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이 그린 멋진 설경
눈으로 장식된 관목 숲
눈발에 덮힌 관악산, 그 아래의 과천시가지
겨울 풍경
[ 백등회의 2008년 12월 송년등반 후기 ]
서설(瑞雪)이 날린 7일, 백등회원 27명이 서울 동남부의 청계산에서 무진년 한해의 마지막 송년 산행과 송년 모임을 가졌다.
* 백등이 일등이라니까
백등회의 시작은 지난 1997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박용익 원장의 제의에 찬동하여 이형문 세무사와 내가, 중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등산을 하기로 하고, 앞으로 적어도 100번의 등반을 하자고 약속한 것이다.
‘네 시작은 미미하지만 나중에는 창대하리라’고 한 성경구절처럼 첫 등반지로 남한산성을 선택하여 조촐하게 시작한 산행이 한번도 그르지 않고 다달이 진행되었고 특히 뜻을 같이하는 많은 동기들이 지속적으로 동참하여 활성화된 백등회의 월례 산행모임이 10년이 넘어 벌써 134회에 이르렀으니 정말 감개무량(感慨無量)하다.
처음에 1~2년은 서울 근교의 작은 산에 오전 산행으로 한정하여 코스를 잡았고 박원장이 직접 전화로 연락하고 팩스로 모일 장소를 그린 등반계획서를 보내주었으며 당일 짧은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3시 전에 헤어졌는데 현장에서의 회계업무는 내가 맡아서 처리하였다.
나중에 우리 동기회에서 중동고 졸업30주년 기념 홈커밍데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65동기회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면서 널리 홍보가 되었고 그 일의 주무였던 김광기군이 백등회에 동참하면서 총무를 자청하여 활발하게 봉사하였는데 산행계획의 공지 등을 IT 강국답게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 가장 혁신적이었다.
느슨하고 여유있는 성품에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포용력으로 장기집권을 하였던 박원장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은 이종율회장과 신성철 총무 겸 산행대장은 사전답사를 통한 철저한 계획 수립과 섬세한 배려와 관리로 어리버리하던 백등회원들을 훈련시키고 등산장비로 무장시켜, 전문 산꾼들 뺨치는 등반조직으로 키워 놓았다.
수도권의 명산은 물론이고 멀리 설악산, 치악산, 덕유산, 지리산도 다 훑고 왔으니 백등회(百登會)는 이제 등수로 말하자면 백번째(百等)가 아니라 앞서가는 맏이 즉 백등(伯等)이다.
* 일요일 아침의 숨고르기
일요일인 12월 7일 아침 9시 50분까지 ‘청계산삼림욕장’ 입구에 모이라는 신성철 대장의 공지사항을 확인해 보고 8시에 서둘러 배낭을 챙겨 매고 나서려니까, 갑자기 산위에는 이미 응달에 얼음이 박혀 있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이젠을 찾아 넣느라고 지체하였다. 자동차 트렁크에 체인도 찾아 싣지 않은 처지에 겨울산행 나선다고 나름대로 그런 생각이라도 하게 되었으니...
집결지가 도봉산이나 수락산처럼 지하철역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경우는 편리하지만 이번처럼 청계산이나 북한산의 경우는 여러 교통수단을 환승해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하다. 내가 이러니 멀리 경기도 분당이나 광주에서 참석하는 회원들은 얼마나 힘들꼬?
이 날만 해도 어떻게 약속장소까지 갔냐하면,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2정거장을 간 뒤, 내려서 구로디지털단지 역으로 1정거장 정도를 걸어가 성수행 2호선 지하철에 올라탔다. 교대역에서 내려서 긴 환승통로를 이동한 뒤, 3호선으로 환승하여 두 번째 역인 양재역에 내렸다. 7번 출구를 이용하여 허위허위 지상으로 올라가, 서초구민회관을 향해 내려가다가 알려 준대로 빠리바게뜨 앞에서 길게 줄을 선 마을버스를 기다렸다가 2대를 보낸 뒤에야 타고 여섯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그런데 이런 길이 평소의 통근길이 아니라 1년에 한 두 번 가는 길이기 때문에 갈 때마다 익숙하지 않고 배차간격이나 소요시간 등 시간 예측을 잘 못 한다는 것이 문제다. 짱구가 벌써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다 나온다. 다 나와! 좀 신경을 쓰면 되는데...” 그러냐? 짜져 있는 지하철 시간도 다 맞추지 못 하던데 마을버스 운행이며 인생이 그렇게 시간표대로 되더냐?
