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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문화재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2018 신작 연극 안녕 아라발
공연명 안녕, 아라발
공연단체 공상집단 뚱딴지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연출 문삼화, 황이선
공연기간 2018년 10월 5일~21일
공연장소 마포아트센터
관람일시 10월 20일 오후 4시~7시
1, 마포문화재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작 김미라 번역 황이선 연출의 게르니까(Guernica)
김미라(동의대 불문과)교수가 20년에 걸쳐 페르난도 아라발(66)의 희곡 50편을 번역, 「아라발희곡전집」(고글발행·전7권·사진)을 펴냈다.베케트, 이오네스코를 잇는 프랑스 부조리극 작가로 꼽히는 아라발은 『나는 부조리극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공황연극」이라며 비극과 익살, 불경과 신성, 공포와 사랑이 하나가 되는 제전(祭典)으로서의 연극이라고 설명한다. 아라발은 국내 연극계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가이지만 금기시되는 성과 폭력을 대담하게 묘사, 인간 본성을 깊이 통찰케 한다.
김교수는 대학 2년때 처음 아라발을 읽은 뒤 이 한 작가만 탐구해 왔다. 그는 『80년대 국내에 간혹 올려졌던 아라발의 초기작품이 작가 내면의 탐색에 치우쳐 있었다면, 이번 전집에서 새로 소개되는 작품에는 보다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아라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이선은 서울예대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다. <후산부 동구씨>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 <앨리스를 찾아서> <프로메테우스>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미녀 작가 겸 연출가다.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1932~ )은 에스파냐 태생 프랑스의 극작가, 소설가, 영화제작자다.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955년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갔다가 그곳에 정착했다. 1959년에 첫 작품인 전쟁의 공포와 한 가족의 즐거운 소풍을 대비시킨 풍자희극 <전쟁터에서의 소풍(Pique-nique en campagne)>이 공연되면서 프랑스 전위주의 작가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초기 희곡 중 예수의 전기를 희극적으로 묘사한 <자동차 묘지(Le Cimìetière des voitures)>(1958)에서는 등장인물이 외양은 어린이처럼 보이지만, 순진무구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 성매매를 하거나, 살인자 또는 고문을 자행하는 자들이다. 1960년대 중반에는 ‘공포극(Théâtre Panique)’이라고 부르는 형식의 극작을 했다. <건축가와 아시리아의 황제(L'Architecte et l'empereur d'Assyrie)>(1967)에서는 2인의 등장인물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 해 보는 연극이고, <그리고 그들은 꽃에 수갑을 채웠다(Et ils passèrent des menottes aux fleurs)>(1969)에서는 정치적인 색깔로 점철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67년 에스파냐 여행 중에 자신이 강제투옥 당했던 일을 내용으로 쓴 희곡으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소설인 <바빌론의 바알 신(Baal Babylone)>(1959)은 파시즘 치하의 에스파냐에서 보낸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고, 1970년 그는 이 소설을 <죽음이여 만세!(Viva la Muerte!)>라는 시나리오로 바꿔 영화로 제작했다.
페르난도 아라발은 희곡집 12권과 소설, 시나리오, 시, 그리고 독재자 카스트로에게 부친 비난편지로 유명하다.
<게르니까(Guernica)>는 동명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의 그림이 유명하다. <게르니까>는 20세기 회화 최대걸작으로 1937년 에스파냐(영어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정권을 지원하던 나치 독일의 비행기가,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에스파냐의 북부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까>를 공습해 2000명의 사상자를 내고 마을이 파괴되자,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피키소가, 같은 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장 에스파냐관의 벽면에, 공습의 참화로 살상된 민간인과 가축 그리고 붕괴된 건물을 가로 776cm 세로349cm의 화폭에, 민중의 분노와 절규, 상처 입은 말, 피카소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에스파냐 특유의 투우 그리고 아기와 함께 절규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하학적 도형과 배치로 흑과 백 그리고 황토색만으로 1개월 반 만에 그려내어 에스파냐 관에 전시하자, <게르니카>는 당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작품이 되었다.
