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에 할머니
황영
Ⓐ 아내와 함께 아침부터 카페에 들렀다. 평소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인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생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카페를 최소한 두 곳 정도는 가야 지금까지 힘겹게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나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아내에게 며칠 전부터 말했다.
평일 오전의 카페는 채광이 잘 드는 큰 창과 하늘거리는 커튼, 빛을 머금은 공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꾸덕한 휘핑크림이 올라간 비엔나커피를 시키고 아내는 바닐라라테를 시켰다. 디저트로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한술 떠서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시간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 삐-삐-
Ⓐ 차 밖에서 경고음이 들렸다. 톨게이트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시선을 떨궈 밑을 봤더니 하이패스 단말기와 연결되는 시가잭이 뽑혀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벅벅 긁었다. “오늘 꼭 가야겠지?” 나는 급커브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고 있나? 내일 할머니 요양원 들어간다고 했제? 웬만하면 오늘 와서 봐야 한다.” “알았다. 지금 간다.” 양쪽으로 차들이 나를 앞질러 갔고, 몇몇 차들은 뒤에서 클랙슨을 울려댔다. 나는 아차 싶어 엑셀을 밟았다.
Ⓑ 창밖으로 나무들이 일정한 속도로 빠르게 뒤로 넘어갔다. 최면이라도 걸린 듯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위 문단으로 붙일 것) Ⓒ내가 주변 친구들보다 늦게 걸음마를 뗐을 때 (비문: 문단의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문장) 우리 집은 대식구였다. Ⓒ-1식구는 많았고, 매 끼니 그 많은 식구를 챙겨 먹이기에는 무침 요리만 한 게 없었다. 엄마는 둥글고 큰 고무 대야에 배추나 나물 같은 것들을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액젓, 매실액을 대충 넣어 맨손으로 무쳤다. 나는 엄마 옆에 붙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영아야 찬장에서 깨소금 좀 가온나.”라고 말하면 잽싸게 가서 깨소금 통을 가져다주었다.
Ⓓ 빨갛게 버무려진 오이를 집어 나에게 내밀면 나는 냉큼 받아먹었다. 엄마는 요리할 때면 항상 할머니에 대한 원망 섞인 푸념을 나에게 늘어놓곤 했다. 할머니는 엄마가 시집오자마자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그 당시 집에는 고모가 둘, 삼촌이 하나, 게다가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는 고모들과 삼촌의 도시락을 싸려면 새벽부터 일어나야 했다고. 그런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는 밖으로 나다니기 바빴다. 세탁기도 없던 시절이라 그 많은 빨래를 개울가에서 손으로 세탁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던 어머니의 하소연은 끝날 줄 몰랐다. 나는 그런 엄마 옆에서 말동무가 되기도 하고 서툰 조수 역할도 자청했다. 할머니는 내가 부엌에 드나드는 것을 두고 “남자가 정지에 드나들면 부랄 떨어진데이.”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할머니의 눈을 피해 부엌에서 엄마가 조금씩 집어주는 나물의 간을 봤다.
엄마는 낯빛이 어두워지는 날이면 나를 데리고 시외버스를 탔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터미널에서 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촉석루가 보였다. 엄마는 나무 그늘에 앉아 흐르는 남강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나는 옆에 있는 문화재 설명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곳은 논개가 임진왜란 당시 일본 장수를 끌어안고 투신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났던 장소답지 않게 한적하고 강물은 고요했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지루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엄마에게 차마 빨리 집에 가자고 말할 수 없어 벤치에 앉아 헛발질만 해댔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부엌으로 가 무침 요리를 했다. 나는 엄마 옆에서 작은 손으로 거들었다.
