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사업의 실패. 그리고 계속하여 내 목을 죄어오는 돈이라는 이름의 공포. 이러한 것들이 날 죽음으로 내몰게 만들었다. 내가 죽기위해 옥상에 올랐을 때, 누군가가 내게 속삭였다.
[저와 함께 자살여행을 떠날 분을 구합니다. -010 4444 ****]
핸드폰 벨이 울리고, 그에 뒤따르는 문자에 난 당황했다. 난 그때 그 자리서 뛰어내렸어야 했다. 살고싶다는 그 괜한 욕구가 날 이끌었다. 난 꽤나 감정적으로 변하였다. 평소의 나와 달리 `자살`이라는 이름이 날 흥분시켰다. 난 그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띠-띠-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끄자마자 문자가 뒤따랐다.
[김 정우씨.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작은 곳으로 와주세요. -010 4444 ****]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작은 곳? 어디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작은 곳이지?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이따위 것마저 날 기분나쁘게 만드는 것이지. 궁금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짜증날만큼 중요한 일도 아닐 터. 안가면 그만, 난 내게 자신이 바래는 곳으로 오라고 말하는 이 녀석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진 나는, 그냥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작은 곳. 당신이 보는 가장 작은 곳. -010 4444 ****]
그 자리에 멈춰섰다. 마치 나의 생각을 읽는 듯한 태도.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은 나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인가?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그 녀석에게 답문자를 보내도, 전화를 해도, 답장은 없었다. 나의 받은 문자함에는 3통의 문자만이 꽉 찬 듯 버티고 있었다. 난 다시금 옥상 아래를 내려보았다. 작다…. 작다? 난 문득 이 문제는 무척이나 쉬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자리를 빠르게 내려갔다.
그러니까, 내 핸드폰을 떨어뜨렸다는 생각이 미치기 전에.
"후아, 후아…."
내가 밑으로 내려가니 3명의 사람이 있었다. 많고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는지, 재빨리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오거나 했다. 내가 있던 이 옥상, 바로 이 건물은 은행이었다. 사람들은 천천히라는 낱말을 모르는 지, 빨리빨리 행동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3명의 사람들은 꾸물꾸물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마지막 기차를 타고 슈슈슝♬ -010 4444 ****]
그들은 즉시 날 쳐다봤고, 나역시 그들을 쳐다봤다.
.
그렇게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과 함께 어딘지 목적지도 알 수 없는 그곳으로 향했다. 마지막 기차라?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세명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말없이 기차표를 샀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 중 가장 어려보이는 소녀가 돌아봤다. 나머지 두명(중년의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와 꽤 순진해 보이는 청년.)은 계속 갈 길 가겠다는 듯, 재빨리 움직였다.
"아저씨가 그 땜빵이시네?"
"땜빵?"
"네, 한 분이 개인 사정으로 못가신다고 해서요. 카페에 안들리셨나 보죠?"
난 뭔지 모르지만 끄덕였고, 소녀는 기차표를 멋대로 사고는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소녀도 앞을 향하여 재빨리 움직였다. 나 역시 소녀를 따라 마지막 기차를 타러 향했다. 그 이름모를 녀석이 말하는 마지막 기차는 목포행 기차였고, 난 멋모르고 그 기차를 탔다. 이상하게 그 기차에 탄 손님은 우리가 다 인 듯, 아무도 없었고, 우리 4명은 마주보며 앉았다.
"아줌마가 꽃바구니님?"
"그래, 청년은 바람소년? 큭, 웃기네."
"…. 너가 진아?"
뭘 말하는가 싶더니 자신들의 닉네임을 말하는 것 같았다. 소녀는 이내 끄덕였고, 그들은 자신들의 실명을 밝히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인상의 아주머니(꽃바구니)는 전 숙자 라는 이름에, 45살이신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털털하고 재밌는 성격이셨다. 그리고 순진해 보이는 청년(바람소년)은 박 현 이라는 이름에, 29살인 꽤나 어려보이는 얼굴을 지녔고, 마지막으로 소녀(진아)는 닉네임과 맞게 윤 진아 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왜 자살여행을 떠나게 됬는지 일화를 예기해보자구."
"정우형, 형이 땜빵이니까 먼저 말해봐."
아, 내 나이는 32살. 28살에 결혼한 탓에 아이는 4살의 귀여운 꼬마가 있긴 하다만….(허니문 베이비….) 사실 이런 무책임한 짓하는 내가 밉기도 하다.
"난 잘나가는 회사의 직원이었어. 역시 욕심이 너무 과해서 인지, 사표를 쓰고 내가 중소기업을 차리기로 했지. 하지만 차리기 한 달 여만에 부도가 났어. 사채도 쓰고, 별짓 다했지만 그 큰 실패를 덮기에는 내가 너무 돈이 없었어. 그래서…."
"돈이 문제지, 암만."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난 꽃집을 운영했었지."
"아, 그래서 꽃바구니?"
"조용히 해봐. 하여튼 그랬더니 이혼한 남편이 와서 깽판치고, 또다시 술먹고 와서…. 난 그이가 술마시고 때리고 해서 이혼한 거거든."
"…."
아주머니의 말에 깊이 생각하는 진아. 진아는 말없이 창 밖을 내다보았다.
"난 정말 빌어먹을 삶을 살았죠. 도둑질도 수도없이 해보고…. 그러면서 더러운 짓 달고 살았는데, 이젠 그만하자, 생각 했는데 안 끊어지는거에요."
"에잇, 청년 순진하게 봤는데."
"더 들어봐요. 내가 그렇게 된 이유가 더 과관이죠. 친구들이…. 아니 그 개새끼들이 내게 돈을 요구하지 않겠어요? 그러다 차츰차츰 불어나 14~16짜리에게 10만원을 육박하는 숫자를 요구하니…. 어느 덧 저의 손이 남의 돈을 잡고 있더라구요."
또다시 이루어지는 침묵. 난 이 조용한 것이 기분이 나빠 창밖을 내다보는 소녀를 바라봤다.
"진아야, 넌 왜…."
"아빠를 죽였어요."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이상한 노래가 흘렀다. 그리고 그 노래와 함께 음성이 흘러나왔다. 성우같은 멋진 목소리. 보통 기차에 나오는 목소리와는 달랐다. 남자라는 것 부터 독특했다. 그리고 멋드러진 목소리에 우리는 집중했다.
[자살여행에 참여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전 자살여행 동호회 회장, `사신`입니다. 앞으로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그 남자의 멋드러진 목소리를 다 듣기 전에, 우리 모두, 아니면, 적어도 나는 잠이 들었다.
첫댓글 초보 소설방에서 이런 글 보기 힘들죠^^ 재미있고, 글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써주세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자살여행이라....다음편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