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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을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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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계면 사랑방 스크랩 남도 땅1박2일 여행길
허철욱 추천 0 조회 57 08.03.13 00:03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섬진강에는 시심이 있고 박경리 문학관에는 혼이 있다.)

 

30년 직장지기 퇴직동인 자우회 모임에서, 10명이 등산가방 하나씩을 둘러 메고 , 고속도로를 바람처럼 달려 남도여행길에 올랐다.우리가 가고있는 여행코스는 전문 산악회에서 다니는 광양 백운산과 섬진강변의 매화축제와 더불어 구례 산수유축제를 답사하는 코스와 같다. 오전 11시가 넘어 등산이 시작된다.   백운산밑의 주차장에서 백운사까지 경사진 포장길을 따라 한참 오르다 보니 산길에 접어든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나와 호남정맥을 이룬 백운산(1218M)은 섬진강을 사이에두고 지리산과 마주하고 솟아있다.   서울 인근의 산과 사뭇다른 백운산은 900여종의 희귀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한라산 다음으로 많은 수종이 서식한단다.

서울 인근의 산에서 매주 산행으로 단련한 지기들은 끝없이 이어진 계곡과 능선을 따라  땅 밖으로 드러난 산죽 뿌리를 밟으며진군을 계속한다. 아침7시에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하여 중간 휴게소에서 유부국수로 배를 채우고  배낭에 싸온 떡을 나눠 먹어서인지 시장기를 느끼지 못한다.

산을 잘 타는 몇몇을 제외하고 몸이 육중하거나 모처럼 산행에 나선 지기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1200고지의 산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쉼이 잦아진다.

 

중간중간에서  과일과 쪼코?으로 피곤을 달래고 땀을 씻어 내며 앞으로  전진한다. 용소에서 오름을 시작해 백운사-정상-진틀마을로 이어진 산행코스에는 고로쇠나무마다 수액을 채취하는 빨판을 달고 가느다란 물호스가 광케이불처럼 이어져 아래로 내려올수록 굵어진다. 철이 지나서인지 수액은 거의 나오지 않고 폼만 잡고있다. 정상은 웅장한 바위인데 세찬 바람에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모아본다. 어디에선지 까마귀떼가 날아들어 우리를 반긴다. 정상에 앉아 흘린 땀 만큼이나 뿌듯한 기쁨을 맛보며 우뚝우뚝 솟은 주위의 연봉들을 바라본다.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 오후2시쯤 음식을 나눠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골짜기에는 아직도 눈 얼음이 그대로이고 정상 부근은 아직도 봄이 멀다.

 

지친 다리가 얽혀 연신 엉덩방아를 찌며 하산이 시작된다.  수피가 아름다운 노각나무 숲과 키가크고 수령이 오래된 철쭉군락을 만나고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호스가 어지러운 골짜기에서 맑은 물로 목을 축이고 얼굴과 손도 씻어본다. 포장된 도로가 계곡옆으로 나 있는 길을 한참내려오니 민박촌이다. 민박집에서 샤워를하고 산채나물과 염소고기로 건배를 하며 저녁을 든다. 하루의 노곤함을 후끈하게 달궈진 방에서 들척지근한 고로쇠수액 반말을 시켜 풀어본다. 어둑해진 저녁 산밑의 바깥공기는 차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백운산의 하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날 아침 일찍 광양시내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매화 꽃 구경에 나선다. 섬진강하구 물길을 따라 건너는 하동이요 이쪽은 광양인데 강폭은 넓고 고운 모래와 푸른 물은 한폭의 그림이다. 강가에는 정자가 있고 매화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흰 꽃으로 뒤 덮인 청매실 농원이 경사진 곳에 펼쳐진다. 청매실 농원은 1931년 1대매실 농사꾼인 김오천옹의 뒤를 이어 며느리 홍쌍리여사가 경영하고 있다.

1만 3천여그루의 매화꽃으로 뒤덮인 이곳은 15만여평이란다.  매화꽃 구경길에서 배꽃같기도하고 벗꽃같기도한 매화꽃은 흰 면사포쓴 새색씨같이 수줍고 아름답다.

