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전에 읽었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류시화는 여전히 인도를 경험하지 못한 범인에게 인도의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인도인들은 도대체 몇천년동안 저리 산것일까...
나에게 어이없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부분은 역시 인도인들의 소크라테스식 논리이다
어떤때는 너무 억지스럽고, 납득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이렇게 반박했을꺼야~"따위의 아쉬운 상상을 해보지만
이내 '수천년동안 단련된 그들의 논리 전개법에 말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인도인의 대부분은 카스트제도와 해탈의 동경에서 빠져나올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것 같다
어쩌면 대부분의 평범한 인도인들은
인도땅 바깥세상에서 다른 신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고, 다른식으로 신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있고
신이 없어도 마음의 평화를 지닌채 살아갈 수도 있으며
자신의 태어난 배경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것을
평생 알지도, 생각지도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
그들의 종교관처럼 환생이란 것이 있다면
고단한 이세상에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야 백분 이해하겠지만
어차피 기억도 못할 전생과 환생이라면
굳이 해탈에 이르고자 평생 고행속에서 살아야만 하는가하는 의문도 들고
평생 진리는 찾아 어디에 쓸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들은 마음의 평화를 원하지만 그들이 만족해하며 사는 삶은 정말 고단해 보인다.
(진심으로 만족해 하는지도 모르겠다)
인도가 힌두교의 발상지이니만큼 다신을 섬겼고, 궤변에 가까운 논리 전개방식,
현상의 세계를 무시하는 이데아식 관념적 사고, 이에 따른 내세에 대한 희망과 공포, 해탈의 동경...
이런점들은 역시 다신을 섬겼던 그리스, 소크라테스식 논리, 이데아...들과 공통점이 있다.
이런점들은 인간이 내세에 대한 호기심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이라 생각된다.
또 비슷한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몇천년 후 얼마나 다른 세계를 만들어놓았는지를 확인하면
정말 섬뜩하기까지 하다
다수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 자신이 가진것을 잃지 않기위해
종교와 관습과 내세를 들먹이며 순진한 사람들을 그 굴레속에 버려두는것은 정말 치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도인의 삶이 나의 삶이 아니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 멈춘다
그들의 현실은 고단할지라도 그저 평범한 나는 류시화의 책을 보고
인도를 한번쯤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칠 뿐 이를 뛰어넘는 위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의 인도인에게는 인도땅 바깥의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알지 못하는게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조건중에 하나가 될것이다.
류시화는 여전히 몇십원짜리 엽서를 팔기위해 거리를 해메는 소녀를 빛나게 표현하고
시인을 자처하며 사기를 치는 사람에게 마지못해 속아넘어가주며
여행가방을 뒤지는 쥐와 고장난 샤워기가 있는 여인숙을 그리워하는가 하면
쓰레기와 시체가 떠다니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평화롭게 바라본다.
================== 책속의 좋은 글 ==================
오늘 난 무척 행복하다 : 아즈 함 바후트 쿠스헤 (힌두어)
- 가난과 인간 고통의 대명사 캘커타. 그곳은 지구의 블랙홀이라 불린다
전체 인구 1100만명 중에서 500만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고 또다른 250만명은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이들은 아프리카 원주민들보다 훨씬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시인이라고 여기고
시와 글을 싣는 잡지가 3000여종이나 발간되는 기상천외한 도시 캘커타...
- 원숭이가 경기를 방해할때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
- 음식과 메뉴판이 서로 다를때는 메뉴판을 밎지 말고 음식을 믿을것
- 인도에서는 차량사고로 사람을 죽이면 두달감옥에 2천루피 벌금이지만
소를 치어 죽이면 1년 감옥형에 1만루피 벌금이다
-힌두어로 '손님'은 약속없이 찾아오는 사람이란 뜻이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었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 숙박비를 깎는다고 방이 새것이 되는건 아니잖소
당신이 지금의 이 방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방값을 깎는대도 완벽하게 만족하진 못할것이오
소크라테스도 웃고갈 논리
- 번번히 비행기가 취소되고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예정대로 여행을 하기 힘들다
예약은 뒤바뀌고 약속은 간단히 무시되고 음식을 주문해도 엉뚱한 요리가 나오기 일쑤
- 친구 쑤닐의 시골마을 비하르주 하루 14명이 죽고 4시간마다 1명씩 납치
6달동안 살인사건 2600건 납치 1200건 강력범죄 6만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