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지는 않지만 '면구스럽다' 라는 말이 있다. 낯을 들고 대하기 부끄러움을 이르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최소한 아는 이는 상식적인 대화가 통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말과 언어의 홍수 속에서, 말로 위안을 받기도 하고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즉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음이 네이버 엔진을 빌려 쓰다가 완전 독자적인 길을 걸을 무렵, 네이버에
실망한 많은 네티즌들이 다음으로 대거 이주를 하였다.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강호에서 숨어 지내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카페에서 자웅을 겨루며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우연찮게 '자연인을 꿈꾸 사람들' 이라는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인간극장' 이 인기리에 방영이 되고,
젊은 층들이 방송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얻곤 하던 방송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도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자연인을 꿈꾸는 사람들' 카페의 취지는 문명을 거부해 격오지로 가서 생활을 하는 쪽과
인간 본래의 순수한 면을 찾자 라는 뜻으로 만들어 졌는 데, 의외로 젊은층들 가입이 폭주를 하였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를 한 것이다. 대다수 팍팍한 도시 생활이 힘들고, 적응이 어려우니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다.
카페지기(여성)가 국제결혼을 해 이민을 가는 통에 카페가 쇠락의 길을 걷더니, 지금은 폐쇄가 되고, 그 곳에
같이 하던 회원들 상당수가 비슷한 귀농,귀촌 카페로 유입이 되었다.
카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카페지기가 임시 정모를 제의해 왔다. 당일 몇몇 회원들에게는 공지한
시간보다 일찍 올 것을 권하기에 서둘러 예약된 식당으로 가보니 이미 카페지기를 비롯해 몇몇 회원들이
도착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카페지기는 카페에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부탁하는 취지의 말을 전한다.
다른 회원들이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술 몇잔이 돌아 가고, 누군가 심심한 데, '진실게임'
이나 하잔다. 게임에서 진 팀이 오늘 노래방비 전액을 부담하자는 조건을 걸고 말이다.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환호를 한다. 진실게임이란 원래 몇가지 거짓에 사실을 섞어 말하여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도록 하는 게임이다. 카페지기가 완전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아무리 곤란하고, 어렵고 한 답변도 무조건
'당연하지' 나 '예'로만 답을 해야 하며, 답을 못 하거나 부정을 하면 지는 방식이다.
남녀 3:3에 나머지 한명은 심판을 보기로 하였다.
내가 첫번째 질문자가 되어 카페지기에게 질문을 하였다. 모든 것은 카페지기가 자초를 하였으니 당해 보라며
그냥 돌직구를 날렸다.
"지기님! 양성애자라면서요?"
카페지기 얼굴이 약간 붉어 지더니,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게 "당연하지!"로 답하고 나에게 질문을 한다.
"국자랑님! 동성애자라면서요?" 속으로 강적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저기서 뭐야! 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웃으며 당연하지" 하고 답을 하자,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진달래님! 할아버지 친일파라면서요?" 여회원이 망설임 없이 "당연하지!" 로 답을 하더니 "산적님! 할아버지
한일합방 문서에 도장 찍으셨다면서요?" 라고 받아친다. 산적 닉을 쓰는 남회원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당연하지!" 로 답했다. 졸지에 '동성애자' '양성애자' '친일파' 에 나라 팔아 먹은 조상이 탄생한 것이다.
다시 남자 회원이 질문을 던졌다. "꽃그림자님! 첩으로 들어 가셨다면서요?" 이건 좀 심각했다. 미혼인 여자에게
'첩' '소실부인' 이라니......... 속으로 이러다 모임 파토나고 싸움 나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는 데, 여회원이
실소를 하며 "당연하지"를 와친다. 여러 카페에서 오랜 세월 갖은 악플과 언어 폭력에 쌓이고 쌓인 내공이
보통을 넘어 섰다고 생각했다. 다시 남자 회원의 질문 차례다. "청실홍실님! 대변 보고 밑을 안 닦는 것이 일상
이라면서요?" 여기 저기서 키득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여회원이 폭탄급 질문을 던졌다.
"낭만자객님! 고자라면서요?" 나는 그동안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터트리고,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나왔다.
이때 문이 열리며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 오기 시작했고, "뭐가 그리 좋은지 같이 좀 웃잔다."
