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한국교회디아코니아아카데미 이승열 원장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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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
* 이 글은 2020년 5월 18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한국기독교학술원이 주최한 학술공개세미나에서 발표한 필자의 논문 “사회복지선교”에서 발췌 및 수정 보완한 글이다. 이승열, “사회복지선교,” 「기독교학술원 포럼」 제12호 (2021): 171-201.
한국의 개신교회는 짧은 선교의 역사 속에서 급성장하였으나 선교에 빚진 교회로서 세계선교를 위하여 오늘날도 힘쓰고 있다.1 이는 복음주의 영향이 큰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에 따라 선교와 봉사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잘 정립해야 한다. 실제로 선교에 힘쓰느라 봉사에 소홀하거나, 이를 무시하는 신학을 고수하는 교단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개교회주의적인 특성 때문에 공교회 의식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개교회의 열정으로 교회가 성장하고 선교가 확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성장을 멈추었고, 도리어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한국교회는 ‘선교적 교회론’과 ‘마을목회’를 이 시대의 선교와 봉사를 향한 바람직한 목회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교적 교회론’이나 ‘마을목회’의 이론과 실제 안에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인 디아코니아와 사회선교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앞서 필자는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과정에 디아코니아와 사회선교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일반사회복지에 대한 필요성이나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기독교적 정체성을 지니며 일반사회복지와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는 기독교사회복지/사회봉사신학이 도외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사회복지선교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용어와 개념을 목회와 신학적 차원에서 조명하여 이 어려운 시대, 교회의 위기 시대에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하게 함으로써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미래 발전의 방향성으로 제시하여 건강하며 균형 있는 교회 성장/성숙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선교의 개념과 정의
기독교에서 사회봉사와 선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둘 다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 과제에 속하는데, 사회봉사를 통해서 선교가 가능하며, 선교를 통해서 사회봉사도 가능하다. 먼저 사회봉사가 중심이자, 도구로서 선교하는 경우를 사회봉사적 선교 또는 사회복지적 선교라고 부른다. 반대로 선교가 중심이자, 도구로서 사회봉사와 사회복지를 하는 경우 선교적 봉사/사회복지라고 부른다. 이는 사회선교의 역사 속에서 디아코니아 자체를 선교라고 인정하는 사회선교 사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개신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상과 발전은 마르틴 루터로부터 시작되었다. 특별히 루터는 십자가 신학을 통하여 ‘화해의 디아코니아’를 주장하였다. 루터는 사랑과 이성의 규칙으로서 황금률(“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마 7:12)에 대하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씀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그에게는 황금률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구체화를 위한 열쇠였다. 그것은 사랑의 기본법이며 이성의 기본법이었다.2 독일 개신교회 사회봉사국(Diakonisches Werk) 총재를 역임한 테오도르 쇼버(Theodor Schober) 박사는 “봉사와 선교를 분리하려는 자는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행위와 같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에게 있어서는 구원의 말씀과 구원의 행위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병든 사람들을 고치셨다. 기독교적인 봉사사업은 교회에서 부차적인 일이 될 수 없고, 복음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본래적인 과업이 되어야 한다.”3라고 했다.
사회봉사는 일회적인 행사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비전문적, 비조직적, 비체계적, 비지속적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사회봉사가 조직적, 체계적, 전문적, 지속적으로 행해지면 이는 사회복지의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오늘날 자원봉사대를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져서 봉사를 전문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런 부분은 자원봉사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자원봉사도 사회봉사와 사회복지 차원에서 관리와 경영의 전문 분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동 법 시행령은 2006년에 제정되었다. 이 법 제3조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이고, “자원봉사단체”란 “자원봉사활동을 주된 사업으로 하거나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자원봉사센터”란 “자원봉사활동 개발·장려·연계·협력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령과 조례 등에 따라 설치된 기관·법인·단체 등”을 말한다.
