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명성산
일시 : 2008. 6. 1. 맑음
인원 : 40여명
위치 : 강원도 철원군
안내 : 대구 산앙 산악회
코스 : 산안고개 - 명성산-산각봉-팔각정-비선폭포-산정호수
소요시간 : 5시간 35분(출발 11:10-종료 16:45)
한 더위가 오기 전에 어쩌면 산 하나라도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게 요즘 내 본심이다. 유월 첫째 주 일요일 산행은 강원도 명성산이다. 어제 밤엔 TV 프로그램 ‘콘스터 7080’ 노래를 듣다 그만 늦잠이 들었다. 때문에 아침 세수도 못한 채 빈 배낭으로 달려 와 김밥 두 끼를 사서 든다. 성서 홈 프라스에 버스가 도착하니 송 대장이 싱글벙글 버스에 오른다. 대장은 차에 오르자 “가이드가 서서가면 제일 기분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다. 버스는 충주휴게소에서 쉬고 남양주에 도착하니 아파트 건립이 한창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수만호 속출하건만 분별없이 저렇게 대량으로 건립하면 회사의 부도율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이상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울려서는 안 될 주택정책이다. 내촌 휴게소에 도착하니 숲속의 골프장과 별장이 마치 외국에 온 기분이다. 아마 서울의 갑부들이 즐기나 보다. 버스가 가평군을 지나니 운악산이 보인다. 저 산 역시 나에겐 아직 처녀 산 아닌가. 머잖아 곧 정복하리라 생각하니 가슴 부풀다. 버스는 지금 일반국도 47호선을 따라 지방도 78호선을 달린다. 여우 재 삼거리를 지나니 출발지 산안고개에 도착했다.
11:10. 도면을 펼쳐드니 경기도에서 출발, 강원도를 통과 다시 경기도로 나오는 코스다.
명성산의 유래는 높이 923m로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울음 산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건에게 쫓기어 피신하던 궁예가 이 산에서 피살되었다고 하며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하여 울음 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산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암 릉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동쪽은 경사가 완만하며 남쪽에 있는 삼각 봉 동편 분지에는 억새풀이 무성하여 1,997년부터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억새꽃축제가 열린다. 다들 버스에서 내리니 햇살이 제법 따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와 등반하기엔 좋을 것 같다. 일행은 잠시 스트레칭을 끝내고 돌밭 길을 오른다. 다들 녹음 숲이 좋아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오른다. 얼음물로 잠시 목을 적신다. 갈림길에 도착하니 산바람이 등골의 땀을 식힌다. 이제 서서히 육산이 나타난다. 제법 수월한 길, 이런 식으로 오르면 정상엔 뭔가 있지 않을까 느낌이 든다. 예상보다 일찍 오른 정상, 시계를 보니 12:43. 다들 예상치 못한 평범한 곳에 의아해 한다. 숲은 우거져 아래를 볼 수가 없네. 이내 사진을 찍고 삼각 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 내려와 잠시 오르니 삼각 봉이다.
13:05. 여기서 뒤 돌아 본 길 오늘의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사자 비석 상엔 양사언의 태산가가 적혀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봉을 내려오니 궁예 샘터가 있어 냉수 한잔에 목을 적시며 무심한 그 세월 내 잠시 탓하노라. 모처럼 야호! 소리 지르며 암벽을 타니 이곳은 위험하다. 누군가 설치한 밧줄을 끊었다. 가까스로 내려오니 13:55 저 멀리 기갑부대 훈련장이 훤히 보인다. 부루룽- 부루룽- 한 낮에 탱크소리는 오솔길을 내려오며 계속 울린다. 15:00 잠시 팔각정에 올라 피로를 푼다. 눈 아래 펼쳐진 갈대밭은 넓은 목장 같다. 다시 털레털레 이어지는 자갈길은 지루하기만하다. 16:00 등룡 폭포에 도착하니 친구로부터 한 귀 절의 시가 폰에 날아든다.
물 한 잔에 목을 적시고,
두 잔에 고독을 씻고,
석 잔에 감동의 말이 뱃속까지 흐르고,
넉 잔에 일상의 울분이 땀과 함께 흐르고,
난 회답하네
다섯 잔에 그대 님 인양 내가 마신다.
산등성을 오르니 등골의 땀이 -
산정 봉을 바라보니 우리 두 가슴 합일세.
그늘의 김밥은 야식에 비할 바 없고
산새 노래는 님의 속삭임만 못하네.
무심코 떨어지는 폭포수는 조금 흐려 보인다. 이유인 즉, 위에 설치한 사격장 물이라 나는 손만 씻고 내려왔다. 이어지는 펑퍼짐한 비룡폭포는 물줄기 한 번 시원하다. 자꾸 걸음을 옮기니 암 릉은 용맹스레 우릴 내려다보며 “오늘 다들 수고 많았네”.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 같다. 어느새 16:45 버스 주차장이다. 난 이왕 막걸리 본산지까지 왔으니 슈퍼에 들러 이동 막걸리 한 통을 샀다. 아직 후덥지근한 버스 안, 옆 친구랑 주고받는 술 한 잔 속에 인정이 넘쳐나는 오후 시간이다.
첫댓글 명성산 기행문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