* 12월의 산 타고, 산타도 만나고
님비(NIMBY)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인 청계산 추모공원(청계산 화장장 건립계획에 워낙 반대가 심하다 보니 시설의 이름과 성격, 규모 등이 변질되었다)의 건립예정지인 원지동 마을의 개나리골을 지나서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인공 조림된 크지 않은 소나무숲길과 부드러운 흙길로 ‘맨발 걷기’의 적지였다.
[청계산 비탈길을 일렬로 올가가고 또 내려가던 백등 행렬]
나와 명진호 사장이 맨 늦게 도착하여 모두 26명의 소대 병력이 일렬 종대로 능선을 따라 산을 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돌탑 앞에서 쉴 때는 ‘친절한 경배씨’가 몇 명씩 세워 기념사진을 박아 주었다.
[ 돌탑 앞에서 찍힌 사진]
표고 200m정도를 올라서니 벌써 진작에 내린 하얀 눈이 낙엽 진 가을 잎들을 뒤덮고 있었다. 특히 검은 나무줄기와 군데군데 쌓인 하얀 눈(雪)이 대조를 이루면서 눈(眼)을 즐겁게 해 주었다.
옥녀봉 정상에서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박았다. 그곳의 과천 전망대에서는 산 아래의 경마장과 서울랜드는 물론 과천시가지와 그 뒤편 관악산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눈이 내리다 말다하는 흐린 날씨 때문에 전망은 좋지 않았다.
[옥녀봉에서의 단체사진]
[과천 전망대에서의 조망]
우리는 이곳 옥녀봉에서 서울랜드 뒤편의 청소년수련원 쪽을 향하여 내려갔다. 한참 앞장을 서던 김경배 사장과 신성철 대장이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자고 하고는 헤어졌다.
김사장은 일행을 계속 아래로 끌어 내리다가 작은 폭포 앞에서 멈춰섰다. 그러니 모두들 폭포를 배경으로 또 한 장 박을 수 밖에...
[ 청계폭포 빙벽 앞에서 ]
청계폭포는 눈에 덮히고 얼음이 얼어서 전체적인 모습은 상상이나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고즈늑하고 호젖한 이 주변의 등산로는 여름에 오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뒤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경배야, 다시 올라 갈 것을 왜 여기까지 데리고 내려 왔냐?” “길도 험한 것 같은데 어떻게 올라가라고?” 등등 “이 사람들아, 이제 곧 포장도로가 나온다. 걱정 말아라.” 하더니 정말 곳곳에 콘크리트 석축이 쌓인 계곡 길로 계속 걸어 오르는데 “무슨 냄새가 나지 않니?”하고 여러차례 동의를 재촉한다.
그때 조금 위쪽 개활지의 눈 속에 은박지 자리를 펴 놓고 앉아서 버너에 어묵국을 끓이며 기다리고 있는 신성철 대장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쿠야 이 친구 능력도 대단하지만 정성은 더욱 커 보이지.
[짱구가 준비한 어묵 장마당 ]
뜨거운 어묵 한 그릇에 명사장이 보온병에 담아 온 병천순대 맛이 압권이었다. 눈발이 쏟아지는 산야에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음식과 함께 맛보는 우정이란...
지승일의 구운 마늘을 비롯하여 여러 친구들이 싸 온 족발, 과일, 차, 김치, 컵라면, 양주, 소주, 막걸리 등 여러 가지 간식꺼리가 다양하게 돌고 돈다.
김인기는 산 중턱에서부터 이곳에서 까지 소주병을 나발불어 불안하게 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물병과 소주병에 내용물을 바꿔 담아 와서는 다른 친구들을 놀려 주었더라~ 아이구 진상아~ 전영화가 안와서 얼마나 서운할꼬~
어묵파티 중심의 간식이 끝난 뒤 매봉과 옥녀봉사이의 능선을 타고 한숨 돌린 뒤에 동쪽으로 진달래능선을 가다가 원터골로 내려와 풍천장어집에서 송년회를 가졌다.
이진식 총무가 자기 페이스에 맞게 혼자서 옥녀봉에 올랐다가 내려와 합석하였으니 오늘 송년 회식 자리에는 모두 27명이 참석하였다.
영양 만점의 풍천장어를 안주로 “백등회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하면서 여러 차례 건배를 하고 식사를 했다.
[송년모임의 건배 장면]
그런데 이렇게 겨울 산을 타고 와서 그 곳에서 우리는 12월의 산타(Santa)를 만났다. 집행부의 배려로 모든 참석 회원들에게 듀랄루민 접이식 의자와 빅토리녹스 등산용 칼이며 허리띠, 데스크 칼렌더 등의 선물이 골고루 주어진 것이다.
