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제주 라이딩은 일단 한 바퀴 도는게 목적이었다.
제주 방문은 일일히 세기 힘들 정도지만
라이딩은 처음이니 하나의 원을 이어 나가는게 목적이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라는게 있는데
그 코스만 따라가면 시내주행하는 서울 시내 라이딩과 별다를 것이 없다.
간간히 올레길 따라 들어가니 멋진 곳이 있다는걸 알았다.
2021년 5월..
옆지기 쎄실과 최대한 올레길에 가깝게 일주하는게 목적이었다.
20키로 가까운 구닥다리 렌탈 엠티비를 메고 지고 송악산 굽이굽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결국 렌탈한 자전거의 정비불량으로
충분히 올레길에 붙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환상길 종주와 올레길 즐기기라는 소정의 목적은 이뤘다.
2022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4박5일..
이번엔 못 가본 부속 도서(비양도 차귀도)와 오름 라이딩이 구미를 땡긴다.
마라도 가파도 우도는 이미 가 보았으니..
입도 첫 날 애월까지 밤바다 즐기며 달린 다음 날 아침..
제주의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인다.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봄날 촬영한 비양도에 첫 배로 도착.
보말죽과 시원한 물회..그리고 청보리 막걸리 한잔 곁들이고 비양도 탐사 시작.
바다 건너 한라산이 높은 구름과 함께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양도 정상 등대 오르는 길..
라이딩하고 있지만 태반이 끌바 멜바다.
그래도 작년 렌탈 자전거에 비하면 무게가 양반이다.
비양도 둘레 길.
비양도는 걸어서도 30분 정도면 끝나는 작은 섬 속의 섬이다.
세나개 출연했던 코나..
연예인 아닌 연애견도 만나 보고.
이번엔 차귀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지역이라 잔차는 못 들어간다.
40분 정도 비범한 자연경관을 관광하며 트레킹한다.
등대봉과 정상 사이의 갈대밭도 아름답고
자연이 빚은 해안절벽과 독수리 바위 형상이 멋드러진다.
불어와 온 몸을 감싸는 바람은 어쩜 그리 찰지던지..
흐린 날씨에 석양을 포기하고 돌아서려다
30분 넘게 버티고 받아낸 보상.
차귀도의 노을이 회색 구름에 그림 그리듯 번지더니 이내 무채색으로 마무리한다.
셋째 날..
새별오름부터 시작하려는데
안개가 앞을 가로 막는다.
결국 성 이시돌 목장에서 브런치와 산책 묵상으로 시간을 보내다 새별오름으로 향한다.
꼭 이곳은 안개가 자욱할 때만 방문하게 되는지..
보시다시피 급경사를 끌바로 올랐건만
11시 넘도록 새별오름은 모습을 안보여준다.
정상 표지석에서 사진 한 장 찍고 하산.
새별오름에서 금악오름 가는 길에
남의 농장에 들어가 헤매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에 반하기도 한다.
결국 금악오름 정상.
금악은 새별과 달리 구름에도 불구하고 시계가 깨끗하다.
쎄실 손가락 끝이 비양도.
차귀도도 멀리 보이고
구름에 둘러싼 한라산도 어렴풋이..
사실 오름 위에서의 라이딩은 금지사항이다.
단지 이 사진은 사진촬영을 위한 연출일 뿐..
그러나 기분은 그 이상이다.
오름라이딩을 마치고 작년에 반했던 올레 8코스로..
이태리 산토리니를 연상케하는 해안풍경과 입맛 끌리는 칼초네피자를 찾아간다.
오후에 다시 들린 새별오름..
아침엔 그리도 수줍어 하더니만
멀쩡한 얼굴로 나타난다.
남는 시간 할애해서 수국 만발한 카멜리아 힐에서
소원나무에 기도도 하고
멋진 잔디밭에서 여유도 부리고..
백의민족 흰옷을 연상하는 수수한 수국만 보았는데
갖가지 화려한 색상과 모양으로
수국이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한다.
넷째 날 새벽..
제주의 일출시간은 5시 27분이다.
4시부터 깨어나 돈네코에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레이싱하듯 40분만에
다랑쉬오름에 도착.
물론 잔차가 아니라 차로.
다랑쉬 오름은 잔차 메고 올라갈 곳이 아니다.
미친놈 소리를 각오하면 모를까..
앞에 있는 아끈다랑쉬로 숨이 목구멍에 차도록 뛰어오른다.
하늘과 바다는 일출 준비를 끝냈는데
아직 산아래라니..
다행히 일출 전에 오름 정상에 도착.
이후 벌어지는 20분 간의 자연의 쇼는 감동이라는 표현 자체가 격이 안맞는 단어다.
작년 울산 포항 라이딩 중에도 멋진 일출을 보았지만
내 생애 이런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한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자 태양을 향해 헤엄쳐 가는 형상이 보이나요???
숙소로 다시 돌아와 정비하고
서귀포에서 제주를 향하는 라이딩을 한다.
작년 미처 충분히 못했던 올레길을 따라..
이상한 행성 탐사하듯 잔차를 들고 메고 끌고..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올레길 풍경이 있기에..
입 아프게 설명하기 싫을 정도다.
직접 꼭 제주라이딩을 가시면 이 코스를 가 보시길..
