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들고 다니는 사내/유희선-
바위가 따뜻해지는 시간
차가운 피를 데우는 뱀들의 시간
빛과
거울의 시간
한 청년이 거울 속에서 피어난다
우울에서 빠져나와
자화상을 그리는 시간
황홀한 도취
소용돌이치는 파편들
미처 담기도 전에
거울 밖으로 뜨겁게 쏟아지는 에곤 실레
훔친 엄마의 전신거울을 옆구리에 끼고
무작정 걷거나
우뚝 멈춰 서거나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는 집요함과 과잉의 길
악동과 천재 사이에서 분열하는
무수한 분신들,
그를 추종하는 후예들
거울을 보듯
사진 찍기에 열광한다, 빛이 작열하는 그곳엔
현기증 나는 조급한 갈망이 있다
왈칵 쏟아낸,
텅 빈 거울 속
그는 옆구리에 전신거울을 끼고
아직 가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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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거울을 들고 다니는 사내/유희선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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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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