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오화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키가 150센티가 될까 말까하게 작은 나는 오기로 똘똘 뭉쳐있었고 지는 것을 싫어하는 악바리 근성의 소유자였다. 이런 내가 큰 키에 순하지만 약간은 짓궂은 남편을 만나 살다보니 웃지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가족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멀쩡하게 서있는 나늘 보고 "여보, 당신도 일어서지 그래." 하며 놀려먹고,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산에 놀러간다면 "아이구, 도토리들 왔다고 다람쥐들이 반기겠네."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세상만사는 돌고돈다는 말이 있다. 그 무렵 TV에 등소평 중국주석이 자주 등장하자 나는 대 반격에 나섰다. "저것 좀 보라구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자는 키큰 멀대들이 아니라 키작은웅들이라니까. 중국에 10수억의 인구가 있으면 뭐해.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은 키가 컸나!" 나는 '키작은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고 으스대기까지 했다.
ⓑ그때는 시절이 좋아 새로 개발된 택지지구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매일 아침 농로를 지나 앞산까지 산책을 했다. ⓒ그 농로 한쪽은 나지막하게 자란 벼가 차랑차랑하게 여물어있는데 다른 한쪽은 웃자라서 어지럽게 쓰러져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 저것 좀 보라고 소리치고는 앞으로는 식물 뿐아니라 인간도 키작은 쪽으로 육종할지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겉으론 이렇게 큰소리 쳐댔지만 실제로 살림을 하다보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커튼을 달거나 떼고 높은 곳의 물건을 올리고 내리는 등 키큰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체 큰소리를 뻥뻥 쳐댔으니 부탁할수도 없었다. 보나마나 남편은 "아이구, 키작은 우리 영웅께서 뭐 못하는 일이라도 있으신가?"하고 놀릴게 뻔해서 말이다. 나는 의자 위에 백과사전을 몇권 장착해놓고 모든 일을 해결했다.
ⓓ그러나 세월은 내 편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어 키작은 사람은 '루저'가 되고 사방에 키큰 지도자가 등장하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 그러다 옷장에 옷을 걸다가 백과사전과 함께 굴러떨어져 꼬리뼈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고 상당기간 고생해야만 했다. ⓔ그후로 나는 꼬리를 내리고 힘든 일은 "여보, 키가 작아서 안 되는데 당신이 좀 해줘요."하면 남편은 만면에 희색을 띄고 득달같이 달려온다. 바야흐로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쓸모가 없어진 백과사전을 버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진즉에 내려놓았더라면 그런 고생은 안했을텐데ⓕ... 후회 막급이었다. 남들은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는데 나는 쓸데없이 끌어안고 있는,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었다. 알량한 자존심, 허황된 욕심, 우기고 보는 옹고집,발끈하는 성질머리,은근슬쩍하는 뒷담화, 쓸데없는 참견, 아는체하기, 내가 내려놓고 비우고 버려야할것들의 리스트는 수도없이 많았다.
그날도 나는 오월 훈풍이 코끝을 간질이는 창가에 앉아 내려놓아야만 하는 악습의 list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이 시청하고 있는 TV에서 원 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가슴을 쳤다. "아이구, 지난번에 달러를 좀 많이 샀으면 돈을 버는건데." 남편은 도끼눈을 뜨고 나를 흘겨보며 혀를찼다. "다 내려놓았다더니 말짱 도루묵이네. 잔뜩 붙들고 있으면 무거워서 천당에 못 올라간데이!" 나도 맞받아 소리쳤다. "오호 통재라, 가련한 중생인지고.“
<부분평>
ⓐ 서두가 적절합니다: 쉬운 말이면서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문장입니다.
ⓑ 문장의 리듬을 주기 위해 끊어서 적고 비문은 생략하면 좋겠습니다.
새로 개발된 택지지구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 때 였다. 매일 아침 농로 를 지나 앞산까지 산책을 했다.
ⓒ그 농로: 지시대명사 “그”는 생략해도 된다.
바로 앞 문장에 농로를 지나 앞산까지 산책을 했다. 라는 문장이 언급 되었 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정리하여 탄력적으로 바꿔 보면 좋겠습니다.
- “그러나”를 빼도 될 듯. 내용을 인지할 수 있다면 가급적 접속사를 자제할 것. 글의 탄력성을 위함.
- “세월은 내 편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어 키 작은 사람이 ‘루저’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사방에 키 큰 지도자가 등장했고 나는 점점 나이가 들었 다.”
ⓔ형상화 (비유)를 위한 문장 정리
“그후로 나는 꼬리를 내리고” 를 “
그후로 나는 꼬리를 내렸다.” 로 종결 시킨다면 주제를 더 부각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말줄임표의 바른사용: 원래는 점을 6개 찍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개도 통용되며 인정합니다.
그러나 말줄임표의 문장이 끝난다면 마침표를 포함하여 7개 또는 4개를 찍 습니다.
ⓖ 영 단어 사용 고려: 특별한 고유 명사, 명언, 등 글의 성격상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한글 외래어 적으시면 됩니다.
<총평>
- 바른 문단 구성을 위해 위의 내용처럼 문단을 조정했습니다.
문단 정리는 독자들의 가독성을 도와주는 기본입니다.
- 전달하려는 의미가 선명합니다
- 세상의 흐름을 읽는 방법은 자신의 가까운 일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글입니다
- 메시지 전개 방법이 물 흐르듯 하여 글속에 빠져들게 하는 작법이 좋습니 다
- 흔하고 가벼운 유머 속에 작자 삶의 철학을 느끼게 합니다
- 반전의 스토리를 배열하므로 글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보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