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찻잎도, 꽃도, 바람도…이곳에선 청자처럼 푸른빛
ㆍ자연·역사·먹거리 빠지는 것 없는 전남 강진
경향신문 | 글·사진 김종목 기자 2020.07.15... 이 글의 출처 ☞ 원문보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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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生 짱뚱어들의 입소문 강진만생태공원은 ‘짱뚱어, 갈대, 만’의 생태와 자연, ‘애절양’의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강진만생태공원 남포전망대 쪽 데크 아래 갯벌에서 짱뚱어들이 퍼덕거렸다. 썰물의 갯벌 표면에 드러난 짱뚱어의 몸짓은 갓 잡힌 물고기가 그물에서 헤어나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어류는 물속에서만 산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짱뚱어는 피부호흡을 한다. 물 밖에서 장시간 견딘다. 저 몸짓은 수영, 놀이, 먹이 구하기다.
“저쪽 짱뚱어들한테 입소문이 났죠.” 문화관광해설사 윤문숙씨가 지난 3일 전망대에서 갈대밭이 끝나는 부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생태공원 쪽)선 사람들이 자기네들 못 잡으니까 이쪽으로 왔어요.” 진지하게 듣다가 “이건 제 말입니다”라는 윤씨 말에 함께 웃었다.
“짱뚱어는 워낙 민감해 작은 소리만 나도 갯벌 구멍으로 숨었는데, 요즘은 사람 기척이 나도 숨지 않는다”고 했다. 윤씨 말에 화답하듯 짙은 회색의 짱뚱어 수십마리가 꼬리와 몸통을 뒤흔든다. 세찬 몸짓은 같은 색깔 갯벌에서도 뚜렷하다.
‘짱뚱어들 간 입소문’은 근거 있다. 소형 잉엇과 물고기인 패트헤드 민노라는 물고기는 포식자를 보면 화학물질을 분비해 다른 동료에게 위험을 알린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나왔다.
전남 강진은 자연과 역사, 먹거리로 유명하다. 면적 70㎢에 1131종의 생물이 사는 강진만 습지와 갯벌은 강진 자연을 대표한다.
생태공원은 강진군이 2018년부터 알파벳 A와 비슷한 강진만의 모양을 따 부르는 ‘A로의 초대’의 첫 초대지로 적합하다. 생태공원에서 짱뚱어탕을 떠올리는 일은 민망한 일이지만, 강진읍내엔 서울과 달리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짱뚱어탕집도 여럿이다.
강진만의 진수를 느끼려면 청자전망탑이 있는 가우도로 가도 좋다. 출렁다리와 집트랙이 섬과 육지를 연결한다. 고바우 상록공원에서도 강진만 일대를 볼 수 있다.
짱뚱어 노니는 걸 보다 고개를 들었다. 한여름 녹색 갈대밭은 청보리밭 같다. 강진 하면 떠오르는 색은 청자의 비색인데 갈대색도 그에 못지않은 색이다. 윤씨는 “비가 적당히 내려 갈대 빛깔이 더 예쁘다. 여름에도 갈대를 보러 오시라”고 권한다. 갈대밭을 가로질러 놓인 3㎞의 데크길을 걸으면 맑고 서늘한 갈대 덕에 절로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갈대밭을 흔드는 바람’도 시원하다.
강진군은 ‘강진만 춤추는 갈대 축제’를 10월23일~11월1일로 예정했다. 그때는 코로나19가 진정될까.
생태공원을 떠나면서 남포전망대 전시실을 들렀다. 군정 문란을 비판한 다산 정약용의 시 ‘애절양’이 걸려 있었다. 첫 행 ‘갈밭마을 젊은 여인 울음도 서러워라’의 갈밭마을이 남포리 생태공원 일대다. 강진 하면 다산이고, 다산 하면 강진이다. 강진 곳곳에 다산의 사상과 인간관계가 녹아들었다.