 

매화꽃은 벌과 나비가 ?아오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 추위가 다 가지 않은 경칩이전에 꽃을 피우고 가지마다에는 적막하고 차거운 혼이 어렸다고 옛시인은  노래했던가! 눈속에 피는 매화는 설중매(雪中梅)다. 홍쌍리 여사는 매화꽃피는 시기에는 관광객을 받고 매화나무열매 매실로 만든 엑기스와 음료 된장 장아찌 동동주 아이스크림 한과등을 판매한다. 축제기간에는 각종음악회와 공연이 있고 마당놀이도 펼쳐진다. 매실지기 80년에 매화나무 고목은 족히 100년은 됨직하다. 밑둥이 고목이 된 매화나무인데도 꽃이 핀 가지는 새로나와 싱싱하고 매끄럽다.

 

홍쌍리여사는 전지가위들고 장갑끼고 매화밭에 가면 매화나무들이 어미의발자국소리를 듣고 손잡아달라고 할만큼 친숙한 나무들이다. 경사진 길을 따라 한바뀌 돌면서 언덕에 오르니 잔잔하게 봄빛을 띤 섬진강이 눈에 들어온다. 흰매화꽃 너머로 보이는 섬진강은 산과 마을을  끼고 백사장을 적시며 유유히 흐른다. 매화나무는 수분수나무 20%가 있고 벌과 나비와 새들이 화분을 옮겨 열매를 맺는단다. 홍쌍리여사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신다고 하는데  초여름 자운영 꽃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온 천지가 그렇게 아름다울수 없다고 한다.   홍쌍리여사의 삶의 터전은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청매실 농원을 뒤로하고 양쪽이 산이요 옆은 강인 남도길을 따라 북상한다. 길건너 하동땅 최참판댁 가는길 간판이 보인다. 강옆에는 소죽이 무리지어 푸르름을 더해주고 차밭이랑도 간간히 보인다. 강폭은 넓고 강물은 반짝이며 흐르니 시심이 우러난다. 강으로 내려가 흰 모래밭을 맨발로 걷고 맑은 물에 발을 담궈보고 싶은 마음 일렁인다. " 나혼자 밭매다가 호미만두고 보이지 않거들랑 예쁜 아가씨 손잡고 섬진강 봄 물길따라 매화꽃 구경간줄 알그라!"라는 시인의 시귀가 흥얼거려진다.

 

자동차는 다리를 건너 다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간다. 하동땅에 접어들어 박경리 문학관의 주차장에서 발길을 내려 놓는다. 박경리 문인의 토지의 무대가 된 이곳 평사리는 관광지가 되었다. 민가를 지나 최참판댁 입구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칠성네 귀녀네 집들을 지나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의 집에 도착한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 뒷간 연못 최참판댁은 옛날 우리의 반가가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참판댁 뒤켠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은 지리산을 배경으로 쓰여진 다른 작가들의 작품소개와 박경리씨의 작품이 소개되어있다.

 

 

 

 

 

"나비야 청산가자" "김약국의 딸들" "은하수"등 주옥같은 수많은 작품을 쓴 박경리씨는 원주에 문학관을 짓고 채마밭을 가꾸며 젊은 문인들의 작품활동을 돕고있고, 본인은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위해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한다. 박경리 문학관을 나서면서 네모난 현관 문에서 바라본 지리산밑 평사리 들판은 한폭의 수채화며 소우주다. 경지정리를 한 논에는 봄보리가 파랗고  소나무 푸른빛 옆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은 천천히 흐르고 산들은 멀찌감치 육중하게 자리잡고 말이없다. 나는 이 사각문을 통해 소우주를 표현하려고 한 박경리문인을 만나고 우주란 광대무변함속에 균형을 이룬 공간임을 확인한다.
 
다시 봄햇살이 밝은 섬진강변을 따라 구례 산수유꽃을 보러 길을 재촉한다. 나이가 같은 쥐띠친구지기들은 우리의 산하와 우리의 들녁을 지나면서도 새로운 감흥과 섬진강의아름다움에 노래가 절로 나온다. 나의 살던고향에, 산유화, 창도 흥얼거린다.
 
