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뉴질랜드 백동흠
Celebrate
ninety years of living!You
are invited 90th Birthday Celebration. No presents, cards, etc.
Please
donate to fund for school gardening. Light refreshments provided.
Muses,
instruments, music welcome. See you. - Margaret.
마아가렛 할머니께서 구순 잔치 초대장을 보내 주셨다. 뉴질랜드 이민 초기, 같은 골목에서 7년여
살면서 만나 맺은 인연이 이렇게 계속 이어져서 좋다. 은퇴한 영어 선생님으로 우리 가족에게 개인 지도를 해
주셨던 분! 10년 전 팔순 잔치에도 초대받아 뜻깊은 시간을 보냈던 게 어제 인듯싶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
마아가렛 할머니의 나직한 음성이 가슴에 스며든다. 선물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하면 도네이션해주면 좋고. 기본 음식은 준비됐으니. 이야기하고 즐겁게 춤추고.
신나는 음악 속에서. 시간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장소는 사시는 지역 소셜 클럽 RSA 홀에서. 시간 되는대로 와서 만나고 먹고 마시고 춤 한번 추고 사진도 찍고. 참 자연스러운
시간의 나눔이다. 절로 공감이 느껴지고 흐뭇해진다.
90여 년 동안 나를 지켜준 생활의 모토는 다른 게
아냐. “Don’t Panic! It’s Organic!” 바로 이 말이지. 조바심내며
안달복달하지 말고 침착하게 살아봐! 자연의 흐름에 따라 인생을 천천히 순리대로 사는 거야! 그러면서 자연식 먹고 살다 보니 어느덧 90살이 되어 버렸더라고.
생활 속에서 그 진솔한 삶을 일궈내며 살아가시는
환경보호 운동가다우시다. Eco-activist Margaret 할머니. 큰
상을 받으셨다. Auckland 2008 Gardener of The
Year! 넓은 집
앞뒤 뜰에 가보면 온갖 꽃나무에 싱싱한 야채 과일나무들이 풍성하다. 매일 자식처럼 물주고 손봐주고 가까이하다
보니 적당한 운동도 되어 건강해 좋아. 천연 자연식 푸성귀와 과일들을 매일 먹으니 30여 년 동안 의사한테 가본 적이 없으시단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소셜 클럽에서 댄스를 추신다고. 이번 구순 잔치에도 큰 트렁크 가방에 여러 벌의 파티복과 원피스들을 가져오셨다. 무려 12시간 동안. 흥겹게 음악 밴드에 맞춰서 축하객들과 춤을 추실 거란다. 우리 부부를 맞아 반갑게 껴안는데 팔순 잔치 때와는 또 다른 그윽함과 흥겨움이 가득 넘쳐난다. 홀로선 커다란 인고의 소나무 한 그루! 많은 이들이 그 나무 그늘에 모여 서로
정담을 나눈다. 90 년 세월의 솔바람 한 솔기를 음미하며 들이킨다. 참
좋다. 다 나눔의 결실이 아닌가.
내가 가진 것 즐겁게 나누는 것이 참 좋아. 영어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나눌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지. 할 일이 있다는
게 아직은 더 살라는 거지. 누군가를 위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나의 것을 나누면서 산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사람은 능력으로 사는 게 아니라 역할로 사는 거라니. 할머니
문하생들이 참 많이도 다녀간다. 아버지에 그 아들을 가르쳤고, 엄마에
그 딸을 가르쳤으니 가족의 선생님이 된 것이다. 나, 아내, 아들, 딸까지 우리 네 식구도 마찬가지다.
46년째 같은 집에 사시는 동네 어르신으로 지역의
터줏대감이자 Organic Ambassador로서 참 보기에도 좋다. 목수였던
남편이 지은 집에서. 남편이 하늘나라로 떠난 뒤에도 35년 이상을 혼자
살아가고 계신다. 배움의 터로 개방하니 하늘나라에서 남편도 즐거워하실 것 같다.
이 세상이라는 터전에서 무엇을 뿌리고 열매 맺는지, 그 결실의 내용에 따라 인생의 황혼 녁이 달리 다가오는 것 같다. 결실의 두
가지 유형이 생각난다. 농부가 씨 뿌리고 결실을 거두는 수확의 추수. 또
하나는 하늘의 곳간에 쌓는 추수. 내 주머니를 비워낼수록 풍성해진다. 하늘
곳간 추수는 손이 필요한 이웃에게 나의 물질과 달란트를 나눔으로써 이루어진다. 서로의 마음속에 감사의 씨앗을
하나둘 심어가는 마음의 농사다.
마아가렛 할머니께서는
90 연세를 살아오시면서 참 많이도 나누며 살아오신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생활이 아니라 서로에게
배움을 나누셨다. 마음을 얻은 사람들이 참 많이도 와서 축하도 해주고 포옹도 해준다. 할머니 옆에 잠깐만 있어도 왠지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잘 들어주시고 맞장구쳐
주시는 공감 능력이 좋아서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이다.
혹여 나 사는 게 바빠서 내 광을 채우는 추수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추수의 차원을 높여도 볼 때가 아닌가. 마아가렛
할머니처럼 나이 들어갈수록 자기와 곳간을 비우며. 마음을 얻는 추수. 풍요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아가렛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내 마음 곳간에 가득 채워 담아 본다. Don’t Panic! It’s Organic! *
첫댓글 "사람은 능력으로 사는 게 아니라 역할로 사는 거"...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군요.
안녕하세요.
이곳 뉴질랜드는
30도 여름입니다.
마아가렛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마아가렛 할머니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녀의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모두 행복해지겠군요.
아름다운 노송을 보는 듯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웃에 그늘 드리워주는
배려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