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66) - 정겨운 가을 음악회와 플라워 브리지
풍요로운 가을날, 정담을 나누며 청정호수를 걷고 훈훈한 가을 음악회를 지켜보며 빛나는 문필 숲과 운치 있는 꽃 다리 거쳐 젊음이 가득한 대학로를 탐방하는 일정이 뿌듯하다. 그 발자취를 살펴보자.
10월 14일(금), 며칠 전 단풍 명승을 안내한 아담스 씨 부부의 초대로 캠브리지 시의 프레시 폰드를 돌며 정겨운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12시에 레드라인의 종점인 ALEWIFE 역에서 우리를 픽업하여 이른 곳은 청정호수 옆 잔디 휴식처, 튼튼한 벤치의 야외식탁에 차린 식단은 역 근처의 MaMagoo’s라는 식품점(take out전문)에서 사온 큼지막한 버거(생선과 야채가 듬뿍 들어 있다)와 후식이다. 서로의 살아온 과정 등 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식사, 그 후 프레시 폰드를 일주하는 걷기에 나섰다. 5km 남짓의 호반을 돌며 연꽃 가득한 연못 둘러보기, 파와 배추 등을 가꾸는 요양원 옆의 음수대에서 물마시기, 사슴이 뛰논다는 숲길 지나기 등의 산책코스가 명품이다. 한 시간 반쯤 걸어 귀로에 오르려니 큼지막한 선물꾸러미를 안긴다. 커피와 화장품 등이 담긴 일용품 세트, 동봉한 카드에 이렇게 적었다. ‘김00님 가족께, 보스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님 안에서 항상 기쁨과 건강 누리시고 화목한 가정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토마스와 태선 아담스’ 감동의 인사, ‘낮선 곳에 온 나그네를 성심으로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하나님이여, 따뜻하고 신실한 부부를 축복하소서!
프레시폰드에서 아담스 씨 부부와 함께
저녁에는 보스턴총영사관과 평화통일자문회의 보스턴지부가 주최하는 가을음악회에 다녀왔다. 도심의 장중한 공연장이 품격 있고 ‘Philharmonia Boston Chamber Orchestra’의 경쾌한 음률이 감미롭다. 성악 팀이 부른 이별의 노래, 고향의 봄, 아리랑의 화음이 정겹고. 객석을 꽉 매운 청중들이 열정을 담아 호응하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아름다워라. 신사적인 도시에서 큰 뜻을 가꾸는 교민들이여, 건승하시라.
보스턴의 가을 음악회
10월 15일(토), 아들의 안내로 매사츄세츠 서부의 여러 명소를 탐방하였다.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 처음 찾은 곳은 콩코드의 미닛 맨 국립공원 주변에 자리 한 선풍적인 화제의 소설과 영화 ‘작은 아씨들’의 자취가 담긴 Louisa May Allcott’s ORCHARD HOUSE, 왕년의 명작에 대한 향수가 담긴 듯 여성들이 줄을 잇고 아내와 처제도 흥미진진한 모습이다. 잠시 후 들른 곳은 그 옆의 ‘The Wayside, Home of Authors’, 작은 아씨들의 작가 Louisa May Allcott와 주홍글씨 및 큰 바위 얼굴의 작가 Nathaniel Hawthorne 등 유명 문필가들이 살았던 집이다. 며칠 전 White Mountain 단풍명승 탐사 때 찾고 싶었으나 일정이 빠듯하여 놓진 ‘큰 바위 얼굴’의 무대를 작가가 살던 집(The Wayside) 탐사로 가름할 수 있어 뜻깊다.
웨이사이드(나다니엘 호손이 살았던 집)
이날의 목적지는 매사츄세츠주 서쪽 끝 부분의 BUCKLAND TOWN에 있는 ‘The Bridge of Flowers’, 그곳까지 가는 버크셔 구릉지대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드라이브코스로 국도와 고속도로 주변의 단풍 경관이 환상적이다. 닷새 전 다녀온 White Mountain 단풍 명승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풍광, 연달아 살피는 단풍 절경이 이번 보스턴여정의 큰 선물이다. ‘The Bridge of Flowers’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 들르니 매점 입구에 크게 전시한 빨간 사과 모형이 눈길을 끈다. 일대가 사과의 집산지, 가게 안에 사과를 한 개 씩 가져갈 수 있는 바구니가 있다. 먹음직한 사과 한 알을 골랐는데 싱싱하고 맛도 좋구나. 전날 만난 아담스 씨 부부가 이 지역의 사과 따기 이벤트에 참가하기를 권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으로 가름하여도 될 듯.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가깝다. 금강산도 식후경, 관광객이 붐비는 타운의 도서관 뒤쪽에 근사한 벤치가 눈에 띤다. 준비한 보자기를 탁자 위에 펴니 훌륭한 식탁, 울긋불긋한 나무숲을 감상하며 드는 점심이 별미다. 식사 후 ‘The Bridge of Flowers’로 이동, 100년도 더 된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유장하고 그 옆의 소로로 이어지는 달리아 꽃길이 운치 있다. 아내는 평소 좋아하는 달리아를 흠뻑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표정, 나도 덩달아 기쁘다. 다리 건너니 한 곳에 사람들이 붐빈다. 다가서니 달리아카페,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아이스크림, 모두들 맛있게 드누나.
플라워 브릿지 옆의 철교를 지나며
오후 3시 지나 귀로에 올랐다. 도중에 들른 곳은 애머스트에 있는 매사츄세츠 주립대학,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경쾌하고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도 드넓은 캠퍼스가 웅장하다. 정진하는 청년들이여, 밝은 미래를 설계하라.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 먼 길 오가며 좋은 장소로 안내한 아들이 고맙다. 정겨운 가을 나들이가 즐거워라.
화창한 주말(10월 16일, 일), 오전 일찍 숙소에서 가까운 한인교회를 찾았다. 예배의 설교자는 한인 2세인 보스턴대학교의 박수진 신학대학장, 신학교수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교수로 미국에 터를 잡았다. 말씀 주제는 ‘거룩한 땅으로 부르심(A Call to Halley Ground), 핏줄이 다른 이방인으로 이질적인 사회와 문화에 순응하는 정체성의 혼란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본인의 체험과 구약성경의 대표적 이중성향을 지닌 모세의 상황을 통해 통찰하는 내용이 설득력 있다. 외국에 사는 교민이 겪는 정체성 혼란의 모형이기도. 누구나 그가 선 곳이 거룩한 땅임을 새기며 잘 적응하자.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에굽기 3장 5절)
보스턴 한인교회의 예배 모습
오후에는 보스턴 중심가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돌아보았다. 번화가에 자리 잡은 성당이 우아하고 옥상을 중국풍으로 설계한 상공회의소 건물이 품위 있다. 골목마다 즐비한 음식점과 식료품가게, 약재상과 이‧미용실, 공터에 운집하여 카드놀이와 장기판에 열중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활기 있고 느긋하다. 숙소 주변의 산책길에서도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 미국문명의 본산지에 뿌리내린 중국인들의 저력과 활동상이 대단함을 느낀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사회에 터를 잡은 중국인의 속내가 궁금하다. ‘인류는 하나 되게 지음 받은 한 가족 우리는 그 속에서 협조하며 일하는 형제와 자매로다’(찬송가사의 일부)
품격이 느껴지는 보스턴 차아니타운의 공상회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