사회복지선교는 사회봉사/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복음의 향기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선교적 효과를 나타낸다. 디아코니아 신학에서는 선교를 목적으로 사회봉사(디아코니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순수하게 봉사하는 것 그 자체가 선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봉사를 진정 어린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실행한다면 선교적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간접 선교인 셈이다. 그래서 선교 목적을 위해서, 교회 성장을 위해서 노골적으로, 의도적으로 봉사하고 섬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봉사의 순수한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사회봉사와 사회복지를 많이 해오면서 개교회의 성장을 궁극적 목적으로 삼아온 경우가 허다했다. 이 점을 올바르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한편 요즘에는 교회가 정부와 협력하면서 사회복지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른바 거버넌스 형식의 사회복지이다. 교회가 위탁을 받아 사회복지를 운영하는 형태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에 순수한 사회봉사의 정신과 헌신적 요소가 더해진다면 간접 선교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일반 사회의 사회복지는 철저하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복지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며, 법적 근거와 자격 규정, 지침, 예산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한계를 지닌다. 허락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나 활동은 제약이 있으며, 재정 운영의 융통성이나 한계도 분명하다. 사회복지를 시행하는 시설이나 센터 또는 복지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기독교 기관이나 단체 또는 교회가 위탁 운영하는 경우 가장 큰 갈등과 문제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운영과 경영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이나 시설 이용자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든지 성경공부를 한다든지 하는 선교 차원의 프로그램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가 노골적으로 문제된 적도 있다.4
오늘날 일반 사회의 사회복지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옮겨가고 있다. 시설 중심, 재활 중심의 정책에서 가정과 지역사회 공동체 중심, 자립적인 삶과 사회통합적인 삶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사회의 사회복지는 최저생활 보장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기독교 사회봉사/사회복지와 큰 차이가 있다. 기독교 사회봉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즉 행복권과 생존권을 존중하며 생명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동기와 목적, 방법과 태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선교의 방법과 영역
사회복지선교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 또는 교회나 연합체 같은 기관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실행할 수 있다. 개인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든, 자격을 갖춘 전문인을 고용하든 적절한 방법으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뒤 공공시설로서의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사회복지선교는 공적인 사회복지시설이나 센터 등의 형식으로 허락받거나 위탁받아서 운영하면서 철저하게 관리·감독받는 것을 조건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할 수도 있다. 전혀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비인가시설로서 순수한 사회봉사/사회복지의 정신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5
아직도 소수의 개인이나 단체는 순수한 디아코니아 정신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수탁시설로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철저하게 일반 사회복지시설로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 교회나 기독교단체가 신앙적 열정과 의지로 사회복지재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면 기독교적 정체성과 전문성과 안정성을 가지고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경우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전국에 여러 분소를 두고, 가입된 교회가 사회복지 수탁시설을 수탁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6 예장통합 제101회 총회는 디아코니아·사회선교 지침서를 채택하여 디아코니아와 사회선교 차원의 사회복지선교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인가시설뿐만 아니라 비인가시설로서 교회가 자체적인 인적·물적 자원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모두를 종합하여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개교회나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단체나 기관이 사회복지선교 차원에서 사회복지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사회선교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성찰 그리고 디아코니아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교회 중심적인 교회 성장이나 재정 지원에 의미를 두고 수익사업의 성격으로 전락하여 본래의 목적이나 취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회복지선교와 영성
