쳐서 간장을 얻는다. 2) 된장 옛날부터 가정에서 만들어 온 재래된장은 간장에서와 같이 콩만으로 메주를 만들고 이것을 소금물에 담그게 된다. 대체적인 발효가 끝나면 메주덩어리를 걸러내어 액체부분은 간장으로 만들고 찌꺼기에는 소금을 더 넣어 다른 항아리에 재워두면 한국식 재래된장이 된다. 위의 방법 말고도 된장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봄에 담근 된장이 부족할 때 막장 또는 담북장이라 하여 메주에다 소금과 더운 물을 붓고 더운 곳에서 발효시키는 속성된장이 있다. 3) 고추장 고추장 메주는 찹쌀가루를 시루에 쪄낸 다음 삶은 콩에 대하여 약 20%를 섞어 부수어 덩어리를 만들고 재래식 콩메주와 같은 방법으로 자연적인 발효 및 건조과정을 거쳐서 만든다. 이와 같이 만든 메주가루를 찹쌀밥에 섞고 적당한 양의 물을 끼얹어 반죽을 한 다음 따뜻한 방에 덮어두면 호화작용이 일어나 반죽이 묽어지게 된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골고루 섞은 후 항아리에 담아 햇볕에서 일정한 기간 방치하여 숙성시키면 고추장이 된다. 최근에는 고추장을 빨리 숙성시킬 목적으로 효소제를 첨가하는 방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예컨대 엿기름가루를 물에 담가서 당화 효소액을 추출하고 이것을 녹말과 반죽하여 60℃정도에 보온함으로써 당화를 일으키고 여기에 메주가루, 고춧가루, 소금을 넣어 반죽하는 방법 등이 알려져 있다. 고추장은 녹말이 가수분해되어 생성된 당분의 단맛, 메주콩 단백질의 가수분해로 생긴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 고춧가루 중의 capsaicin에 의한 매운 맛 그리고 소금의 짠 맛이 잘 조화되어 고추장 특유의 맛을 내게 한다. 따라서 고추장 원료의 배합 비율과 숙성조건에 따라 성분과 맛이 달라지게 되는데, 고추장은 된장에 사용하는 콩의 일부를 전분질 원료로 바꾸기 때문에 된장과 비교할 때 단백질 함량이 적은 대신 당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추장의 특징은 간장이나 된장과는 달리 그것의 매운 맛에 있다고 하겠다. 고춧가루의 매운 맛 성분은 capsaicin이라고 하는 특수성분에 기인하는데 그 함량은 약 0.01~0.02%이다. 고추장의 매운맛은 자극성이 있어 우리의 식욕을 돋구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며 한국인이 고추장을 애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위장의 점막을 자극하여 소화기관을 해칠 염려가 있고, 한국인에게 위암이 많은 것은 이러한 자극성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고춧가루의 빨간 색깔은 capsanthin이라 불리는 카로티노이드에 기인하며, 비타민 A의 효과를 나타내는 카로틴은 황색을 띠게 된다. 4) 청국장 청국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대표적 전통 발효식품 중 하나지만 그 특유의 시큼한 냄새 때문에 현대인의 식탁에서 점차 기피되고 있는 식품이다. 이 같은 청국장 발효의 주역은 Bacillus subtilis란 세균인데 일명 고초균이라고도 불린다. 이 균은 대두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분해하여 작은 조각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주므로 대두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을 높여주게 되는데, 최근에는 장내 부패균의 활동을 약화시키고 병원균에 대한 항균 작용을 나타내는 subtilin이라는 항생물질을 만든다고 인정되고 있다. 또한 인체에 이로운 이 균이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부패균이 만드는 각종 발암물질이나 암모니아, 인돌, 아민류 등의 생성을 감소시켜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청국장은 전통적인 방법의 경우 콩을 물에 불려 삶아서 이를 볏짚과 섞어주므로 볏짚내의 균주가 삶은 콩으로 이동하여 발효가 일어나게 된다. 37~42℃의 온도에 80%의 습도를 유지해주면 2~3일 정도 지나서 콩의 표면이 발효되고, 갈색이 진해지면서 끈적끈적한 하얀 실이 생기게 되는데 이 실이 많이 생길수록 좋은 청국장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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