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에서는
김사빈
화장실 하면 나는 미소를 짓는다. 화장실은 내 삶의 쉼터이었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화장실에 책을 쌓아 놓고 읽는 시간이다.
샘터에서 부터,수필, 단편 읽으면서. 나만의 공간 나만의 비움의 시간이며, 쉼터다 이민 초기, 네 아이들과 먹고 살기에 바빠서 힘들 때도 화장실은 내 쉼터 이었다,
처음 잡은 일은 드라이브인인, 간이식당 부엌에서 주방장 보조 이었다. 보조는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점심시간에는 불판에 고기를 굽고, 만두 튀기어 내는 것이 내 몫이다. 한국에서 일을 안 한 사람이 불판에 고기, 만두 튀기는 일은 뙤약볕에서 벽돌지고, 고층을 오르는 일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훌훌 뛰어 다니며 일한다. 한시나 되면 손님이 뜸해지고, 우리는 카운터 아가씨와 나누어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다. 나는 점심 먹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서 화장실 바닥에 앞치마를 깔아 놓고 눕는다. 아주 달콤한 잠이 쏟아진다. 잠간 잠이 들었다, 깨고 나면 칠분 내지 십분 간이다.
물론 문을 꼭꼭 걸어 놓고, 잠이 들면 밖에서 문을 두드리다 그냥 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즐긴다. 그렇게 쉬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다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내 점심은 화장실에서 낮잠 이었다. 두 번째로 잡은 일은 미군 군인부대 청소다. 청소 하자면 화약 품을 써야 하므로 그 냄새와 무거운 쓰레기를 움직이는 것이 힘이 들어 쓰러 질것 같고, 머리가 아파 온다.
처음엔 온몸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 자주 물을 먹다 보니, 소변이 자주 마렵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화장실에 가서 팬티를 내리려면 땀에 퐁당 젖어 안내러 가고 팬티가 북 찢어졌다. 나중에는 청소 하는 일도 익숙하여 팬티 찢어지는것을 면했다.
아픈 것은 힘들었다. 그러면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걸고, 소리 질러,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나 아직 일이 안 끝났는데요. ‘저 좀 도와주세요.” 반복하여 기도한다. 밖에는 오피스 사람들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은 나를 보고, 너 거기서 왜 소리 지르니 하고 물어 본다.
영어도 잘못하는 처지니 "푸레이" 말 한다. 그들은 기도라는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 끄덕 하며 알겠다는 눈치다 .
우리 집은 한때 열한 식구 살았던 적이 있었다. 여동생 어머니, 큰며느리, 작은 며느리, 그리고, 큰손녀, 우리가족 여섯 식구, 우리 집은 중국집이라서 방은 여섯 개고, 화장실은 하나다.
화장실 하나이기에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이다. 그래도 그런 속에서 우리는 열 한식구가 행복을 가꾸고 살았다.
아이들을 동부로 공부 시키었더니 자리를 거기서 잡았다. 제몫하고 사는 아이들 집에 가면, 한집에 열한 식구가 살았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뉴저지에서 치과병원을 개업한 둘째네 집에 갔더니 며늘아기가" 어머니 하와이 살적에 화장실이 하나라 차례가 안와서 밤 한시에 목욕을 하려고 갔더니, 시숙이 들어 앉아 있었어요,
며늘아기는 웃으면서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요. 말한다. 나중에 큰 아들에게 그 말을 했더니, 어디 가서 책을 읽을 때가 있어야지요. 말한다. 화장실에 쉼을 얻고, 화장실에 기도 하고 열한 식구 살던 그런 격동기가 있었기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아직도 간직하고 꺼내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