희곡 <게르니까> 역시 역사적인 배경은 같다. 나치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에 덮인 채 앉아있는 부인과, 안타깝지만 부인을 구출해 낼 수 없는 남편의 상황을 그렸다. 폭격이 계속되고 건물잔해가 더 높이 쌓이지만,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는 여하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세울 수도 없는 절대 절명의 위기와, <게르니까> 거주민 모두가 연극 속의 부부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던 나치의 폭격의 잔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페르난도 아라발은 비극적이 아니라 희극적으로 그려냈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에서 부부가 식탁에 마주 앉아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폭격 소리와 더불어 암전이 되면서 조명 들어오면 무너진 건물 긴 벽면 아래에 깔려 있는 아내와 그 위에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의 남편이 보인다. 남편과 아내,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부르지만 접근할 길이 없는 것으로 설정된다.
계속 폭격이 일어나고, 서너 명의 남녀 나치병사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입체로 된 사각의 크고 작은 조형물을 무대로 들어다 깔아놓는다. 향후 폭격소리가 날 때마다 그런 동작은 계속된다. 나치 병사 한 명은 상수 쪽 건물 잔해에 앉아 부부에게 총구를 겨누기도 한다.
위기와 위난을 당한 부부의 모습과 애타게 서로를 부르는 모습이 한동안 펼쳐지고, 아내를 구해보려는 남편의 절실한 동작과 부르짖음이 계속되지만 계속되는 폭격으로 부부가 건물 잔해 속에 함께 묻혀버리면서 연극은 나치병사의 만족스런 표정으로 퇴장을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대단원에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건물 속에서 죽음을 맞는 부부의 처절한 모습은, 마치 1950년대 북의 남침으로 야기된 6 25 사변 당시의 우리의 재앙과 비교가 되고, 70여 년 전의 에스파냐의 내전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문병주가 남편, 나하연이 아내로 출연해 비극적 상황을 희극적인 연기로 이끌어 가려고 혼신의 열정을 보이고, 한철훈, 정다연, 이의령, 김세중, 박지은 등이 출연해 폭격 소리와 함께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무대로 계속 나르고 나치병사 역을 하면서 호연을 펼친다.
2, 문삼화 연출의 쾌락의 정원(Le Jardin des Délices)
문삼화는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지상최우의 농담> <잘자요 엄마> <뽕짝>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를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쾌락의 정원(Le Jardin des Délices)은 네델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는 의 그림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 전시되어 있다.
보스는 나무 널판에 그려진 3개의 그림이 서로 맞붙은 3 연작 화를 여러 점을 그렸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쾌락의 정원>이다. 이 작품의 왼쪽 널판에는 아담과 이브와 수많은 경이로운 동물을 담은 낙원을 묘사하고, 중간 널판에는 다수의 벌거벗은 사람들과 거대한 과일 및 새를 담은 지상의 쾌락의 모습을 그리고, 오른쪽 널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죄인들을 징벌하는 지옥의 모습을 그렸다. 다른 널판에는 신의 지구 창조모습이 그려졌다.
아라발이 보스의 그림 쾌락의 정원에서 소재를 따온 연극 쾌락의 정원(Le Jardin des Délices)은 수도원을 탈출해 배우가 된 미녀 와 동성애자처럼 라이스를 바짝 따르는 동료 수녀, 그리고 남자친구의 이야기다.
무대는 커다란 성 같은 저택으로 설정이 되고, 정면에 창이 있어 그 뒤로 출연자의 통행이 보인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중앙에 긴 소파와 하수 쪽으로 머리맡에 놓인 탁자에 전화기가 놓여있다.