일반사회복지는 국가의 사회복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와 더불어 제도화·규격화된 기준으로 확보된 예산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서 복지의 대상이 되는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특징을 지닌다. 여기에는 종교성이나 영성이 들어설 틈이 전혀 없다. 어떠한 종교기관을 통해서 실천되는 복지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성이 허용되지 않으며 사회복지사들의 영성 또한 전혀 요구되지 않는다. 반면 디아코니아나 사회선교 차원에서는 기본적으로, 필수적으로 기독교적 영성과 정체성, 종교성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사회복지 실천의 현장에서는 종교성이나 영성이 선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떻게 자리매김 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영성에 대하여 리옹의 이레네우스(Irenaeus)는 교회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영성이란 항상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그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심을 믿으며, 마음속의 믿음을 통하여 성령을 충만하게 받으며, 사람이라 불리는 인권을 가지고, 순수하게 영적으로 하나님을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람들을 정화시키며 거룩한 삶에로 향상시키는 아버지의 성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7
몰트만(J. Moltmann)은 종교성과 영성을 비교하였다. 그에 따르면, 종교성이란 더 높은 것에 대한 인간의 종교적 욕구나 감정을 의미하고 이와 달리 영성은 종교의 주관적인 면에서 인간의 내면성을 가지는 종교성을 포함하지만 이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즉 기독교의 영성이란 하나님의 영과 살아 있는 교제를 뜻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영은, 인간의 삶을 분열시키고 삶의 생동력을 마비시키는 것에 대하여 피조물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그들의 삶을 영원히 생동하게 하는 부활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8
기독교 디아코니아 영성은 교회공동체 내에서 싹이 나오며 성장하여 무르익는 것이다. 이것은 홀로 한적한 곳에서 명상이나 수련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세상 한복판에 서 있는 교회에서, 온전하지 못한 그리스도의 다양한 지체들이 모여 예배하는 공동체 속에서 말씀 선포를 통해 동기를 부여받는 영성이다. 결론적으로 디아코니아 영성은 선포되는 말씀으로 하여금 신앙인의 실천적인 삶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디아코니아 영성의 실천적인 봉사활동은 영성을 성장·성숙시켜주는 살아 있는 말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디아코니아 실천은 이러한 양자의 작용이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9 디아코니아 영성의 실천은 디아코니아 시설의 일상적 삶 속에서 다양하게 만나고 배우며 돌보는 것인데, 이를 위하여 디아코니아 영성의 실천가들은 그들이 섬기는 클라이언트와의 삶 속에서 영성적인 행위, 즉 신앙적 삶을 나타내야 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은 사회봉사 측면에서도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루터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분명한 구별은, 믿음에는 확실성을, 사랑에는 자유를 회복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그리스도에게 돌려져야 할 것과 이웃에게 바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되었다. 즉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통해서 자신을 넘어 하나님께 이르고, 하나님으로부터는 사랑을 통해서 다시금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래서 루터는 믿음의 열매가 사랑이라고 하면서 행위의 무리한 요구나 법칙성을 경계했다.10 앞서 언급했듯 마르틴 루터의 디아코니아는 십자가 신학에 기초한 ‘화해의 디아코니아’이다. 그러므로 루터의 디아코니아 영성의 특징을 십자가의 영성, 혹은 화해의 영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선교적 교회론에 나타난 사회복지선교
그동안 전통적인 선교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다. 일차적으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사상에 뿌리를 둔 사회선교관이고, 다음으로는 오늘날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선교적 교회론’이다. 선교적 교회론은 북미교회에서 생겨난 것으로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해온 북미교회의 자성적 성찰로부터 나온 선교관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북미의 회중들은 교회 중심적인 선교관으로 세계를 바라봤다. 바로 자신과 그들의 교회가 세계선교의 주체라는 관점이다. 그들은 선교를 교회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여겼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들은 새롭게 도전한다. 선교가 있는 교회(Church with mission)에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로 나아가는 것이다.11
한국일은 “선교적 교회는 현재 교회 성장 이후에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안적 운동으로 나타난다. 선교적 교회는 지역교회를 중요시하면서도 편협한 교회주의에 빠지지 않으며,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친밀한 관계에서 신뢰를 회복하면서 교회를 활성화하는 선교운동이다.”12라고 개념을 정의하면서 선교적 교회운동에 대해 “한국의 지역교회는 지역사회에 전도는 하지만 지역사회에 관심은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 말은 한국교회와 지역교회의 특성에 대해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그동안 선교는 교회를 구원의 방주로 이해하는 교회론, 모이는 교회 중심으로 생각하는 전도론,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있는 분리된 교회론, 배타적 세상 이해 등을 전제로 진행되었다. 이제 지역 속의 교회,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이를 반성하고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이어서 선교적 교회의 열 가지 특징을 소개하는데, 이 특징은 지역사회를 섬기며 선교하는 교회론과 더불어 사회복지와 사회봉사 사명을 감당하는 과제와 책임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교회 현장에서의 케리그마와 디아코니아를 지역 주민과의 코이노니아와 더불어 실천하는 일이다.
