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그런 뜻이 아니었을 때/허주영-
미래를 선언한 시인들이 여자를 미워했지만
다 자란 여자 시인들은 늙을수록 여잘 사랑한다
난 그자들과 경쟁하려고 스테로이드를 끊고 벌써 여자 얘기만 한다
넌 안 늙을 것 같지?
하지만
늙고 싶다 죽기 싫다
죽지 않고 늙을 수만 있다면
옛 여자 시인들이 자라
제 삶을 사는 여자의 하루를 훔쳐보고 쓴다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빵가루를,
털로 짠 가방을 걸친 손목의 질감을,
아래로 떨어지는 셔츠의 무늬를,
그 골반으로 낳은 애가 어찌 사랑을 우스꽝스러워하는지
그래도 엄마는 우리 애기 사랑해
말하는 모습까지
다 자란 여자들이 아름다운 여자에게
즐거운 상처를 내는 용기를 버린다
아내와 엄마가 살아계신 무전취식의 어린애가 된다
뿌리가 가늘어져 애쓰지 않고 스스로를 옮길 줄 아는
다 자란 여자들의 재능
시는 물건을 거치지 않고 명령한다
말이 내 몸을 거치지 않고 떨어진다
누군가 분실한 질 좋은 모유의 마음으로
흰 미래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