↑ 茶 구름봉우리 아래 차밭 월출산국립공원 자락 차밭과 백운동 별서 정원 공간엔 다산과 차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들었다
월출산 녹차밭도 한여름 ‘녹색 강진’ 리스트에 들어가야 한다. 성전면 일대 차밭은 강진 관광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월출산국립공원 자락 중턱 도로 전망대에서 차밭을 아래로 내려봐도 좋고, 차밭 아래 끄트머리에서 올려봐도 좋다.
차밭 너머 월출산 천황봉(810.7m), 구정봉(710.8m), 사자봉(667.6m)이 병풍처럼 둘러싼다. 부슬비가 내린 4일 오전 운무가 봉우리들을 은은히 둘러쌌다. 큰 일교차와 안개가 차 재배에 좋은 기후 요건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월출산을 둘러싼 풍경을 두고 선경(仙境)이라 했다. 구정봉 서남쪽 봉우리인 옥판봉에 신선이 머물렀다고 여겼다. 1812년 다산이 제자들과 월출산에 갔다 백운동(白雲洞)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지은 게 ‘백운동 12경’이다. 다산은 옥판봉을 1경으로 꼽으며 ‘옥판상기(玉版爽氣)’라고 했다.
월출산을 바라볼 때 왼편에 있는 백운동 별서(別墅) 정원의 정선대(11경)에 앉으니 옥판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출산 자락 움푹 파인 곳에 들어선 백운동 별서 정원은 사방이 수목으로 뒤덮였다. 원림에 파묻힌 채 월출산 전경을 바라보며 산과 정원 위치가 빚어내는 공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정선대다.
마침 비 내린 월출산엔 구름이 걸쳤다. 백운동에도, ‘상쾌한 기운(爽氣)’에도 걸맞은 시간과 장소였다.
다산은 초의 선사 그림 ‘백운동도’ 등을 넣어 저술한 ‘백운첩’을 별서 정원을 조성한 이담로(1627∼1701)의 후손이자 정원의 4대 주인인 이덕휘에게 유숙의 답례로 전했다.
다산 이야기는 차로 이어진다. 다산이란 호는 다산초당 뒷산 백련사 석름봉이 차나무가 많아 ‘다아산(茶兒山)’이라 불린 데서 유래한다.
다산은 강진의 제자 18명과 다회(茶會)인 다신계(茶信契)를 만들었다. 제자들은 다산이 고향 마재(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로 돌아간 뒤에도 곡우에 딴 잎차 1근, 입하의 늦은 찻잎으로 만든 떡차 2근을 매해 보냈다고 한다.
제자 중 한 사람이 이덕휘 양자이자 별서 정원 5대 주인 이시헌(1803~1860)이고, 그 후손이 이한영(1868~1956)이다. 이한영은 백운동에서 만든 녹차에 1939년 ‘백운옥판차’라는 상표를 붙여 팔았다. ‘금릉월산차’와 ‘금릉차’ 상표도 출시했다. 금릉(金陵)은 통일신라와 고려 때 강진의 행정 구역인 도강(道康)의 별호다.
한양대 정민 교수가 2015년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글항아리)을 내면서 ‘일제강점기 이한영의 백운옥판차와 월산차’도 다뤘다.
2015년까지 백운옥판차 상표는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 것이었다. 이 회사는 1982년 10만평 규모의 월출산 차밭을 사들인 뒤 3개의 차도 상표 등록을 했다. 상표를 만든 사람도, 그 후손도 분명한데 상표 등록을 한 기업의 욕심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한영 후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후손과 주민들이 2006년 상표 되찾기 강진군민운동 협의회를 만들어 싸웠다. 2016년에야 법적 다툼을 거쳐 이한영 고손녀인 이현정씨가 상표권을 찾았다. 이씨는 2018년 차밭과 멀지 않은 이한영 생가에 ‘이한영 전통차 문화원’을 열어 차 연구와 다도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色 곳곳에 탐스러운 수국 강진 곳곳에 수국꽃이 피었다. ‘보은산 건강 산책 코스’는 강진의 대표 수국길이다
다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강진의 진산이라 일컬은 보은산 중턱 고성사(高聲寺)의 보은산방에도 1년을 머물렀다. 고성사는 판소리 소리꾼들이 득음하던 장소라고 한다. 금릉팔경 중 하나가 해질녘 고성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高庵暮鐘·고암모종)다.