Ⓔ 정신을 차리는 옆으로 HITE 맥주 공장이 보였다. 곧 있으면 동마산 IC가 나오고 그러면 부모님 댁에 다 와 간다는 뜻이었다. 어느새 하늘에 분홍빛의 노을이 지고 있었다. Ⓕ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할머니 방으로 갔다. 할머니는 부쩍 말라 보였다. 인사를 하자 기력이 없는지 누워서 내 손을 잡았다. “영아야 왔나.” 나는 뒤로 물러나 있던 아내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은영이도 같이 왔어요.” 할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말로는 치매가 심해져서 고모들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번 설에도 봤던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다. 엄마는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엄마를 거들었다. 아내는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 준비가 끝나고 4인용 식탁에 모여 앉았다. 엄마는 근 3년간의 할머니 치매 수발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고모들과 삼촌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양원에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그리고 40년간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자신에게 욕을 퍼부었던 삼촌과 고모들에게 Ⓙ정 그러면 자식인 너희가 할머니를 모시라고 했더니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엄마는 Ⓙ남 이야기하듯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나에게 미역국을 떠줬다. “영아야, 마이 무라” 나는 미역국을 바라봤다. 그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옆에 있던 아빠도 머쓱하게 콧물을 훌쩍거렸고, 맞은편에 앉은 아내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엄마는 손수 만든 잡채를 아내에게 내밀며 말했다. “새아가 많이 먹어.” 침묵 속에서 식사는 계속되었다. 이따금 옆방에 누워계신 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한 달이 지났다. 엄마는 한동안 몸살에 시달렸다고 했다. 고모들과 삼촌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100만 원을 봉투에 담아 줬다Ⓛ고 했다. 그 돈이 자신이 바친 40년을 대신하는 것 같아서 죽어도 받기 싫다고 했지만, 중간에서 아빠가 받아왔다Ⓛ고 했다. 아빠는 가지고 싶었던 고가의 선글라스와 온수매트를 사고 낡은 잠옷을 새 잠옷으로 바꿨다Ⓛ고 했다. 새로 산 잠옷이 맘에 들었는지 아침부터 잠옷을 입고 엄마 앞에서 자랑했Ⓛ다고 했다. 결국 엄마를 위해 쓴 돈은 하나도 없었지만, 엄마는 그게 정말 어이가 없어서 자꾸 웃음이 났Ⓛ다고 했다. 엄마는 그 말을 하면서도 웃음이 자꾸 새어 나왔다. 엄마가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해되지 않지만, 엄마를 그렇게 웃게 만드는 아빠라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가족들과 요양원에 들렀다. 할머니는 예전보다 더 정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같이 간 고모들과 삼촌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를 보고 “영아야 왔나?”라며 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다시는 할머니를 안 볼 것처럼 말하면서도 매번 같이 요양원에 동행했다. 할머니와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오히려 같이 살 때보다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큰고모가 만원을 꺼내 할머니가 차고 있는 복대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자 할머니가 복대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말에 의하면 아무도 그 복대를 만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큰고모의 만원을 받아들고 할머니가 차고 있던 복대주머니를 꺼내들었다. 할머니는 순순히 내어주었다. 주머니 속에는 만 원권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개뿐이었다. 엄마에게만 허락된 복대주머니는 두둑해져서 다시 할머니의 허리춤으로 갔다. 면회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모두 웃고 있었다. 할머니도 엄마도.
1. 주제가 불분명합니다. 주제가 무엇인지요?
“희생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아들의 심경”이 작자가 생각한 주제라고 가정한다면...
2. 주제를 요약할 수 있는 핵심 문장을 몇 줄로 써 보고 문단을 구성해 봅시다.
- 고생한 엄마를 더 고생하게 한 할머니
- 할머니가 어머니만을 신뢰하는 현상
- 나를 나아준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경
3. 서두가 매력적이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적자.
이 글, 즉 작자가 쓴 글 그대로를 활용하여 서두를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
“빛을 머금은 공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채광이 잘 드는 큰 창과 하늘거리는 커튼이 보이는 평일 오전의 카페. 나는 꾸덕한 휘핑크림이 올라간 비엔나커피를 시키고 아내는 바닐라라테를 시켰다. 디저트로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한술 떠서 나의 생일을 축하했다, 힘겹게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시간을 휴대폰 벨소리가 방해하고 말았다.”
4. 화소(소재)를 정리하고 주제로 향한 형상화를 시도해 봅시다
- 자신의 생일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어머니의 존재
- 할머니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존재 가치
- 글쓴이 시선에 들어온 어머니와 할머니의 의미
5. 위 본문에서 정리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들
Ⓐ 삭제(문단의 소재와는 상관없는 서술은 과감히 삭제하자), 지우기를 잘해야 창작을 잘한다. 서두를 위의 수정한 서두 부분처럼 정리 해보자.
Ⓑ 부분을 위 문단에 붙일 것.
(차를 타고 가는 장면과 같은 내용은 같은 문단에 배치)
Ⓒ Ⓒ-1 부분 삭제:
Ⓒ는 비문(문단 내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문장인 것 같음)
Ⓒ-1는 바로앞에 “대식구”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삭제해도 됨.
Ⓓ를 바로 위 문단으로 이동
Ⓔ는 삭제 해도 될 듯: 문단 내에서 필요 없는 서술인 것 같음.
Ⓕ도 삭제해도 될 듯 : 문단 내에서 필요없는 서술인 것 같음.
Ⓛ고했다, 고 했다. 를 ~~ 다로 고칠 것.
6. 문장 오류나 표현의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세세히 적지 못했습니다.
7. 제목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독자들이 혹! 하며 다가설 수 있는 제목을 설정해 봅시다
8. 공감이나 감동, 여운을 주는 마무리를 했으면 합니다.
9. 주제를 요약할 수 있는 핵심 문장을 몇 줄로 요약해 보고
문단을 다시 구성한다면 좋은 수필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참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