특히 빠지지 않고 등반에 참가한 12명의 우수회원들에게는 김성오 사장(중동65회동기회장)이 제공한 고급여성용 화장품세트가 주어졌고 백등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하여 수고한 여러 회원들에게도 캠프라인 등산화 등등의 모두 200만원 상당의 상품이 전해졌다. 마치 산타클로스를 만난 어린이처럼 선물을 한아름씩 받아들고 기뻐 할 적에 우리의 무적 해병, 이종웅이 나섰다.
“내가 사실은 중요한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나오기 곤란했지만 나를 백등회로 이끌어, 이 좋은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했으며 더불어 5Kg 체중 감량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이종율 회장과 신성철 총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자 하여 나왔다.”면서 자신이 준비해 온 스포츠시계를 선물로 증정하여, 주는 이종웅회원이나 받는 집행부나 참석한 모든 회원들의 박수갈채와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송년 모임이라 한마디씩 하라니까 김경배가 던진 익살스러운 농담에 난리 부루스가 일어났다.
“앞으로 참석자가 20명 넘을 때는 나보고 인원 파악 같은 것 시키지 말라고~ 손가락 발가락 숫자 이상되니까 도대체 헷갈려서 셀 수가 없더라고 ”ㅎㅎㅎ
임원 개선의 일은 만장일치로 황재원 회장과 지승일 총무를 신임 집행부로 세우면서 끝났으며 양재역으로 자리를 옮겨 텍사스호프집에서 황회장이 사는 650cc 짜리 비싼 생맥주를 마시면서 뒷풀이가 계속되었다. 다른 자리에서는 주로 비주류에 속하는 나는, 그 맥주가 얼마나 비싼지를 모르고 맛있게 마시는데 우리의 새 일꾼 지총무는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술값과 안주 값에 원가계산까지 바싹하니까... ) 비싸다는 것을 자꾸만 주지시킨다.
언제나 반갑고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옛 친구
- 백등회 친구들
(중동 친구는 모두 백등회원의 자격이 있으니
마음이 동하면 언제나 부담없이 나오기를 바라네.)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동기회 송년모임을 다녀 온 이 밤,
이종율 회장의 재촉으로 늦은 밤에 이 글을 쓴다.
신계행의 노랫말처럼
사랑이 오려 하는지
달빛이 유난히도 밝고
내 마음 술 한 잔에 취한 듯 휘청대며 걷는다
.....
돌이켜 생각하면
추억은 그림 한 장
마음의 문을 열어 사랑이 온다
마음의 불을 밝혀 사랑이 온다
첫댓글 산행기..웃어가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금년 10월부터 동행할 사람이 없어..어렵게 한사람을 확보하여(제가 길을 몰라서 입니다)주말마다 갈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토요일이면 동행인이 못가면 어떻하나..걱정부터 앞서고..제가 간식까지 다 챙겨서 제 차로 모시고..그런대도 전 간이 조마조마합니다. 혹 저를 안 딜고 갈까봐...해서 토요일이면 이리저리 요즘 이 일대를 다니고 있지요.열심히 산행할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성경구절이 눈에 확 들어와서 반가웠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도를 많이 활용하시면 처음 가 보는 곳도 걱정없이 다닐 수 있어요. 신임 집행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내년 1월에는 관악산 시산제, 2월에는 선자령을 갔다가 주문진으로 내려가 회를 먹고 올 계획이랍니다.
ㅎㅎㅎㅎㅎ 제일 허물없는 친구들이 고교동기들이죠...재미만발이십니다....ㅎㅎㅎ 우정의 깊이가 남다르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참 부럽고도 보기좋습니다..저도 상주농전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데 학제가 특이해서 5년간(3년은 고교과정,2년은 전문대과정)을 한 교실에서 어울렸지요..번호를 1번부터 40번까지 5년을 그대로 갖고가니 다 외우죠..ㅎㅎ 해서 지금도 만나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37명인가 졸업했는데 한명만 연락두절이고 36명이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대략 25명 정도가 모인답니다..수도권에만 16명이 몰려있지요..
상주농전을 나온 주마고우 니시워예하우펑요 (농업기술센터의 김소장) 때문에 잘 알고 있지요. 청소년기의 여러 해를 함께 한 것이 평생의 인연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중동 6년근]이라고들 하는데 동계진학 첫해로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을 함께 보낸것이지요. 그러니 서로들 추억도 많지요.
청계산의 첫 눈 ! 멋지군요. 동기들의 한마음 부럽습니다. 청중 9회 동기도 청계산을 한번 가자고 할가 ? 안전 산행하시기를...
선배님 안녕하시지요?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