강진여중 부근에서 고성사로 가는 ‘고성길’엔 수국꽃이 한창이었다. 수국 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부산 태종사 수국밭,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화담숲이다. 코로나19 이전 수국축제를 열곤 했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이나 한림공원, 찻길에 난 종달리 수국길을 둔 제주 곳곳도 수국으로 유명하다.
고성길은 강진의 대표 수국길이다. 강진군은 ‘보은산 건강 산책 코스’로 불리던 이곳에 수국을 2012년 2000그루, 2014년 2만5000그루 심었다.
규모는 화담숲 등지에 비할 바는 아니다. 2㎞ 길은 소박하다. 산자락 끝길 곁에 그저 피어난 수국꽃 자체의 아름다움은 관상용으로 부러 가꾼 수국 못지않다. 보라색이나 파란색, 분홍색이란 단어로 수식하기 힘든 오묘한 기운의 빛깔이 꽃송이 하나하나에 스며들었다.
수국꽃 색은 시간에 따라, 토양 성분에 따라 변한다. ‘흐벅지다’는 형용의 감탄이 절로 나온다.
↑ 비색의 청자와 원색의 꽃들이 어우러진 고려청자박물관 뜰
그러고 보니 강진 곳곳이 수국이다. 이한영기념관 뜰에도, 강진군 관광안내소 화단에도, 고바우 상록공원 전망대 아래 계단 울타리에도 수국꽃이 만개했다. 청자 가마터의 고려청자박물관(www.celadon.go.kr) 마당에 핀 보랏빛 수국꽃도 청자 조형물 빛깔과 어울렸다. 가정집 화단에도 많이 폈다. 윤씨는 “재배용으로 심다가 집 앞에도 심게 됐다. 일본으로 수출도 많이 했다. 지난해엔 한·일관계 때문에, 올해엔 코로나19 때문에 판매가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수국꽃은 6월 말~7월 초가 절정이다. 7월 말까지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수국길 옆으론 대규모 연꽃단지가 있다. 백련과 홍련은 8월 초가 절정이다.
수국은 벚나무 아래 심어졌다. 봄부터 여름까지 그대로 ‘꽃길’이 이어진다. 보은산 계곡물을 막아 만든 V랜드 물놀이장도 지역 명소인데,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다
↑ 味 먹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강진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조선시대 어세(漁稅), 염세(鹽稅), 선세(船稅), 곽세(藿稅) 등 막대한 해세(海稅)를 바쳤다고 한다. 왜구도 자주 침략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수탈당했다. 착취와 수탈을 당한 해산물이 ‘강진 한정식’과 ‘회춘탕’의 주재료다.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강진 상권 중심지인 중앙로 상가거리에 맛집이 몰려 있다. 아무 백반집에 들어가도 대략 10가지의 찬이 나온다고 한다. 대도시 물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가격에도 놀란다. 서울에서 1인당 최소 5만원을 줘야 할 한정식이 반값에 나온다.
강진군(www.gangjin.go.kr)이 ‘믿고 먹자! 강진 모범음식점’ ‘맛과 멋, 흥이 있는! 남도음식명가’ ‘맛의 1번지! 강진 한정식’ ‘기운이 쑥쑥! 강진 회춘탕’ 같은 타이틀을 달아 소개한 맛집은 49곳이다.
강진군 초청 행사에서 군이 제공한 숙소는 ‘달빛한옥마을’(gangjinhanok.kr)이다. 다음날 아침 국과 생선을 제외하고 21찬(사진)이 나왔다. 청자로 만든 식기에 담은 음식이 전날 과식으로 가득 찬 위를 다시 자극했다. 한두 술만 뜨려다 그 맛에 속절없이 이끌려 밥그릇, 반찬그릇을 다 비웠다. 태어나 가장 많이 먹은 아침식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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