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이 끌고 온 길/서영택-
서울 이야기로 길이 열리자
달빛이 모여들었고
어느새 집 안은
일가친척이 가져온 길로 가득해졌다
매형이 끌고 온 길이 제일 넓고 길었다
김서방이 왔다고 떠들던 별들도 잠이 들고
어둠도 숨죽이며 뒤꿈치를 들고 다녔다
하룻밤 지나 매형이 떠난다
모든 길은 갑자기 꿈처럼 사라지고
집안은 절간처럼 고요해졌다
길 끝에 풀을 베어 짐을 지고 마당에 들어오는 어린 내가 보인다 땀범벅이 되어
들어온 나를 보고 집에 일꾼이 있는데 어린애에게 저런 일을 왜 시키느냐고 하는
사람이 옆에 서 있다 그때 충고를 귀담아들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달라졌을까?
또 다른 길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서울 누님 집으로 어머니와 간 내
얼굴이 보인다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대한극장에서 의미도 모르는 만화영화
를 보았다 나는 버스를 몇 번밖에 타보지 않아서 그날 죽을 힘을 다하여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멀미를 했다 나를 찾아 불러준 그 마음이 지금도 사라진 길 위에 선명
히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