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조리 학원 가고, 집안은 조용하고, 단 둘 뿐이다. 뭐 할까? 영화나 한 편 때리자. 무슨 영화? 무조건 영화관에 가 보자.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보나마나다. 엽기 아니면 도착이겠지. 박수 칠 때 떠나라? 차승원? 아, 저 친구 재밌더라. 보자.
박정희가 박수 칠 때 떠나지 않고 꾸물거리다가 총 맞아 죽은 사례가 말해 주듯이, 사람은 들 때와 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겠지. 근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이 제목은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재벌 영감님의 젊은 내연녀가 주변의 눈총을 못 이겨 자살을 했는데, 경찰은 타살로 짚고 수사를 해 나간다. 이른바 광고문안 제작자(copywriter)인 그녀의 수첩에 쓰여진 문안 ‘박수 칠 때 떠나라’. 중요한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처럼 그저 광고 문안일 따름이다. 사건과는 아무 관계없고, 영화 내용과도 별 연관 없다. 허탈하지만 제작자가 제목을 그렇게 뽑아버린 데 대해 나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아무려면 어떠냐?
박수!
우연인지 오늘 조간 신문에도 박수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연주회에서 긴 곡의 악장 사이에 잠시 생기는 침묵의 시간에 박수를 치고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아직 곡이 진행되는 중이기 때문에 그 충동을 눌러야 한다는 요지다. 잘못 했다간 혼자서 박수를 쳐 주변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대학 다닐 때 일인데, 과에 외국인 강사가 한 명 있었다. 야유회를 갔는데, 여러 사람의 박수가 터져 나오면서 시선들이 그 외국인 강사에게로 쏟아졌다. 멀뚱멀뚱 외국인이 옆에 앉은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노래 한 곡 하라는 말이다.” “왜 노래를 해?” “우리나라 풍습이다.” “난 평소에 노래를 안 한다.” 이쯤 되자 이번에는 주절주절 무슨 사설과 함께 박수가 계속 된다. “노래 못하면 장가 못 간다.” “무슨 말?” “결혼 못 한단다.” “난 독신주의자라서 결혼 안 한 거지, 노래 안 해서 안 한 거 아니다.” 억지에 못 이겨 결국 한 곡 하기는 하는데, 우리로 치면 산토끼나 학교종 정도의 노래를 한 걸로 기억된다. 그 후 그 외국인의 얼굴은 시종 벌레 씹은 표정이다. 이런 박수는 폭력이다. 내가 노래를 좋아하면 나나 노래를 할 일이지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시키지 말자. “Let it be.” 가만 놔둬라.
이런 박수는 어떤가? 때는 1951년! 옹수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고, 완장을 찬 한 사나이가 한 사람을 세워놓고 외친다. 국방군에게 쌀을 내준 저 반동분자를 처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박수를 치시오! 주변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 자리에서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이보다 더 무서운 박수가 어디 있겠는가?
북한이나 중국의 인민전당대회 같은 걸 봐도 기계처럼 똑같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보인다. 억지 박수다.
우리의 TV 쇼에서도 억지 박수가 더러 보인다. 어느 가수가 열창을 하고 나자 관중들이 열렬히 박수로 답례를 해 준다. 이어서 등장한 사회자 왈 “좋은 곡 열정적으로 불러주신 조피리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 쳐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열심히 쳐줬는데 또 치란다. 할 말을 찾지 못해 적당히 박수로 그 애매한 순간을 얼버무리려는 사회자의 명령에 복종하려고 관객은 비싼 티켓 사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 감동으로 마음이 움직여 스스로 치는 박수가 진정한 박수지, 쳐라 해서 치는 박수는 심부름이다. 박수 치고 싶으면 사회자 지 혼자 치면서 다음 멘트를 궁리하면 될 일이지, 박수 또 치라고 관객에게 심부름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자세히 봐라. 사회자 백이면 백 모두 그러더라. 나는 그거 참 거슬리대.
다수가 소수에게 가하는 폭력적인 박수, 소수가 다수에게 요구하는 무례한 박수, 기분 좋아 치는 박수, 누군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격려의 박수... 이 다양한 박수 중에 어떤 박수를 쳐야 할 것인가? 박수는 손바닥을 자극해 주므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어 건강에도 좋단다. 칠 때는 사정없이 치자. 그러나 억지 박수는 치지 말자.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박수를 받았을 땐 고마움을 표하고는 깨끗이 떠나자. 뭘 더 얻어먹겠다고 그 자리에서 얼쩡거리지 말자. 박수칠 때 떠나라.
(방학이라 한가한 토요일 아침 나절에 몇 마디 농아리를 피워봤다. 심심한데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첫댓글 심심하다고 이정도의 마음속 말을 밷어낼수 있는 영봉이에게 박수를!!! 그리고 속마음을 이렇듯 공감할수 있게 글로 옮길수 있는 영봉이의 재주에도 박수를!!! 가끔씩 속시원한 얘기들로 우리들의 삶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하는 영봉이에게 억지가 아닌 진정한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그러~ 박수 칠때 떠나야 하는데 뭔 미련이 남아 버티다가 욕먹고 더러운꼴 당하고 떠나는 인간들이 많지.박수에 대해 여러 유형을 잘 정리 했구나.박수를 받을 일이 없는 나는 건강을 지키는 박수나 마니 쳐야지
지금 내 박수 소리가 들려도 니는 떠나지 말거래이...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된다 이말아이가. 염치 있는 인간 되기도 쉽지않다.염치 눈치 코치 잘 살피자!
박수를 많이 치면 세상에서 자기가 최고인줄 안다.가면 될근대 안가고 서있단 말이야 앵콜 .앵콜.인줄 인다니까
아직도 혼자 웃음이 난다, 내려오는 차속에서 서울친구들의 표준말 사용을 부산 사나이와 호영이 아지매의 리바이벌 하는 모습에 나는 진정한 박수를 치고 싶구나,
근명아, 서울 친구들 중에 그런 말투 쓰는 사람 없다. 호영이와 나는 술기운이 있을 땐 자주 그런 장난으로 웃곤 한단다.
반대로 손등끼리 박수치는것이 바르게 치는것보다 건강에 더 좋단다, 보자 누구한테 떠남의 박수를 보낼꼬 53은 아무도 없네,영봉이 마이클 잭슨춤 재미있고 잘추더라 담에도 또 보여도고~~~
내가 혹시 떠날때가 되면 박수쳐서 알려다오.
"Let it be.” .... 그냥 그대로 ~~~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들어야 된다. 군중심리에 덩달아 움직이는 문화에 익숙 되어 있어서리~~~ 영봉 박사는 박수칠때 나와야 된다. 떠나야 될사람 나와야 될사람 따로 있다. 차속에서 영봉이와 호영이 리바이벌 의 모습 담에 우리도 보이도라이~~~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