마을목회와 사회복지선교
예장통합 총회는 2016년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101회 총회 주제를 “다시 거룩한 교회로!”라고 정했고, 이어서 제102회 총회 주제를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고 정했다. 이러한 주제를 실천할 지침서로 『마을목회 매뉴얼』13을 출판하여 전국 교회에 배포하였다. 이제 ‘마을목회’는 혁신적인 지역사회 선교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선구자적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꾸준히 마을목회를 해오면서 마을을 발전시키고 건강하게 뿌리를 내린 교회의 사례가 많이 발굴되었다. 마을목회 매뉴얼을 비롯하여 목회철학과 방법이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정부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상황과도 맞물려서 좋은 환경과 조건이 조성되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살기 좋은 마을’, ‘행복한 마을’, ‘아름다운 마을’ 등의 구호를 내걸고 ‘마을만들기’에 힘쓰던 시절이었다. 황홍렬은 마을만들기 운동의 배경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대단지 아파트 건축, 최근에는 뉴타운 건설계획 등에 매진해 왔지만 후기 근대적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마을이고, 소비를 과시하기 위한 이웃이 아니라 소통과 나눔을 통해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어가는 이웃의 형성이다. 한국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마을은 ‘돌봄과 학습이 있는 주거’, 사회복지, 노동복지, 학습복지를 모두 아우르는 마을이다. 이런 마을을 “생태적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호혜, 협동의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대안사회로, 생태는 단순히 자연이나 환경을 의미하기보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의 한계 안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해야 한다는 원리를 가리킨다.14
마을목회는 무엇보다도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요 10:10)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사역은 디아코니아적이어야 한다. 즉 사회복지선교의 의미를 띤다고 할 수 있다.
나가는 말
기독교 사회봉사(디아코니아)와 선교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사회봉사 자체에 선교적 의미가 있으며, 선교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이 복음으로 전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선교는 복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누구든지 실천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요, 신앙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다. 즉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사명과제이다. 목회자의 철학에 따라서 우선순위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사회봉사/사회복지의 실천을 무시하는 것은 무지한 행위이고, 신학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이며, 또한 신학적 이데올로기에 잘못 매여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보수적 복음주의인 근본주의 신학이나 신앙을 통해 전도와 선교를 중심으로 매진해온 반면 사회적 책임이나 봉사에는 조금 소홀했다.
세계선교에 가장 열정적인 한국교회, 오늘날 세계 속에서 선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 우리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이 있음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비록 위기의 시대이지만, 교회가 올바른 사회복지선교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고 발전하며 부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주(註)
1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두 번째 나라이다. 2024년 1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총회 파송 선교사는 91개국 809가정 1,519명 그리고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 통계로는 2022년 기준 169개국, 2만 2,204명이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 Theodor Strohm, “Theologie der Diakonie in der Perspektive der Reformation-Zur Wirkungsgeschichte des Diakonieverständnisses Martin Luthers,” Paul Philippi, Theodor Strohm(Hg.), Theologie der Diakonie, DWI Bd.1 (Heidelberger Verlagsanstalt, 1989), 178.
3 테오도르 쇼버·이삼열, 곽숙희 옮김, “독일교회의 사회봉사,” 이삼열 엮음, 『사회봉사의 신학과 실천』(한울, 1992), 246.
4 서울시 사회복지과에서는 2019년 7-8월 사이에 종교기관에서 수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예배행위를 강요한다든지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행위, 또는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행위 등에 관해서 신고하도록 신고 기간을 설정하고 대대적으로 조사와 홍보를 진행했다.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정성환 신부는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이루어진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의 입장에서 현대 종교사회복지의 정체성과 종교사회복지실천원리에 대한 교황 베네딕토 16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한국천주교회주교회의, 2005), 26-31항의 지침에 따라서, 교회의 가장 깊은 본질 중 하나는 사랑의 섬김(Diakonia/Caritas)이다. ‘사랑의 실천은 교회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도 되는 일종의 복지 활동이 아니라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인 표현’이라고 명기한다. 따라서 종교사회복지는 종교의 존재 자체를 나타내는 필수적인 표현 중 하나이기에 종교사회복지시설에서의 종교 행위 자체를 금하는 것은 종교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교사회복지시설이 공공성을 배제하고 특정 종교 시설화하자는 것이 아니기에 합리적인 실천원칙이 필요하다.” 정성환, “종교사회복지와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종교의 자유-종교와 사회복지,” (사)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 2019년 제2차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9년 7월 25일, 6-12.
