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런 문학회
[고추밭의 개망초꽃](시) - 교정본
- 박진희(깔끄막)
매운 비탈밭이 서 있기 힘들다며
잦바듬하니 앉아 있다
모래미 마을 내려다보며
소금기 말라 쪼그라진 굴비처럼
등 굽어, 발 하나 자라지 않는다
고샅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당신 기다리며
불교 도래지 한 바퀴 돌고 나온
法城 꿈꾸고 있다
문득 당신이 보이지 않는 그곳은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낯빛 감춘
회오리로 다가온 흉흉한 소문
매운 냄새 눈물 난 밭 곳곳에 피어난
듬성듬성 바람 같은 그녀
밀려가는 파도 소리 아득한 해무 속으로
빨려드는 정신만 흩날리고 있다
굽은 허리 쫙 편 당신
통골재 넘어가는 행상 소리 앞세우고
파랗게 손짓하는 청옥 가는, 마지막
눈 선 길에서 하얀 미소로 바라본다
미륵의 꽃 우담바라 피었다며
칠산바다 건너는 구수산 모롱이
서 있기조차 힘든 비탈진 밭 곳곳엔
당신인 양 하얗게 웃고 서 있다.
[나의 삶](시) - 교정본
- 모정자
형형색색 너른 들녘
수만 년 흐르는 물줄기도
줄기차게 한결 같은데
폭풍의 회오리 쓸고 간 흔적
숨죽이며 다소곳이 속삭이듯
기다리자
분홍빛 감추듯
희망의 날개 수없이 되새긴다
역풍 가로지른 꽃술의 황홀함
뿌리고 뿌려서 심혼의 날개 펴자
벼랑길 돌고 돌아
바라보이는 인생의 파노라마.
[몰아沒我](시) - 교정본
- 장문자(선우)
향기 가득한 꽃길에서
황홀 속
아름다움에 취하고
그대에게 취하고
꽃향기 한들한들
가슴도 한들한들
그리워 불러보는
사랑하는 임이여
꽃내음 진동하는 밭으로 가자
실컷 마시고 흔들어 보자
그대와 둘이서 맘보춤 추자
가슴 위 걷고 있는
희미한 향내음 펄펄 날리니
벌나비의 향연인가
꽃길 걸어
가시 덩굴 지나 꽃길의 연속
자랑스런 인생길.
[접시꽃](시) - 교정본
- 최세환(시암골)
유월 끝 오일장
저녁살에 짐 싸며 산그늘 목 축이고
뙤약볕 감고 돌던 스란치마 허겁지겁
건너편 실개천에 몸 뉘며 자락 펼친다
장바닥 얼굴에 내려앉은 그늘 품고
코빼기 흰 고무신 고운 모습 외씨 얼굴
가슴에서 꽃으로 가꾸고 어제 그리고 지금
노래할 때 별빛 달빛에 등짐 지던 길
쓸쓸함 넘어선 고요 휘휘하는
오솔길에서 멀룩멀룩 쳐다보는
으슥함 뒤엉켜 말문 닫히고 사랑하던 남편
아저씨라 부름에 요양원 오가는 바람의 머리크댕이 싸움
실개천 장터 뒤 밖의 세상에 우는 꽃잎 되고
밖을 내다보는 철없는 눈살 안쪽 벽 붙들고 울먹인다
몸 떤 서러움 어둠 돌아쳐도
눈썹달 곱게 그린 핏빛 그리움으로
희끗거린 어두움 찢는 햇귀 속 보고픔 바라본다
노을빛에 젖은 발자국 덧신고
사랑 위에 사랑,
사랑 위해 포기한
춤사위 점점 흐려진다
당신의 빛바램으로 태어난 야무진
사랑 이야기 펑펑 튀고 우리 닮은 흰 고무신
코빼기 고운 외씨 모습으로 핀 꽃 여름의 무거움도
보고 싶은 얼굴 껴안고 서 있다.
[꿈길에서](시) - 교정본
- 이향숙(봄뫼)
오랜만에
시골집 찾은
기분 좋은 날
절벽 타고
어우러진 너른 숲
환영 미소 짓는다
회한의 감성 그대로
우두커니 남아
거울 너머로 바라본다
못내 아쉬워, 다시 한 번
와 줄 수 있겠냐는
어울림 마음에 가득
가슴 건드린 추억
바람결에 살구향 날리며
배웅하고 서 있다.
[소금](시) - 교정본
- 박정현
곱디고운 은빛
잘 정제된 바닷물이
하늬바람 타고 빛나는 걸까
보석으로 탄생시킨
또 하나의 비밀 강렬한 빛
어디까지가 자연의 신비일까
서로 어우러져 살아 숨쉬는
위대한 존재로 청정지역
갯벌에서 진주로 태어난 그대
신비의 약재 속에
감초 되듯
살아가는 천혜의 입맛 아닌가.
[장맛비](시) - 교정본
ㅡ 이애순
몸부림치는 비울음
산천초목 쓸어내리더니
지쳤나 보다
찰나에 얼굴 내민
여름 대지의 비울음
연신 뿜어 말린다
쪽빛 하늘 뭉게구름
시곗바늘 따라
시시때때로 구름색깔
칠흑 드리우고
하늘 또다시
토해내는 비울음
그 아무도 달래질 못한다
너 나 우리들이 만든
비의 속사정
먼 훗날 누군가는 말하리.
[못 말리는 열정](시) - 교정본
ㅡ 박정현
연서 같은 또 하나의 반가움
문학
옥빛으로 채워 주는 외침
몸 태워 밝히는 촛불
한결같은 혼신으로
세월도 잊은 채
불모지에 난 심어 가꾸듯
눈부시게 치솟은 시어들
대평원에 둥실 해가 솟았다
벅차게 찬란한
또 하나의 깃발 휘날리며.
[스승의 생일](디카시) - 교정본
- 유양업
탐스런 문우들 한마음 꿈꽃 피워
스승의 너른 교훈 가슴에 새기며
맑은 눈빛으로 훈훈한 희열 안고
사랑탑 쌓으며 알싸한 향연 베푼다.
[꽃비](시) - 교정본
- 박영식
마도로스가 되어
처음 메리퀸 호에 승선하던 날
첫사랑 여인이 헤어지자고 했다
그때 용두산 공원에
꽃잎들이 날리고 있었다
떠난다는데 어쩔 것인가
찢어지는 가슴 안고
태연히 말했다
그래 그동안 재밌었어
배웅해 줘서 고마워
눈물 참을려고 했는데
빌어먹을,
저놈의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울고 말았다
멀리
메리퀸 호에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가슴 아파 죽겠는데
망할 놈의 벚나무가
일본까지 쫓아와
꽃잎 뿌려대며 약 올렸다
그때서야
그 여인을 태평양에 버렸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야
땅속에 누워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인데
얼굴이고 뭐고 기억나는 게 없는데
오늘처럼 꽃잎 날리는 날
젊은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 보면
금방이라도
첫사랑이 눈물 훔치며
홀연히 떠나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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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런 문학회 ★
탐스런 문학회.23.07.19. 교정작품
깔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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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22:3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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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실함이 최고여!!!
흩어져 있던 문우님들 시 모아 주셔서 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