배우인 주인공에게 인터뷰 전화가 몇 차례 걸려오고, 백색의상을 펄럭이며 주인공은 인터뷰에 응한다. 남성 아나운서의 음성과 질문하는 여성 팬의 음성이 전해진다. 잠시 후 수녀였던 동료가 등장해 가슴 속에 있는 말을 주인공과 주고받는다. 두 여인은 수녀로 남아있기에는 아까운 미녀다. 여기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한 레드 버틀러 역의 클락 케이블 같은 미남이 여주인공의 친구이자 애인으로 등장한다. 미남은 여주인공에게 모자를 씌우고 일종의 최면상태로 들어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여주인공의 동성애 상대로 여겨졌던 동료수녀가 미남과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당연히 여주인공의 분노와 항의가 폭발하지만 동료수녀의 반발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미남은 모자를 씌우고 여주인공을 최면상태로 이끌어 간다. 그러면서 미남은 어느 여인의 일방적인 편을 들지 않고 두 여인을 대등하게 다루며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다. 마치 성과 같은 저택을 쾌락의 정원으로 형성시키려는 듯싶다. 천국과 지옥이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이고 현재 간통죄 폐지 이후의 우리 사회를 거울에 비춘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김지원이 여배우, 김 설이 동료수녀, 김태완이 남자친구로 등장해 각자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다. 다만 속삭이는 것 같은 대사로 해서 내용전달이 약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3, 황이선 연출의 미궁(Le Labyrinthe)
미궁은 아라발의 196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967년에 TV 드라마로 방송되었다.
미궁(迷宮)의 유래는 신화에서 출발한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포세이돈이 자기를 위한 제물로 쓰라고 보낸 흰 황소를 왕비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신에게 바치지 않았다. 이에 모욕을 느낀 포세이돈은 미노스 왕을 벌주기 위해 왕비가 그 황소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왕비는 몸이 달아오르자 나무로 된 가짜 암소를 만들게 하여, 그 속에 몸을 감추고 황소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 결과 인신우두(人身牛頭)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니 미노스왕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왕은 미궁을 만들어 그 속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고, 해마다 아테네 출신의 처녀 총각 각 7명을 먹이로 주었는데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 테세우스가 제물 중의 한명으로 크레타로 오게 된다. 미노스왕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자기를 그리스로 데려가 달라고 간청한다. 테세우스는 미궁에서 빠져 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공주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주어 안전하게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 주고 둘은 결합하게 된다.
신화 속 미궁은 도대체 어떤 장소인가? 미로(maze)는 막다른 길이 있고 복잡하게 얽혀있어 길을 잃고 헤매도록 만들었다. 반면 미궁(labyrinth)은 빙빙 돌도록 만든 길을 따라가면 궁극적인 중심에 이르는 외길이다. 미로가 중심을 잃도록 배치되어 있다면, 미궁은 반드시 중심에 닿을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실타래를 주지 않는다면, 혹은 누군가 실타래를 끊어버린다면 미궁을 빠져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된다. 고립된 장소. 도망치려 발버둥 쳐도 늘 똑같은 장소로 돌아오게 되는 곳. 그것이 바로 미궁의 무대다.
연극 미궁(迷宮)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부조리한 것도 아니다. 부조리라는 단어는 몰이해자들이 만든 엉뚱한 단어다. 미궁(迷宮)은 오직 자유로움과 보다 나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여, 끊임없는 인생의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마치 폭력과 단절, 무기력과 절대 권력사이에서 소외된 우리의 자화상과도 같다. 그리고 극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절대 권력 앞에서 꼭두각시놀음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된다. 미궁(迷宮)에 빠져 있는 인간의 완전한 자유를 꿈꾸던 아라발. 그의 작품은 잔혹하기도 하지만 희극적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아라발의 작품은 연출이 재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매력적인 연극이다.
