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엉겅퀴
ㅡ차도르여 안녕
정미
평생 빈약한 연민을 키우느라 세월을 탕진했다, 이제 나는 겨우 가시엉겅퀴
가시로 자존을 지탱한지라 세상과 소통하는지라
바람결이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다, 간혹 꽂히는
먼 나라의 나비날갯짓에 신경 곤두세우는 전사로 꼿꼿이 늙어갈지도 모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차도르의 말과 시위자들의 격앙된 숨소리와 발소리,
보이는 안과 보이지 않는 바깥 사이에서 불붙은 이국의 뉴스에 눈살을 날린다
종교의 위태로운 편향을 지나 테헤란의 광장을 지나 불타는 차도르를 지나
엄한 율법의 굴레를 뛰쳐나온 나는
번뜩이는 햇살독기로 치켜세운, 살갗에 솟은 가시로 날카로운 숨을 몰아쉰다
그곳엔 있으나 마나한 한숨으로 헛바퀴를 돌리겠지만
나비날갯짓에서 쏟아진 것은 그들의 눈빛, 차도르의 안과 밖은 핏빛 신앙, 부글부글
끓는 눈물이 접점으로 내 꽃방에 배어서 가시를 키운다 품을 수 없는 것들이 모여 뾰
족한 분노가 되는 것, 차도르가 세상을 덮칠수록 함께 타는 분신으로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