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간은 범성도 없어] 남의 말을 들어서 알고 남에게 배워서 안다는 것은 진실한 지혜가 아니다. 어떠한 것을 진정한 지혜라고 하면 좋을까. 장자(壯者)의 말과 같이 가(可)불가(不可)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또 무엇을 일러서 선이라고 하는가. 진정한 인간이란 조작이 없고 시비가 없고 취사가 없고 단상(斷常)이 없고 범성이 없어서 지혜도 없고 덕도 없고 공덕도 없고 명예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이걸 전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것은 진정한 사람이 그 덕을 숨기고 어리석음을 가장하기 때문도 아니다. 원래부터 현우(賢愚)이해(利害)의 경계에서 처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혹의 마음으로 명리의 요점을 추구해 논할 바가 못되며 원할 바도 아니다. [마음을 요달해야 스님] 출가인의 삶이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마음을 요달해야만 스님이라고 한다. 머리를 깍고 먹물옷을 입어 스님의 모습을 갖추었으면 마땅히 자리이타에 힘써야 하고 유사시에는 이타주의로 나가야 한다. 우리부처님께서도 선생을 세 번이나 갈고 필경에 혼자 설산으로 들어가서 정진하셨다. 존장(尊長)이나 선생이라도 적법성의 행위가 아니거나 나에 미치지 못할때는 존장이나 선생을 따르지 말라. 배사자립(背師自立)하라고 하였다. 세속법에도 당인불양어사(黨人不讓]於師)하라. 어진 일을 행할 때는 비록 스승이라 할지라도 양보할 필요가 없다. 왜 그러느냐 하면 스님이 하잔대로 하면 지옥에도 가고 망하기도 하니 본인이 존장과 스님을 도와주기 위하여 책임감을 지켜야 된다. 이 세상에 온갖 물질과 일이 벌어져 있으나 낱낱이 현상 그대로 공한 것이며 모든 차별된 것이 그대로 다 평등하여 실상인 진리인 것이다. 사람은 물이 쉴새없이 흐르듯이 매일 발바닥이 닳토록 가고 있기에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격조 높고 품위있는 일이라 하겠다. 근처에서 난 화재를 벗어나려고 달아나는 사람이 불을 향해서 "아 잠깐만 기다려 줘." 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생명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부끄러움도 아랑곳 없이 재산이나 보화를 내버리고 달아나는 법이다. 수명도 사람의 욕망을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무상이라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물이나 불이 덮쳐오는 것 보다도 빠르고 피할 길도 없는 것이 아닌가. 죽음에 임박하여 늙은 부모나 어린 자식도 왕의 은혜 친지의 정애 등을 버릴수 없다고 해서 안 버리고 버틸 수가 있단 말인가. [무슨 직업이든 도 닦아야] 허망한 모든 일에 속고 후회하지 말지어다. 언제까지나 역경과 순경에 좇겨 다니는 것은 다만 고(苦)와 낙(樂) 때문이다. 낙이란 누구나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낙을 그지없이 좇게 마련이다. 그 즐겨 바라는 것의 첫째는 이름이다. 이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행실이 훌륭하다고 하는 명예와 학예가 뛰어나다고 하는 명예인 것이다. 둘째로는 색욕이고, 세째로는 식욕인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이 세 가지보다 더한 것은 없다. 이는 인간 세상의 진정한 사리를 거꾸로 보는 생각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지저분하고 복잡한 사태를 야기한다. 부질없는 욕망을 바라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요고순목(堯鼓舜木)이란, 요임금은 조정에 북을 걸어 두어 임금을 충고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이 북을 치게 하였고 순임금은 나무를 세워서 여기에 경계하는 말을 잘 받아들이는 것의 이름이다. 요(堯)임금때 고결한 선비들인데 소부(巢父)는 신속에 숨어 세상에 욕심을 내지 않고 나무 위에 집을 지어 거기서 살면서 요임금이 천하를 주마고 해도 받지 아니하고 허유(許由)도 요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주마고 해도 거절하고 돌아오면서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영천 냇물에서 귀를 씻는다고 하니 소부가 영천냇물을 건너가려 하다가 더러운 냇물이라고 아니 갔다고 한다. [역대조사는 지옥의 찌꺼기] 허유는 기산으로 들어가 숨어살면서 재산이나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이 지내면서 물도 손으로 마시는 것을 어느 분이 보고 표주박을 주니 받아가지고 울타리에 걸어 두었어나 바람에 소리가 난다고 없애버렸다고 한다. 한 가지 일을 보면 다른 일도 알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멋진 생활인가. 이 몸은 밤낮 쉬지 않고 가나니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본사 세존과 같이 용맹정진 할지어다. 세상만사는 분별망상으로 하는 일이기에 선악이 꿈 속 일이요, 나고 죽는 괴로운 일이다. 그러니 대를 위하고 먼저 할 일은 참 나를 찾는 일이다. 주인공을 찾는 일이 내일이요, 남을 돕는 일이니 직업은 무슨 직업이든지 도를 닦아야 한다. 세상에 소망을 이룩해놓고 난 뒤에 한가한 몸이 되어서 도를 닦으려고 한다면 그 소망이 언제까지나 그칠 줄 모르니 어찌하겠는가. 환상이 덧없는 일생 동안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모든 소망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어떠한 소망이 마음속에 일어나거든] 그것은 부질없는 망상이구나 하고 생각하여 무엇이건 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을 즉각 내버리고 도를 닦을 때 장애가 없어지고 소행도 없어 심신이 언제까지나 여유있고 평온해지는 것이다. 이 말을 따르지 아니하면 훗일에 후회가 끝이 없이 고통을 받으리라. 불기2543(1999)년 1월 1일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의장 혜암 합장 나무관세음보살
출처: 가장 행복한 공부 원문보기 글쓴이: 無量光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