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까지 살아오면서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밥맛은 늘 좋았으며, 불운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세상은 들꽃처럼 알록달록한 사건들로 흥미진진했고,
이렇게 살아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겁고 아프기 시작한 때가 올 3월 말부터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극도로 피곤했고 깊은 진흙 수렁에 빠진 듯 한 기분이었다. 수업을 하면 입 근처 근육이 뻣뻣해지고,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듯 한 마비가 와서 말하기도 힘들었다. 어떨 때는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병가를 내서 푹 쉬고 싶어도 과학부장을 맡았으니 3월 말부터 이어지는 과학의 날 행사와 각종 과학대회준비로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올해는 우리 학교 과학대회성적이 좋아서 몇 번의 도대회까지 올라가서 7월 27일 최종 대회가 끝이 났다. 전국대회에 나가지 않음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한의원과 병원을 오가면서 침을 맞고, 피검사, MRI 촬영, 골밀도검사 등을 했다.
의사들이 말하는 원인은 조금씩 달랐다. 영양소 특히 마그네슘과 칼슘 부족, 혈액순환 부진, 몸 안에 채인 열이 밖으로 나온 것, 갱년기 증상, 과로와 스트레스…….
의사나 지인이 권하는 대로 이것저것 보약이며 약을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몸은 그런대로 회복이 되었지만 입 근처 근육과 혀의 마비현상은 별로 진전이 없었다. 특히 오후 수업이 몹시 힘들었다. 신경외과를 거쳐 신경정신과에서 내린 최종 병명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증’이었고 적어도 넉 달 이상은 신경계약을 먹으면서 푹 쉬어야한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병원에서 끊어주는 진단서를 들고 학교에 정식으로 두 달 병가를 냈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한 적이 있는 젊은 기간제교사가 지금 내 대신 수업을 하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병이 있음으로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병으로 인해서 황금같은 휴식시간을 가지니 모든 것이 다 나쁘기 만한 것은 아니다.
‘전화위복’이란 말도 생각난다.
과로와 스트레스!
맞다. 요즘의 교사는 막노동에 버금가는 많은 수업과 업무를 해내야한다.
때로는 수업시간이 포탄이 작렬하는 전쟁터 같기도 하다. 배우고 가르치는 기쁨이 사라지고 혼돈과 무질서의 교실이 태반이다. 개성이 강한 아이들에게 아직도 일제 강점기의 일사불란한 규율과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재미없고 어려운 강의식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과학은 예전보다 어려운 개념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내려왔다. 가르쳐야할 개념은 어렵고, 아이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교과서양은 많으니 아이들도 가르치는 교사도 수업이 힘들다. 왕성한 호르몬이 분비되는 사춘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아이들도 반항적이고 험한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한다.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하기 싫다는 보충수업을 강제로 시키면서 왜 보충수업비를 내라고 하나요?”(이건 정말 학생들 말이 맞다. 한없이 부끄럽다.)
“선생님들은 입고 싶은 옷 마음대로 입고 화장도 파마도 마음대로 하면서 우리는 왜 안 된다고 하나요?”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만지다가 적발되면 보통 1주일 사용금지이다.
그러면 애들은 “제거예요, 왜 가져가세요?”라고 한다.
사랑과 소통으로 가득해야할 교육이 더 이상 교육이 아니고 사육이며 제도적인 학대이다.
작년에 교원임용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벅찬 희망을 안고 교단에 선 신규 여교사의 가슴 아픈 눈물도 보았다.
과학실, 급식소, 미술실, 보건실 등의 수천만 원의 현대화와 외장에 많은 돈을 들이고, 인턴교사, 지킴이, 보안관 등은 늘이면서 정작 필요한 정식교사 증원은 손대지 않는다. 학급 당 인원을 지금의 반으로만 줄여도 실업난이 해결되고 공교육의 질은 한결 높아질 텐데 말이다. 학급수가 적고 학생 수도 적은 작은 시골학교에서 순박한 아이들과 소꿉장난하듯이 오순도순 가르치며 배우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다. 불행히도 나의 교직 경력에서 그런 학교생활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 ‘그만 쉬어라!’라는 말이 내 속에서 울려나온다.