무대는 여러 개의 의자가 나란히 배치되고, 출연자들은 백색정장차림이다. 미궁에 갇힌 죄수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미궁을 표현하기 위해 선발된 인물들의 연기경연장처럼 느껴진다. 개별연기와 단체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잔혹한 현실인 미궁에서 탈출하려는 인물과 이를 제지하려는 인물, 그리고 얽힌 사슬을 끊고 탈출하는 장면이 희극적으로 연출되지만, 탈출 후 발목에 남아있는 족쇄의 흔적이 관객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고 아련히 배어든다.
한철훈, 이의령, 박지은, 문병주, 정다연, 나하연, 김세중 등 출연자 전원의 개별연기와 단체연기가 조화를 이룬 수준작이라 평하겠다.
4, 문삼화 연출의 피살자를 위한 의식(Ceremonie pour un Noir assassine)
<피살자를 위한 의식>의 원제는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Ceremonie pour un Noir assassine)>이다. 무대 중앙에는 긴 안락의자가 놓이고 여기저기 옷을 담은 곽이나 보따리가 보인다. 상수 쪽에 문이 있어 등퇴장 로가 된다. 등장인물은 무명의 배우라는 설정이고, 방에서 각종 의상을 입어보며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오셀로를 비롯한 연극의 대사를 읊는다. 남녀의 의상을 구분 없이 입고 모자도 쓰면서 실제 배역을 맡은 듯 좋아하며 옷 입기를 계속한다. 그런데 머지않은 곳에서 계속 “아버지가 죽었어요!”라는 여인의 애처로운 음성이 들려온다. 그러나 두 배우는 들은 척도 않지만, 소리가 반복되자 가까스로 의식을 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반바지차림의 예쁜 소녀가 등장한다. 애처로운 음성과는 달리 소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고 아버지의 죽음을 알린다. 두 사람이 말을 건네자 방글방글 웃기까지 한다. 소녀 역시 무대의상에 관심을 드러낸다. 원래 두 배우는 화려한 무대에 나설 용기나 기량이 부족한 것으로 설정이 되고 소녀 역시 어리기 때문인지 장례는 뒷전이고 의상차림에 열정을 보인다. 장면이 바뀌면 아버지의 시체를 담은 관이 준비가 되고 장례를 치러야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연극과 의상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차츰 시체가 썩어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고 동네사람들이 냄새로 인해 모여들지만 꼭 닫힌 문이라 어쩌지를 못한다. 드디어 경찰이 도착을 하고 방문을 두드리며 열라는 소리를 한다. 드디어 방문이 활짝 열리고 밖의 불빛이 방안을 환하게 비추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만사 제쳐놓고 연극에 몰두해 세상모르고 지내는 필자를 묘사한 듯싶은 내용의 연극이다.
이인석, 승리배, 오윤정 그 외의 특별출연자들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이 기억에 남는다.
5, 황이선 연출의 사형수의 자전거(La Bicyclette du condamne)
무대 상수 쪽에는 건반 피아노가 놓이고, 하수 쪽에는 자전거 형태의 페달 밟는 운동기구가 놓여있다.
사형수의 자전거(La Bicyclette du condamne)는 피아노를 초보단계에서 연습하는 죄수와 사형수의 시체를 자전거로 운반하는 여인의 사랑 이야기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 쌍이라도 실제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듯이 이 연극에서도 기묘한 사랑의 이야기가 피아노 연주음의 수준 상승에 맞춰 피어오르게 되는 창아기발(創雅奇拔)한 내용이다.
