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투어Ⓐ
김순남
Ⓑ경산역에서 08시 14분 대전행 무궁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아들과 단둘이 가는 여행이라 기쁜 마음을 애써 숨길 필요도 없는데 며칠 전부터 내심 설레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블랙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차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 숨 가쁘게 지나온 시간들처럼 물체들이 눈에 담을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휙휙 스치며 지나간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니 "엄마, 어지러워? 저 멀리 산을 보면 괜찮아." 하며 살짝 걱정하는 눈치다. 서서히 눈꺼풀을 추켜올리고 멀리 바라보니 Ⓓ하늘과 맞닿은 푸르른 산이 좀 천천히 쉬어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목적지는 대전 '성심당'빵지순례 와 '테미오래'다.
두어 시간 좀 지나 대전역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우리도 이틈에 함께 있다는 걸 실감하며 두리번거리다가 역을 빠져나오니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도로의 모습이지만 처음 와 보는 곳이라서 조금은 낯선 도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길 찾는 데는 문제 될 게 없다.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러한 편리함에 새삼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중앙재래시장과 빈틈없는 상가들, 심심찮게 구경거리가 많다. 친구 몇 명이서 관광 왔는지 이곳저곳 배경 찾아 사진 찍느라 분주한 모습도 재밌는 볼거리다. 점심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좋은 마라탕과 양꼬치 맛집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고 걷다 보니 코끝을 자극하는 익숙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워낙 빵을 좋아하기에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침샘 자극이 되는 걸 보면 빵순이가 맞나 보다. 빵을 먼저 사면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테미오래'에 먼저 가기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에 '테미오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테미오래'는 충청남도지사 공관을 포함하여 공무원 관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이고 과거에는 관사촌으로 불렸으며, 2018년 공모를 통해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테미오래에서 테미는 관사촌이 위치한 마을의 이름이며, 테미오래는 ‘테미로 오라’와 ‘관사촌의 오랜 역사’를 중의적으로 의미한다. 며 건물 관리하시는 분이 자세한 설명과 사진도 찍어주셨다. 역사의 한 부분을 되새기고 단정하게 꾸며진 정원을 둘러본 후 다시 '성심당'으로 갔다.
땡볕에 노란 양산 물결을 이루며 극강의 웨이팅 빵집으로 소문난 바로 그 '성심당' 아들과 나도 노란 양산 펼치고 곡선으로 이어진 줄 맨 끝에 섰다. 생각보다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광경이다. 빵 고르고 결제하고 빠져나오는 모습이 무슨 공장에 기계 돌아가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갓 구워져 나온 다채로운 빵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복잡해서 빵집 들어가지도 못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몇 개의 빵을 사들고 뭔가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적당한 거리와 낭만이 깃든 기차여행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여서 여정의 후유증 없이 즐거웠다. 아! 가끔은 일상을 벗어나 낯선 거리로 가보는 것도 참 좋다는 걸 느끼며 …
< 부분평 >
Ⓐ제목을 평이하게 하지 말자: 자나치게 설명적인 제목은 글을 읽기도 전에 다 알아버린 것 같아 독자의 흥미를 반감시킨다.
Ⓑ 부분을 이렇게 정리해봤습니다.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아들과 둘이 가는 여행. 기쁜 마음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며칠 전부터 나는 설레었다. 블랙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무궁화호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숨 가쁘게 지나온 시간처럼 물체들이 재빠르게 스치며 지나간다.
Ⓒ 아주 좋은 비유입니다. 이런 비유의 문장이 적절히 구성되어야 수필로의 완 성도가 높아집니다.
단, 숨 가쁘게 달린 사건 부분을 몇 가지 기술한다면 독자들이 공감하겠죠?
수필은 글을 통해 독자가 느끼도록 해야합니다.
아! “작자가 저렇게 살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숨 가쁜 삶의 기록을 몇 개 보여 주면 좋겠지요.
Ⓓ 이런 표현도 좋습니다.:
작자의 순간 심리적 상태를 자연경관과 연결하여 독자들이 작자의 심리 상 태가 어떤지 느낄 수 있도록 은유하는 표현입니다.
Ⓔ는 삭제 해도 됩니다. 아래 본문에서 목적지가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끊어서 호흡을 맞추자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도 이들 틈에 함께 있다는 걸 실감하며 두리번거리다가 역을 빠져나왔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도로의 모습이지만 처음 와 보는 곳이라서 조금은 낯선 도시다.
Ⓖ문단을 나누자: 시간, 장소, 이야기 등이 바뀔 때 문단을 나누어라....
<총평>
1. 장소 설명과 해설 부분은 독자들이 익히 아는 사실들이 많으므로 전체 글 에서 비중을 좀 낮추면 좋겠습니다.
2. 작가가 동행한 아들이라는 존재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좀 더 보완했으면 합니다.
3. 같은 여행이지만 아들과의 여행은 어떤 감흥인지를 더 보완한다면
모자의 아름다운 그림을 독자들이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첨삭 수업과 부분평 총평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격려와 함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