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부자 잔치 박래여
우리고장의 시월 축제가 열린다. 읍내 복지회관 앞은 간이식 매점으로 꽉 찼다. 축제 제목은 <리치리치페스티벌>이란다. 우리말로 하면 <부자잔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관공서 담당자는 부자잔치라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지 영어식으로 표기했다. 작은 지방의 저자거리 간판에도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많다. 왜 순수 우리말이 천대받는 기분일까. 의령군에서 고루 이극로 선생의 뜻을 기린다며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을 의령에 유치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중인데 잔치 제목을 <리치리치페스티벌>이라고 지었다.
몇 년 전인가. 나는 『말모이란 말을 아시는지요?』라는 제목으로 이극로 선생에 대한 글을 쓰서 발표한 적이 있다. 2019년도에 발표했던 내 글의 마지막 문장 「이극로 선생, 그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내려고 혼신을 다해 독립투쟁을 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이 길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작가의 혼은 우리말과 글에 깃든다. 소설을 쓰면서 백 년 전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를 알아가는 시간이 행복했다는 것을 밝힌다. 문득 경북 상주의 녹두장군과 경남 의령의 이극로 선생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를 그대로 옮겨본다.
『말모이』란 우리나라 최초의 우리말 사전 제목이지만 끝내 편찬되지 못했다. 이극로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애쓴다면 축제 제목부터 순 우리말로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고장에서부터 우리말의 쓰임새가 확실해지면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쓰게 될 것이다. 촌로들이 쓰는 사투리만 챙겨 봐도 순수하고 예쁜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일본 말이 본토박이 말로 쓰임이 흔하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양파’라는 말보다 ‘다마네기’, ‘굴착기’라는 말보다 ‘굴삭기’라는 일본말이 입에 붙어있다.
솔직히 나도 입에 붙은 일본말을 쓸 때가 많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오신 부모님으로부터 무의식중에 답습한 말버릇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뽀록났다’도 일본 말이다. ‘들통 났다.’로 써야 우리말이다. ‘뗑깡 부리다’도 일본말이다. 우리말은 ‘생떼부리다’로 써야 맞다. 또 노래방 가서 ‘십팔번’을 부르겠다고 할 때 그 십팔번도 일본식이다. 우리말은 ‘애창곡’이다. 그 외에도 무심코 쓰는 일본말이 수도 없이 많다. 노가다(막노동), 데모도(허드레일꾼), 모찌(찹쌀떡), 분빠이(나눔), 깡통(캔), 짬뽕(초마면), 다대기(다진양념), 벤또(도시락), 와리바시(젓가락), 사라(접시), 마호병(보온병), 나가리(무산되다), 단도리(단속), 기스(흠), 단스(옷장), 소데나시(민소매), 오뎅(어묵), 찌라시(광고지), 고수부지(둔치), 고참(선임자), 란닝구(런닝셔츠)등, 생각 없이 쓰는 편한 말들 중 일본말의 잔재는 여전하다.
농부는 문화원 서예 반에서 부자잔치에 작품전시를 한단다. 작품 냈느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초짜지만 당신 붓글씨도 괜찮은데 한 점 내지 그랬소?’ 농부는 피식 웃는다. 오늘은 각자 놀게 되었다. 트럭에 앉는 그가 고맙다. 주차장이 비좁아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 관광객보다 장사치와 보안요원이 득실득실 할 텐데. 수영장 갈 일이 난감하다. 그렇다고 포기하긴 아쉽다. 잔치는 사흘이지만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했다. 나는 부자 잔치에 흥미는 없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수영장 오가는 것이 고단하다. 할 수 없지 뭐.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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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0.23 10:04
시간내서 찾아 만들어 보리라
사진은 엄청 많은데
어떤 사진을 골라야할지 고민 좀 해 보고
한참을 내 카페에 방문을 못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손님이 부자 잔치를 하였네
요샌 딱히 찍고싶은 야생화가 없어
민턴에만 열중을 했었지
벌써 연말이네. 성탄절이라지만 내가 사는 산골은 적막하다네.
읍내만 나가도 휘황찬란할 텐데.
어둠살에 폭 잠겨 밤이 깊네.
연말 연시 잘 보내고 좋은 일 많은 새해 맞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