자전거로 사형수를 호송하는 여자는 감옥에서 남자죄수가 피아노 건반을 차례로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나간다. 차츰 죄수의 피아노 소리가 정돈되고 연주가 단계를 밟게 되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관심을 표하게 된다. 그리고 관심이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이 피아노 연주음에 맞춰 상승된다. 그러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 이른 봄의 꽃망울처럼 피어오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속해 있는 세계는 이런 것을 용납하지 못 한다. 동료 죄수들은 피아노 연주 소리를 싫어한다. 증오하가까지 한다. 그리고 연주자를 포박해 묶어놓는다. 사형수를 운반하는 여자가 지날 때가 되자 죄수는 묶인 상태에서 연주를 한다. 여태껏 연주보다 음악성을 띄면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여자는 연주음을 들으며 황홀해 한다. 남자죄수에게 답례로 푸른 풍선을 선물한다. 동료죄수들이 등장하고 더 이상 연주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죄수는 피아노 연주를 아름답기 그지없게 계속한다. 곧이어 동료죄수가 권총을 겨누는 장면이 연출되고 총성과 함께 연주자는 쓰러진다. 여자죄수의 오열....그리고 자전거에 연주자를 싣고, 피아노에 는 푸른 풍선을 달아놓은 후, 떠나가는 장면과 더불어 여기저기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관객의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사형수의 자전거>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순수성에 대비되는 악마적 몰이해 속에 펼쳐지는 인간의 잔인한 폭력이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사랑의 파란 풍선처럼 뇌리에 영원히 떠오를 한편의 걸작연극의 탄생이다.
정다연이 자전거로 호송하는 여자, 김세중이 피아노 연주하는 죄수, 그리고 한철훈, 나하연, 이의령, 박지은이 출연해 극 분위기를 주도하며 호연을 펼쳐 갈채를 받는다.
6, 문삼화 연출의 건축사와 아씨리 황제(L’architecte et L’empereur d’ Assyrie)
배경에 영상으로 섬의 영상이 투사된다. 막이 열리면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외딴 섬에 혼자 살고 있는 원주민과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 한사람인 아씨리 황제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원주민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르고 황제는 상대에게 말을 붙인다.
암전. 그리고 2년이 흐른다. 황제는 원주민에게 건축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단어를 가르친다. 이들은 놀이의 상대를 서로에게서 혹은 자신에게서 찾으면서 황제라는 호칭과 관계없이 일반인과 똑같은 어휘를 사용하고, 상대와의 대화를 놀이하듯 펼쳐간다.
황제와 건축사는 수시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펼쳐가면서 각자 이야기의 등장인물 역을 해낸다. 교회와 신의 권위를 부정하는가 하면 에로티시즘, 똥과 오줌이야기, 전쟁, 재판, 모친 살인, 식인의 장면 등을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2막은 재판장면이다. 건축사는 재판관이 되고 황제는 여러 명의 피고인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재판을 통해 황제의 감추고 싶은 과거와 어머니를 살해한 죄상을 고백한다. 그리고 건축사에게 자신을 사형시켜줄 것을 부탁한다.
2막2장. 건축사가 식탁에 앉아 황제의 다리를 뜯어먹고 있다. 황제를 죽인 후 그의 인육을 먹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는 점점 황제를 닮아가고, 그 자신이 황제가 된다. 그리고 황제의 시신을 올려놓은 식탁을 치운다. 그리고 잠시 후 극의 도입에서처럼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황제의 옷차림을 한 건축사와 건축사의 옷차림을 한 황제가 서로 마주한다. 원어민의 소리와 황제의 말이 부딪친다. 배역이 바뀌어 연극의 도입장면으로 되돌아가면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오민석, 김준영, 윤광희가 교대로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로 갈채를 받는다. 다만 등장인물의 시종일관 일상적인 대사보다 황제 역을 할 때의 어조를 바꿔 표현하면 좀 더 변화 있고 괜찮은 공연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액팅코치 고재경, 무대 김혜지, 조명 박성희, 음악 rainbow99 류승현 이성신, 의상 이원영, 그래픽 보통현상 김 솔, 사진 명랑사진관 이정훈, 조연출 김지현 오윤정, 오퍼레이터 이광현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공상집단 뚱딴지의 2018 신작 연극 <안녕, 아라발>을 기억에 길이 남을 수준작으로 창출시켰다.
10월 20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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