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타고 시집가다 초경을 맞은 신부를 위해 다홍치마는 태어났다. 광목 한 필을 지고 따라가던 머슴도 어찌할 수 없던 그 꽃물은 다홍빛. 달거리 때 샅에 찼던 개짐은 식구들이 다 잠든 밤, 밤새 달빛에 말리던 것들.
은밀한 물건들이 당당하게 거리로 나왔다. TV 속, 매직에 걸린 여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쇼핑을 하고 수영도 한다. 1925년 프랑스가 낳은 미니스커트는 영국 메리퀸트를 거쳐 26년만에 한국에 상륙. 잭팟을 터트렸다. 통기타와 청바지에 미쳐있을 때 조선무와 미끈한 왜무가 거리에 넘쳐흘렀다. 맥시 또한 강세여서 장단이 어우러졌다. 머리는 길고 치마는 짧아 가위와 자를 든 순경은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치마가 무릎 위로 자꾸 기어올라 일회용 생리대는 태어났다. 맨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 트랩을 걸어 내려왔다는 가수는 유한 킴벌리 생리대 모델이 되었다. 그녀가 접착식 뉴 후리덤을 즐겨 사용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그 시대 아이콘이었던 그녀는 당시 기사는 오보였다고 뒤늦게 해명인지 변명인지 모를 고백을 했다. 알고 보면 역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
잠자리용 오버나이트, 마무리용 팬티라이너,
미니와 맥시가 공존했던 것처럼 길고 짧음은 여전히 공존한다. 전염병이 돌 때 부적처럼 사용했던 붉은 개짐, 흰 무명에 꽃자국 핀 깃발로 기우제를 드리던 시절은 갔다. 드러난 브래지어끈에 보석을 박는 시대, 흡수율 130%. 샘 방지 안심 엠보싱 생리대에 날개가 달리더니 여자들은 손수건만한 스커트를 엉덩이에 걸치고 훨훨 날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