정가네님처럼 나도 자유인이 되고 싶다.
이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 하려면 내가 많이 지치지요.. 정선생님도..더비님도..별꽃님도 유사형인 듯 합니다
아이들로 봐서는 꼭 필요한 선생님이지만 집안의 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 하셔야 합니다.. 휴가기간
동안 깊이 성찰 하시고 과연 내가 있어야할 자리가 어디인지 결정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옥잠화를 보면 왜 별꽃남이
생각나는지 .. 요즘 정가네 동산에 옥잠화가 향기를 품어내고 손님을 기다린다는데 시간 되시면 옥잠화부칭게 맛보러
함께 가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맞아요, 과연 내가 있어야할 자리가 어디인지 깊이 성찰하라고 그런 시간을 제게 주었어요.
인생에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데 요즘이 제 인생 갈림길의 중대한 전환점인 것 같아요.
정가네님 옥잠화는 몇 일 전에 지인과 살짜기 다녀왔어요. 죄송합니다~~~~
세상 어느것하나 수월한 일이 있을까나요 마는...
울 친정에도 초,중,고 교사가 천지빼깔이지만, 우덜 학교 다닐때가 선생님이지요
요새 학교가 학굡니까? 아그 새꺄들 하나,둘 낳는 시대에 오나오냐 키워놓은 아그새끼들이라...
들여다보면 교사보다 고학력의 무개념의 엄마들의 등살에...에공 기간제교사 몇년차인 울 딸램,
'야야~ 차라리 임용안되길 참말 잘됐다' 하구만요, 여선생님들 유산에,조산에 ....
지는 딸램 결혼하면 아이 잘 키우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찾아서 하라고 얘기합니다.
선생님만 바로 서도 않되고...교육계 전체가 문제투성임을요..당췌 신경쓰지 마시고 뮤쟈끈 푹 쉬세요. 건강이 우선입니다 ^^
풀꽃바굼치님의 생각이 저와 같아요. 교육계 전체가 문제투성이예요,
그래서 저는 기간제교사들에게 차라리 정교사보다 더 좋은 직업이라고 말해요.
쉬고 싶을 때 쉬었다가 일 하고 싶을때, 기회가 되면 일할 수도 있다고요.
별꽃님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얼른 일주일 내로 나으시고, 병휴가 기간에 신나게 노세요.
그리고 다음에 이동하실 때는 전교생이 20여명 되는 학교로 가실 겁니다.
희호재의 기를 한껏 실어 응원합니다, 별꽃님 힘내세요.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휴식이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 친교의 시간, 노동의 시간, 휴식의 시간이 적당히 배분되어야함을 알겠어요, 나무꾼님과 가을하늘님은 작은 학교에 근무하시니 정말 복이 많은 선생님입니다.
별꽃님 쉬고 계셔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지요? 하루에도 몇번씩 학교와 선생님 업무를 대신 맡은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아야 하고... 우리학교 과학부장도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했는데 출근을 하더군요. 1학기 때. 일이 너무 많아서 누구에게 맡길 수가 없다고.... 별꽃님도 그러셨군요. 긍정적인 분이라 얼른 쾌차하시리라 믿습니다.
쉬면서도 한 번 씩 걱정을 합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나의 업무를 맡아서 하느라고 힘이 들텐데 혹은 다른 선생님들도 나만큼 아픈 분이 있을텐데, 나만 편히 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서 점심먹고는 각자의 시간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
진작에 결단을 내렸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내가 없으면 뭐가 그리 안 될 일이 있다고 책임 완수한다고 몸을 혹사하고, 급기야 인생에 회의와 좌절감까지 느꼈다면 만사 제치고 쉬었어야 합니다. 어디 가서 교사가 힘들다고 하면 '호강에 겨운 소리 말라'는 말 안 들으면 다행일 정도로 다른 많은 이들은 고단한 삶 속에서 우리를 선망하거나 시기합니다. 그러니 골병 드는 우리끼리라도 공유하고 위로해야 합니다. 별꽃님, 부디 몸과 마음 편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고속도로를 정신없이 달리다가 구부러지고 한적한 지방도로를 천천히 달리는 기분입니다.
