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과 그 허용범위
공로로 통하는 길이 없는 땅을 맹지(盲地)라 한다. 맹지는 통로가 없어 진출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택 등 건축인허가를 받을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맹지라도 도로에 접하는 토지를 사들이거나, 임대차, 사용대차계약을 하거나, 지상권을 설정 받으면 통행할 수 있다. 또 토지소유자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아 사도개설허가를 받으면 건축도 할 수 있는데, 소유자가 팔지 않거나 사용승낙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득이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하여 통로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은 내 집이 타인의 토지에 둘러싸여 있어 부득이 앞집 토지를 이용하여 공로(公路)로 통행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앞집 소유자가 길을 막는 담장이나 장애물 등을 설치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가 그 중점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주위토지통행권에 관하여, 민법 219조 1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주위토지통행권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도로 폭이 얼마인지 판례상 분명치 않다.
이에 대해 판례는 "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와의 사이에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토지의 이용이라는 공익목적을 위하여 피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무릅쓰고 특별히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 통행로의 폭이나 위치 등을 정함에 있어서는 피통행지의 소유자에게 가장 손해가 적게 되는 방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나, 최소한 통행권자가 그 소유 토지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범위는 허용되어야 하며, 허용범위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쌍방 토지의 지형적, 위치적 형상 및 이용관계, 부근의 지리상황, 상린지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그 기준을 제시한다(대판 2002다9202 등).
과거 판례를 보면 약 50㎝나 75㎝의 폭은 통행자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부족하다고 본 것, 1.5m의 폭으로는 건축허가가 불가능하여도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있다고 본 것이 있다. 한편 건축허가요건 충족을 위한 2m 도로 확보 규정을 참작하여 통행로 폭을 2m로 인정한 것도 있다(대판 96다10171 등). 최근 하급심에서는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3m 정도의 폭을 인정한 경우도 있다. 결국 통행로의 폭은 위 판례상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영농기계화, 자동차문화의 발달에 따라 점차 확대되는 경향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통행방해행위는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앞집 소유자를 상대로 통행방해를 배제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긴급 필요시에는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판결이나 결정을 받아 방해행위를 제거할 수 있다.
이 경우 형법상 교통방해죄에도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나, 그 통로가 불특정 다수인, 즉 일반 공중의 통행에 항상 사용되는 길(예컨대, 동네길)이 아닌 이상 일반교통방해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로를 개설하는 경우, 그 통로개설이나 유지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그 통로개설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며,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 따라서 통행지 소유자로서는 원칙적으로 통행을 수인할 소극적인 의무를 부담할 뿐 적극적으로 통로를 개설해 줄 의무는 없지만, 스스로 통행에 방해되는 담장 등 축조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그 철거의무를 부담한다(대판 2005다30993 등).
한편 무상으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경우가 있다(민법 220조). 즉 ①토지분할로 인하거나 ②동일인 소유 1필지의 토지 일부가 양도되거나 ③일단으로 되어 있던 동일인 소유의 수 필지 토지중 일부가 양도된 결과 공로로 통하지 못하는 포위된 토지가 생긴 경우에는 보상의무가 없어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게 된다(대판 2004다65589 등). 이러한 무상 통행권이 인정되는 이상 제3자 소유 토지에 대한 통행권은 주장할 수 없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무상통행권은 토지의 직접 분할자나 일부 양도 당사자간에만 적용되고, 포위된 토지 또는 피통행지의 특정 승계인(매수인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특정승계인에 대하여는 따로 통행권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대판 96다33433 등).
또한 통행권은 현재의 토지 용법에 따른 이용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장차의 이용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 통행로를 정할 것은 아니므로, 향후의 자동차통행이나 재건축을 대비한 통로폭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통행권은 기존 통로가 있어도 협소하여 당해 토지 이용에 부적합하면 더 넓은 폭을 주장할 수 있으나, 후에 당해 토지에 접하는 공로가 개설되면 소멸한다(대판 2002다5346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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