결국 노래방비는 먼저 온 일곱명이 부담을 하기로 하였다.
온라인상에서 이런 식이면 활정, 강퇴는 물론이고 고소 당하기 쉽다. 오랜 기간동안 카페 생활을 같이 해도
온라인에서는 의미 전달에 한계가 있어 오해를 하고 싸움이 일어 나기 마련이다.
두서없이 이런 글을 쓰는 나라고 말로서 다른이에게 상처를 왜 안주었겠나! 그러나 이제는 그런 열정, 열의도
없다. 오프건 온라인이건 싸움도 힘이 뻗쳐야 하는 건 아닌가!. 나이값 하고 살기도 바쁘다.
말에는 씨앗이 있고, 글에는 얼굴이 있으며 고운글, 나쁜글 모두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이라는 거
참 다스리기 어렵운 면이 많다.
첫댓글 그렇지요
마음 하나만 잘 다스릴수 있어도
언제나 천국이겠죠
분명히 내 마음인데ᆢ
그게 내 말을 듣지않으니 이런저런
힘듬과 갈등들이 생기는거고ㆍ
아주 핵폭탄급 언어의 대가들이 모인
자리였군요
저도 자연인으로 살고 싶어서 그 프로를
즐겨보다가 요즘은 시들해졌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국자랑님^^
사찰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반야심경을 독송하지만, 그 마음 다스리기가
어렵긴 하지요. 괜한 일에 욱하고 발끈하고, 그냥 누가 뭐라하면 공산에
달이 뜨니 개짖는 소리 요란 하도다, 하며 비웃어 주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하는 데...............
그냥 뭐 어렵지요. ㅎㅎ
당시 모인분들이 자칭 타칭으로 한 글빨 한다는 분들이셨는 데, 다른 글 창작을
잘하면 그런 분들이 욕설도 창작을 해 무섭게 터트리지요. 안해서 그렇지..ㅋㅋ
@국자랑 공산에 달이 뜨니 개짖는 소리 요란하도다
어우야~~덕분에 많은것을 배우네요
감사해요^^
맞는 말씀에1표
조심 하겠습니다
리오님! 안녕하세요!
발걸음 반갑습니다.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하룻길 열어 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니바라기님!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지기도 하니 말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데, 사람인지라......ㅎㅎ
발걸음 지극히 반갑습니다.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하루 되십시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안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저도 갔다가 다시 온 지라 전혀 낮설지 않고요
낮선 풍경도 아닙니다.다만 이제는 지는 게 이기는 것임을 배웠고, 오프건 온라인이건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는 방법을 알았으니까요. 하루를 참으면 백날이 편하다는 것에
실감도 했고요.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예전에 떠들고 다니던 옛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다툼이 잦으면 자식들이 외롭다고 했고, 자식들이 우애가 없으면
부모가 번뇌가 많아 진다고 했습니다.
카페에서도 횐님들끼리 논쟁이 잦으면 운영자분들이 더 서글픈 마음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냥 저는 저답게 새삥님은 새삥님답게 쭈우욱 걸어 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ㅋㅋㅋ........
글을 읽으며
조마조마 혔어유...ㅎ
오늘도 행복이 가득한날 되세요 ~^^
약산님! 안녕하세요.
산삼은 잘 드시고 계시지요.ㅎㅎ
아 조마조마 하셨군요. 큰 싸움으로 번질까봐....ㅎㅎㅎ 경지를 넘어 선 분들의
언어전쟁은 그냥 초딩들 말장난 같이 들리는 경우도 있지요.
발걸음 반가웁고 감사드립니다. 즐겁고 평안하신 하루 되십시요.
워~~~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심한 말도
'당연 하지로 받아치는 내공이
대단 하고도 대단 합니다
물론 게임 이니 가능 하겠지요
친일파에 합방 문서에
첩실 까지 ~
후덜덜 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놀부짱님! 안녕하세요.
아침에 다녀 가셨는 데, 이제야 답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여기 저기 바쁘게 돌아 다니느라....ㅎㅎ
평소 카페나 창에서 신뢰를 쌓고, 믿음이 가니 오프에서도
그냥 가능하였나 봅니다. 발걸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