느림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가을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해가 짧아지니 또 서글픈 생각도 드네요. 달희님 말씀처럼 몸도 마음도 쉬고, 또 쉽니다.
몸은 편히 쉬었는데 마음이 바빴는지 사랑방의 글도 이제 읽었어요. 그러셨군요. 저를 따라 오시는 건 별로지만 쉬고 싶을 땐 쉬어 주어야 하는 게 맞아요. 내 몸이 탈이 나면 그 다음엔 아무것도 필요 없잖아요. 나도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다시 또 생각하니 그래도 세상은 잘 돌아갈 것 같더군요. 빨리 회복하시기만 기원합니다. 푹 쉬세요. 안타까운 마음이야 끝이 없지만 학교와 아이들은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솔직히 아이들은 기간제교사가 와서 잘 가르칠 것 같아서 걱정은 안하지만 들꽃동산은 늘 걱정입니다.
전화로 봉사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이야기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오늘 저녁에 한 번 둘러볼까 합니다.
에구구... 각종 경진대회가 선생님들 잡지 잡아... 울 남편도 세계대회까지 학생들 지도해서 나가느라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당뇨증세를 보여서 놀랐었지요.
의정부 학교로 전근 온 이유가 둘째넘 학교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정부 학교로 옮겨 편해 보려고 했는데 문제아들이 많은 학교에 와서 골치....
선생님들의 수난시대인것 같아요. 우리나라 앞날이 걱정입니다. 저렇게 막 가는 학생들이 자라서 사회로 나가면 어떻게 될까....잡아 주지 못할 정도로 너무 멀리 가버린 아이들을 바라 보는 선생님들의 아픔...
모든 병은 스트레스로 부터 출발합니다. 편히 쉬시면서 건강부터 찾으시고 때로는 포기할 부분은 해야 삽니다.
사부님이 학생들을 지도해서 세계대회까지 나갔다니 대단합니다. 그 간의 노고를 짐작할 만합니다. 수업도 많지만 그 외 맡은 바 업무가 많아서 늘 버거운 학교생활입니다. 푹 쉬어야지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어떤 탈렌트의 용감한 보이콧처럼 중간에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쩌곗습니까...
자유인도 좋고 때려 치우는 것도 좋지만 아직 선생님의 가르침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많으실 듯 하기에
가끔 꽃을 보고 하늘을 보는 것으로 마음을 안식하시고 가는데까지 가셔야할 거 같은데요...
하지만 구조적인 업무량 과다라면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모종의 조치도 필요하겠지요...
그래도 올해 남은 기간은 학생들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요, 떨어져 있으니 그리운 얼굴들이 잔잔히 떠오릅니다. 악의는 없지만 막무가내로 수업을 흔드는 아이들, 차분하게 미소지으며 응원을 보내는 아이들, 현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별꽃님 같은 마음을 가진 선생님은 그만 두시면.....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미래도 넘 슬픈일이에요.....
푹 쉬시고 건강회복하셔서 일 할 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휴식의 달콤함과 위대함을 느낍니다. 개미같이 부지런히 일하자고 한다지만 개미도 사람만큼 일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인디언의 이야기도 생각나고요. 저만 이렇게 편안히 쉬니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제 그만 질주하고 천천히 일하면서 함께 일자리를 나누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들어와서 별꽃님의 아픈 소식을 듣습니다. 푹 쉬시면서 빨리 쾌차하길 빌어봅니다. 저도 내년부터는 국어교사 30 년을 정리하고 진로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