5 예를 들어 공부방의 경우 2013년 12월 19일에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법정 시설이 되었고 그 명칭이 지역아동센터로 변경되었다.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법제화 이후 급속히 증가하였는데 2004년 전국에 895개소가 법정 시설로 등록되어 운영하기 시작하였는데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4,189개소가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 2,934개소인 70%가 개인이 운영의 주체이고, 법인이 21.6%인 904개소, 일반 단체가 6.9%인 290개소, 지자체가 1.5%인 61개소이다.(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전문대학원 박사과정 ‘교회와 사회복지’ 전공 ‘사회적 목회’ 과목 수강생 이재일의 2020년 4월 13일 자 발제문 “지역아동센터”에서 인용한다.)
6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의 경우 노인복지 영역에 데이케어센터, 시니어클럽, 노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재가노인지원센터, 실버센터 등 48개로 가장 많고, 여성복지에는 미혼모보호시설인 애란원을 중심으로 6개 시설, 장애인복지에는 12개 시설, 영유아복지에는 어린이집 13개, 아동복지에는 지역아동센터 중심의 9개소, 지역사회복지로는 종합사회복지관 중심으로 7개, 가족복지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2개 총 97개소의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지도 감독 및 감사를 통해서 원만한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7 Gerhard Müller(edit), Theologische Realenzyklopaedie, Bd. 31 (Berlin, New York: Walter de Gruyter, 2000), 708.
8 J. 몰트만, 김균진 옮김, 『생명의 영』(대한기독교서회, 1992), 117. 김옥순, 『디아코니아 입문』(한들출판사, 2010), 61-62에서 재인용.
9 김옥순, 위의 책, 83-84.
10 이승열, “개혁교회의 사회봉사적 전통과 영향,”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제11회 전국목회자신학세미나 ‘21세기 목회와 디아코니아’ 자료집, 2003, 78. 디아코니아 영성에 관하여는 다음 논문을 참조하라. 이승열, “경건과 디아코니아,” 혜암신학연구소 엮음, 「신학과 교회」 제15호 (2021년 여름): 203-246.
11 대럴 구더 편저, 정승현 옮김, 『선교적 교회』(주안대학원대학교 출판부, 2013), 26-42.
12 한국일, “에큐메니칼 운동과 선교적 교회,” NCCK 선교포럼 발제, 2019년 10월 17일.
13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엮음, 『마을목회매뉴얼』(총회한국교회연구원, 2017); 정경호·황홍렬·오은석·유재무 공저, 오필승 엮음, 『마을목회신학과 실천』(예장마을만들기네트워크, 2017).
14 황홍렬, “마을만들기 운동과 지역교회들의 에큐메니칼 연대,” 노영상(총회한국교회연구원) 엮음, 『마을교회 마을목회』 총회한국교회연구원 마을목회시리즈 1(한국장로교출판사, 2018), 173. 한국일은 마을목회의 이론적 근거로서 ‘선교적 교회’를 소개하였고, 정재영은 디아코니아의 관점에서 ‘지역사회개발과 마을목회’를 소개하였다. 필자는 ‘샬롬공동체로서의 행복한 마을만들기 운동과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사회적 경제 개념의 사회적 기업을 이용한 마을만들기 운동을 소개하였다. 마을목회와 기독교 사회복지 관련하여 구체적인 자료는 다음 책을 참조하라.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엮음, 『박종삼 교수와 함께 펴낸 마을목회와 지역사회복지』(동연, 2019).
이승열|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디아코니아학으로 박사학위(Dr.Theol.)를 취득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부산장신대, 숭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고, 대치동교회 위임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기독교사회봉사연구소장, 한국교회디아코니아아카데미 원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