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名山) 골짜기마다 전설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덕유산 깊은 계곡에도 전설의 흔적이 있습니다.
당초 가려했던 설악산 비선대를 악천후로 취소하고 전북 무주 구천동계곡길로 방향을 틀었을때 그 길 이름이 바뀐 걸 알았습니다. 어느새 이 길은 '어사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1732년 조선 영조시대 별건어사로 전라도 지역의 기근을 탐하여 보고하라는 명을 받은 박문수가 '권선징악'의 활극을 펼치고 동네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지금의 월음령을 넘어갔던 길이 바로 어사길이랍니다.
길의 들머리인 인월담 아래에 살던 주민들이 걷는 옛길이 어사길로 탈바꿈한 겁니다.
길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묘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길 자체의 아름다운 풍광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망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길은 걷는이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는 검증된 옛길입니다.
덕유산밑 삼공탐방지원센터 넓은 주차장은 수도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때문인지 잘못 찾아온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널널했습니다.
여름철이면 주말이 아니더라도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조선시대부터 여름명소로 소문난 곳이지만
지금은 한적한 분위기입니다. 코로나팬데믹이후 '뉴노멀'이 가져 온 새로운 풍경입니다.
'처서'를 하루 앞둔 주말, 마치 비를 머금은듯 잔뜩 찌푸렸던 회색빛 하늘은 덕유산에 도착하자 푸르고 밝아졌습니다. 게곡을 탐방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어사길은 구천동 33경 가운데 16경 인월담 부터 시작됩니다.
좌측에 계곡을 끼고 그 늘진 숲속으로 접어들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를 지나갑니다. 지금은 25경 안심대까지 옛 선인들이 걸었던 오솔길과 돌계단을 그대로 살려 옛길을 복원했습니다.
가장 매혹적인 구간은 인월담을 지나 비파담까지 구간입니다. 풍성한 물소리가 넘쳐나는 맑은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걸을 수 있어 숲이 주는 청아함과 계곡 길의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느릿느릿 숲 속을 걸으며 물소리와 새소리의 청아함에 취하다보면 자연을 접하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마힐로 회원들이 인월담을 들머리 삼아 '어사길'을 출발하고 있습니다.
장마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나 숲은 쾌적하고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오랜 장마 때문인지 구천동 계곡은 수량이 많고 바닥이 비칠 만큼 깨끗했습니다.
청류동 목교위에서 인월담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비홍.
인월담은 신라 때 인월화상이 절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라 해서 인월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반석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소를 만들고 다시 바닥에 깔린 암반 위로 미끄러져 비단 폭을 이루는 경관이
일품입니다.
청류동을 배경으로 선 현우님.
청류동은 안으로 홈을 이룬 암반 위로 맑은 물이 얇게 깔려서 흐르는 곳입니다.
가을에 단풍이 짙으면 그 물이 붉게 변해 주변 일대가 별천지가 됩니다.
덕유산 깊은 계곡의 적막과 외로움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것은 처연하리만큼 아름다운 산수입니다.
"구천동으로 오길 참 잘했어요"
사이클동호회에서 속리산 가자는 것을 뿌리치고 마힐로를 선택한
비홍의 뿌듯한 표정.
"오랫만에 멋진 계곡을 걸으니 너무 행복해요"
활짝 웃고 있는 느티나무아래.
"뛰어들고 싶은데 갈 길이 멀어 안되겠쥬~~"
비파담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비파담은 비파 모양을 닮아 이름이 붙여졌으며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비파를 타며 놀았다는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골짜기마다 박힌 우람한 바윗덩어리 사이로 말없이
굽이치는 구천동계곡, 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적이 드믄 요즘은 물소리 새소리를 벗삼아
언제가도 조용히 사색하며 걷고 싶은 호젓한 계곡길입니다.
'지혜의 문'이라고 이름이 붙은 바위 사이를
지나가면 또 다른 진경산수가 펼쳐집니다.
월음령 계곡과 백련사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합류하고 쏟아내는
폭포수가 담을 이룬 구월담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 마힐러.
자연미 넘치는 바위덩어리들을 휘돌아 작은 폭포수와
투명한 웅덩이들이 이어진 자태가 소박한 멋을 풍깁니다.
"이런 좋은 카페에 진작 데려오지 그랬어~~~"
금포탄 주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잎클로버와 예비회원.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류에 탁족을 하며
느긋하게 쉬고 있는 산과들.
심각한 얼굴로 금포탄 계류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느티나무아래.
"먼저 한번 물속에 들어가봐요~~"
비홍에게 '알탕'을 권유하고 있는 산과들.
"바로 이 맛이야~~~ 자네도 들어오게나..."
알탕을 하며 산과들에게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비홍.
"역쉬 여름 계곡에선 알탕을 해야 제 맛이쥬~~~"
알탕의 즐거움에 대해 논하고 있는 비홍과 산과들.
"남자들은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가있어~~~"
대학시절 산악회 멤버였던 '산 아줌마' 느티나무.
"빙수처럼 차갑지만 더위는 싹 가셔요~~~"
알탕대열에 합류한 '아마조네스' 동추와 느티나무.
"이럴때 야성미를 보여줘야지~~~"
회원들의 앞에서 트레킹과 사이클로 다져진 굵은 허벅지를
과시하고 있는 비홍.
다시 반화점인 백련사를 향해 길을 재촉하고 있는 마힐러들.
인적이 드믄 데크길 아래를 바라보면 암반이 깔린 계곡에
아담한 폭포수와 못이 심심치않게 나타나 속이 후련해 집니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비경을 이루는 청류계.
신라 신문왕때 창건한 백련사 입구.
백련스님이 초암을 짓고 수도하던중 마당에서 흰 연꽃이 솟아나와
절을 창건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백련사 부도군으로 종처럼 생긴 사리탑입니다.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동추.
맨 뒷편에 보이는 것이 산신각이고 그 옆으로 향적봉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등산객들은 무주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면
향적봉까지 걸어갔다가 주로 이 길로 내려옵니다.
여름꽃이 화사한 요사채앞 바위에서 포즈를 취한 산과들2.
세잎클로버와 친구.
걷는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점심식사할때 겨우 얼굴을 봤습니다.
덕유산 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백련사 요사채는 워낙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 터를 잡아 마루에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될 듯 합니다.
백련사 대웅전 뒷편 그늘진 단청 처마밑에서 포즈를
취한 비홍, 산과들부부, 짱가, 세잎클로버 일행.
"여보! 오래도록 추억이 될 인증샷 남기자~~~"
산과들 부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백련사 경내에서 동추.
"남희씨~~~ 제대로 한장 찍어봐봐...."
비홍에게 인생샷 하나 남겨주고 있는 느티나무아래.
첫댓글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코로나가 빨리 없어지고 예전처럼 자주 트레킹 다녔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운동은 늘상 하지만 모처럼 깊은계곡을 걸으니 몸이 가쁜해요.
코로나에 신경쓰지않고 회원들과 함께 마음껏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하고 있어요.
다녀오니 역시나 좋군요.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네요.
이전의 생활로 정녕 못 돌아가겠지요?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세상.
모든 분들 조심 또 조심 하세요.
언젠가는 정상을 찾을 날이 있겠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열심히 걸어야죠. 늘 건강관리에 유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