500리 섬진강 물길은 전라북도 진안- 백운 팔공산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관촌 신평 운암 강진 덕치와 순창-적성 유동을지나고 남원-대강 금지를 지나 곡성-오곡을거쳐 구례-문척을 돌아 수많은 소하천과 합류하면서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섬진강은 수량이 많아서도 물줄기가 빨라서도 폭포가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산과 들과 모래밭을 돌고 돌아 천천히 흐르고 강 곳곳의 자정작용으로 프르름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섬진강은 산과들 사이로 흘러  접근하기 쉬워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다정한 강이다. 강둑이 없고 하류는 모래가 많아 다사강(多沙江)이라고도 한다. 이강도 우리민족의 애환과 함께 임진란과 625의 아픔속에 숱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때로는 멋드러진 농요가락과 전라도 창이 어우러지며 때로는 한과 눈물이 범벅되어 강물에 흘린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구례 봉남리 산수유 꽃밭에 들어서니 노란 색동저고리 옷입은 산수유 꽃이 만개하여 온들이 노랗다.  열매는 빨간색이지만 꽃은 노랗고 나무는 매끄러운 껍질로 덮여 가지를 많이 뻗는다.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로 쓰이며 과육을 차로 끓여 장복하면 장수한다고 한다. 전망대에 올라 산허리와 들녁에 가득한 노란 꽃을 보며 어릴적 울타리 옆 무성한 산수유 나무에서 빨간열매를  따먹다가 시고 떫은 맛에 뱉어버린 기억이 새롭다.
 
지리산 온천 노천탕에서 발가 벋은채 일광욕을 즐기고 넓은 온탕에서 뜨거운 물에 자멱질을 두어번 하고나니  피로가 한결 가신듯하다.  산은 높고 강은 푸르고 몸이 상쾌하니 여행길이 한층 더 즐겁다.
 
구례에서 남원으로 가는 길 섬진강 폭은 좁아지고 지기들도 졸음이 ?아온다. 한참을 북상하다가 내친김에 춘향이도 만나고 가자는 청원에따라 광한루원에 들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애얘기 창 춘향전은 남원 사또의 아들 이몽룡이 기생 월매의 딸 춘향이의자태에 반해사귀다가 장래를 약속하고 한양으로 떠났는데, 새로 부임한 변사또가 춘향이의 미색에 반해 수청들라하나  한몸으로 두남자를 섬길수 없다하고 장래를 약속한 님이 있으니 수청들지 않고 절개를 지켰다.  옥에갇힌 춘향이를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구출해 낸다는 고전이다.  광한루에 원자를 붙여 정원임을 알리는 솟을대문에 들어서니 키큰 나무들이 오래된 정원임을 알린다.  춘향이의 영정이 그려져 있는 사당과  큰 누각과 오작교 밑을 헤엄치는 잉어떼가 눈길을 끈다. 월매와 향단이가 기거하던 주막에는 김삿갓(김병연)의 휘호가 있는 팔폭 병풍이 눈길을 끈다. 현대식으로 그네를 만들어 놓고 춘향이가 되어보는 여인들의마음을 읽어본다.  홍매가 핀 광한루원에는 춘향이의 자태와 절개가 그네와 함께 나부낀다.
 
섬진강에는 시심이 있고 박경리 문학관에는 혼이 있고 춘향이는 항상 우리의 애인이니 자우회원 10명이서 같이한 여행길은 장년의 나에겐 큰 줄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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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3.13 06:21

    첫댓글 허철욱 선배님 퇴직동인 자우회 나들이 즐거움이 충만한 하루가 되었겠습니다.

  • 08.03.13 19:32

    그~쯤음에 누릴수있는 자유 만끽 구례에 산수유꽃 지리산 노천 온천탕 낭만을 마음껏 즐기고 오신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산속에서 하루밤 싱그러운 공기속에서 10년은 젊어졌을겁니다 ...부럽당........

  • 08.03.14 14:08

    허선배님의 글 섬세하고 주옥같습니다. 동반등산하고 싶습니다. 남쪽에서 봄내음새를 물씬 풍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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