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국 현지 딜러의 일기>
미주 출장 중에 핸드폰을 진동으로 변경시키지 못한 날에는 종종 새벽에 잠을 깨는 경우가 있다. 시차 때문에 밤과 낮이 바뀐 줄 모르는 고객들의 상담전화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그들의 보트구입 열망 때문에 잠에 취한 목소리임에도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통화도 그렇지만 국내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캡틴들의 업그레이드용 보트 구입 상담에서도 최종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결국 보트의 가격이다.
어쨌든 “싸고 좋은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것을 피차 익히 알면서도 늘 그 싸고 좋은 것에 매달린다. 물론 그런 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희망이 역사 이래로 꺼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의 보트, 요트 중에 약 70%를 보유하고 있는 미주지역의 예에서도 대부분의 경쟁력 있는 매물들은 소비자에게 나오기 전에 당연히 딜러들의 보유 매물로 변하기 마련이다. 직거래 매물 중에 나오는 경쟁력 있는 물건들이 때론 딜러들의 매물들 보다 여러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딜러들의 매물들은 정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Marine업에 종사하는 딜러들은 대부분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흔한 직업이 아닐뿐더러 예를 들면 중고차 딜러들(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고차는 곳곳에 카센터가 있지만 바다 한복판에는 카센터는커녕 주유소조차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것은 더더군다나 없다. 사막에는 오아시스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가.
속이고 판매할 수도 없거니와 폭리를 취할 수도 없다. 적당히 모른 척 하거나 시치미를 떼고 얼렁뚱땅 팔 수는 더더욱 없다(솔직히 초반 두 대를 그런 찜찜한 맘에 팔았는데 내내 노심초사하다가 그가 항해에서 무사히 돌아오는 하버로 달려나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백했던 적이 있다. 그는 내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지금은 친구이자 사업의 동반자이며 내 인생의 멘토이다.).
단언컨데 아직까지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보트, 요트 딜러들이 반드시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할 점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명백한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크나 큰 책무를 부여해야 하며 아울러 자신만의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아치 나까마는 가라! 당신이 처분하 듯 팔아 치워버린 저 허접한 배를 타고 저렇게 어리숙한 스키퍼가 무시무시한 대양을 항해한단다. 바다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똥차와 그 똥차의 주인인 바보를 보라.
오히려 직거래 매물을 구입한 후 한국식으로 싼 게 비지떡이란 식의 보트 거래로 사후 논쟁이 심한 예가 다반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지금까지 해양, Marine 산업의 여건을 감안하면 미안한 말이지만 보트, 요트는 절대로 직거래 할 것이 아니다(이 이후로는 모르겠다). 집을 매매할 때 부동산을 끼듯이 반드시 전문 딜러를 중간에 둬야 한다. 딜러를 끼지 않고 거래하는 가장 안전빵은 20년간 함께 살았던 일가친척과 직거래를 하든지 아니면 20년간 함께 지내 온 바로 옆집 사람과 직거래를 하든지..... 헌데 그럴수록 실은 중개상, 즉 딜러를 껴야 되는 것 아닌가? 중고차 직거래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트, 요트는 직거래 할 수 있는 단품이 아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트, 요트는 싸고 좋은 물건이 없다.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일 비싸다고 생각된다면 그 정확한 근거를 갖고 있는가?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딜러의 노하우가 보태졌기 때문이다. 그 딜러의 노하우가 가격에서 빠진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단순히 금액적인 면에서의 손해뿐이라면 쫒아가서 멱살잡이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구매자의 안전과 목숨이 달린 문제라면 그 후(?)에는 멱살잡이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는 것인가? 약간의 시각 변환만 준다면 안목과 판단이 달라진다. 가격이 다소 높은 것이라도 저렴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높은데 저렴하다? 거꾸로 말해 보자. 가격이 저가일수록 사실은 싼 것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가격대비 성능(그 외 기타 등등)이 비싸다는 뜻이다. 인터넷 해외 사이트가 생소하지 않은 이들 중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늘 상담 중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트 중에서 골라보세요.”라고 어드바이스를 하게 된다. 가격이 높은 보트 중에서 골라라?
예산을 어느 정도 책정하고 있는 구매자들에게 늘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 예산으로 고객님이 생각하시는 평균치보다 연식이 약간 오래된 보트 중에서도 한 번쯤은 골라보세요. 만족시켜줄 보트를 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보트 구매에서의 팁 중의 하나는 연식보다 운항(사용)시간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각그랜저” 1990년 식이면 어떤가? 주행거리가 10만 킬로도 안 됐고 현찰 500만원이란다. 물론 그런 차는 이 세상에 없다.
첫댓글 저희도 각종 계기가 다 있어 좋은 배구나(1990년식)..샀는데 시간이 흘러 3년 후 쓸수 있는 장비는 하나도 없어요...요트 구매시 2000년 이후 생산된 제품을 권유합니다...최소 32ft이상..돈이 모자라면 좀 더 모우시고요..제 소견 입니다.
에구구,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억울하지만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시길.....
정말 좋은 정보네요, 펌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