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김 영-
한 겹은 따뜻한 날씨
날씨 위에 홑겹 승복을 두른
라오스 스님에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한 벌 옷이고
발바닥에 닿는 흙의 촉감도
한 켤레 신발이다.
일찍이 치장을 버린 스승을 두었으니
흩날리는 바람 또 부질없다.
몇 줄로 삭아 내린 경건이
온몸을 지탱하는 뼈다
길게 줄 맞춰 탁발 중인 한 겹들
두툼한 아침 안개가 상승기류를 타면
한 덩어리의 밥이 바구니 안에
쌓이는 탁발
그 끝에는 또
밥을 구하는 가난한 줄이 꾀죄죄하다
님루도 허기도 자비도 모두
한 겹이어서
따뜻한 곳의 꽃들은 다
한 겹의 꽃잎들로 핀다.
사원으로 돌아가는 승려들의
발뒤꿈치에 박힌 한 겹의 고행이
유독 단단하다.
그 무심함에 일생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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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한 겹/김 영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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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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