뭐..트레킹을 원하신다면야 고생은 덜 하겠지만 안장 위의 묘미는 못 느끼리라.
제주 동남쪽의 트레이드 마크 성산 일출봉.
성산에서 하루 더 묵은 후 마지막 5일째 라이딩 시작.
작년 인생 샷 건진 바로 그 카페에서 진한 커피향과 쵸코 바른 바게뜨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
바다도 싱그럽고
윤곽 선명한 한라산도 멋지고..
이번 제주 라이딩의 대미를 장식할 서우봉에 도착.
포장해 온 아아와 스콘으로 나름 분위기도 잡아 보고 라이딩 포즈도 잡아본다.
뭐 또 잡을건 없나?
이상하게 마지막 사진 몇 장이 꼬였지만
뭐 어떠랴.
함덕 해수욕장의 물빛을 닮은 제주에일로 목을 축이고
해수욕장 변 팔각정에서 잠깐이지만 코골이하며 눈을 붙인다.
이후 조천의 아기자기 돌담 올레길 놀이를 즐기며 제주공항에서 길을 멎는다.
3년 째 오는 제주 라이딩이지만
계획 잡는 날부터 가슴은 셀레인다.
뭔가 하나씩 덧붙여도
결코 지저분하거나 어지러워지지 않는 그림이 완성된다.
역으로 라이딩의 기대감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게 제주라이딩이다.
다음 라이딩엔 책 한 권 옆에 끼고
카페 점찍기가 어떨까 상상해 본다.
멋진 카페 들러 읽다가 졸다가 또 라이딩하다가..
후기 끝----------------------------------------------
사진이 워낙 많아 정리하다보니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몇 장 더 있어서..
겹친 사진 있어도 너그러운 맘으로 봐 주시길..
사진이 너무 많아 정리만 몇 시간..
비양도 돌담길
비양도 호니토(용암이 올라 오는 줄기)
차귀도
치귀도 등대
차귀도 독수리 바위
성 이시돌 목장
논짓물 해변
대평 포구 카페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에서
첫댓글 카페 점찍기 동참합니다
좋은 추억 남기시고 아침 해 잘 봤어요
목야라에서 만나요
예전엔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엔 사찰이나 군부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더라구요..ㅎㅎ
문득 든 생각이지만 카페 점찍기도 멋진 여행이 될거 같아요.
이제 또 계획을 잡아야 하는건가요???
두분 제주 라이딩~~
정말 멋져요.
일출이 장관이네요.
세레나님 부부처럼
옆지기가 같이 라이딩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오름 정상에서의 일출은 해변의 일출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마치 4중주 합주단과 오케스트라 웅장함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그 날의 하늘은 한 줄기 구름이 휘갈겨진 멋진 그림이 더해져
감격 또 감격했습니다.
기행문(?)이 이제까지 본중에 세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글입니다.
사진은 몰론 해설과 느낌마저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냈기에 그곳에 가고픈 마음이 절로 듭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글로 표현 못한 아름다운 광경이 너무 많았고
즐거움 또한 넘치고도 남았습니다.
제주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었는지 다시 느끼고 왔습니다.
참말로 멋있네요^^
앞바퀴로 잡으신 태양은...
다음날 내품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ㅎㅎㅎ
풍요로운 여행 축하드리며
달달한 후기 맛깔스런 그림들 즐감합니다
여의주를 탐내는 용을 자전거 앞바퀴살 그물로 잡고자...ㅎ
자연이 예술입니다.
인간은 게중에 하나의 소품일 뿐..
사진을 보면서 저는 언제 가보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 잘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순정님은 제주도 아니라 스톡홀름 준비하고 있잖아요.
실제 열매를 입에 넣는 순간도 감격이지만
열매를 맺게하는 과정도 행복이랍니다.
스톡홀름에서 만나요..~~
2년전인가 함께한 제주여행이 잊지못할
추억으로 많이 남아있는데
즐거운 여행사진 잘 보고 갑니다
2년 전 제주 환상 라이딩, 즐거웠지요.
그 라이딩이 뼈대가 되어 지금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라이딩도 업그레이드 해야죠..~~
정말 멋지네요 ㅎ
미국 서부의 불타는 노을을 연상케하는
웅장한 자연의 쇼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입장료는 땀방울 몇 개..
행운도 함께 한 여행이었죠.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ㅎ
자세한 해설과 아름다운 사진을 보니까 내가 마치
제주도잔차여행을
다녀온 착각에 빠져봅니다
십여년 전에 비앤피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제해일라(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라이딩)을 다녀왔는데 그 때는 번짱님 뒷꽁무니만 따라다녀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다녀왔습니다
이번이 자전거로는 세번째지만 아직도 제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주는 신선함이 남아 있습니다.
구석구석 찾아 다니는 묘미도 있구요.
계획 잡으셔서 떠나 보세요..~~
요즘 드라마 '우블'에서 제주도의 멋진 풍경이 많이 나오던데, 그러다가 어느날 병원문 닫고 제주도로 훌쩍 떠나시는건 아닌지요?
덕분에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반하게 되었답니다~ㅎ
마음은 수십 번도 더 떠났는데 몸이 말을 안듣네요.
어쩌면 매일 보지 못하는 풍경이라 더 감동을 받지않나 합니다.
그렇게 받는 보상이 더 클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