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논평
혼탁한 세상을 바라보며
"말세다, 말세야." 일상적인 사고에서 이 말세라는 개념은 과연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시대를 평가하는 우리의 모습에는 어떤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소위 '말세론'에 익숙해진 세상이다. 갖은 재해가 지구를 뒤덮은 오늘날 이 '말세' 의 징후를 찾기란 아주 쉬워서, 이를 한탄하는 목소리는 주기적으로 소환된다. 계절이 사라지고 이상 기후가 극성을 부릴 때, 국가와 개인의 기상천외한 범죄가 보도될 때, 전염병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때, 우리가 알던 세상이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는 평가는 실시간으로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불교에서도 말세의 개념은 잘 알려져 있다. 『보살선계경菩薩善戒經』에는 중생의 세간에 관하여 오탁악세五濁惡世의 개념이 등장한다. 인간의 수명이 줄어들고(명탁命濁), 윤리관념이 땅에 떨어지고(중생탁衆生濁), 번뇌가 치성하고(번뇌탁煩惱濁), 사견과 진리를 구분하지 못하고(견탁見濁), 기근, 역병, 전쟁의 환란이 발생하는(겁탁劫濁) 것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 탁함' 은 그 징후를 찾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 그리하여 말세가 도래했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너무도 적합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이 가운데 명탁은 갈수록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오늘날 적당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으나, 겁탁의 재해인 코로나로 직 간접적 영향을 받아 스러지는 생명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다면 아마 납득이 가능할 것이다). 이 땅의 수행풍토에 답이 안 보일 때, 수행자들의 근기를 탓하고자 할 때, 원하는 선지식이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일 전반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세상일 전반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세상일 전반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시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 동원된다. "아이고, 말세여라" 한 마디면 얼마나 손쉽고 깔끔하게 생각의 타래가 정리되는지.
이렇듯 자꾸만 과거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우리 인간을 위해, 심리학에서는 '좋았던 옛날 편향(good- old- days bias)' 이라는 용어가 마련되어 있다. 명칭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듯 지나가 버린 시절을 한층 더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장밋빛 회상을 가르킨다. 이때 편향은 개인이 올바른 사고를 통해 합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인지적 오류, 함정을 뜻한다. 옛날이 좋았다는 대명제가 확립되는 순간 과거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관념 속의 세계로만 존재하게 되며, 그 '예전' 에 비해 지금이 한층 더 팍팍한 시대가 되었다는 인식을 존속시키는 무한한 동력을 제공한다.
마땅히 기준이라 생각했던 관념들을 위협하는 젊은이들의 형태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요즘 세대는 oo하다' 의 다양한 변주도 그 일환이다. 이는 비슷한 연령 집단에 속하는 이들끼리, 또는 다른 세대 간의 대화에서조차 아직도 지극히 일상화된 형태로 들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미세한 도발(microaggression)로 기능한다. 물론 발화자는 보통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나, '나' 와 '그들' 을 구분짓는 행위는 그와는 관계없이 십중팔구 하나의 효과로 귀결된다.
변화에 대한 반감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것일까?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에는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 같으면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는 누구나 웃음을 지을 법한 대목이 등장한다. 인류가 유사 이래로 과거를 신격화하고 현재를 폄하하고 미래를 두러워하며 비슷한 말을 반복해 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기약 없이 뼏어 나가는 생각을 갈무리하여 '내가 아는 것과 다르구나' 에서 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세론에 하나의 순기능이 있다면, 바로 연기법을 통감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유일한 고정변수는 변화다. 이것이 있음으로 인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음으로 인해 저것이 없다는 진리. '내가 아는것' 에 대한 애착이 지극한 이들을 특정 커피 메뉴를 빗대어 희화화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부처님이 안 계셔서, 정법이 쇠퇴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롯이 전해지지 않아서 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세를 충실히 살아가자 하는 이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거짓 예언으로 굴레를 덧씌우는 비생산적인 행위이다. 내가 말세론에 편승하여 이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구조적 편견과 혐오. 차별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ㅇ느지, 그리고 '그' 부처님 한 분에, '올바른' 법이라는 상에 얽매여 바로 나의 곁에 계신 부처님들과 곳곳에서 울려펴지는 법음法音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글은 불기 2567년 雲門지 가을호에 있는 글을 퍼왔습니다.
그리고 운문사 홈폐이지 계관운문에서 더 자세히 볼수 있습니다.
운문사 사리암 도반 법우 여러분 나반존자님의 가호 가피 많이 많이 받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매화꽃 넘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_()_ 나반존자 나반존자 나반존자님 감사합니다 _()()()_
한낮 햇살에 눈 녹으며 남녁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는데, 오늘 내일 꽃샘추위 잘 견뎌냈음 바램입니다. 나반존자 나반존자 나반존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