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북한을 국빈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은 19일 다음 방문지인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공동성명(북한 식으로는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17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김 위원장과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는 문재인 전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회담 후 기자단 앞에 나란히 서서 각자 회담 내용을 설명한 방식과 유사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그러나 과거 경험으로 볼 때, 푸틴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수행기자들에게는 방문 성과를 설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찾은 지난 2000년,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2018년 문재인-김정은 회담 후 기자단 앞에서 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김 위원장/연합뉴스TV 영상 캡처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러시아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야쿠츠크를 거쳐 18일 저녁 늦게 평양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공식 환영식과 단독및 확대 정상회담, 콘서트, 만찬, 공관 산책, 해방기념비 헌화 등 빡빡한 방북 일정이 예정돼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풍부하면서도 바쁜 방문 프로그램이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19일 오후 베트남에 도착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18일 저녁에 공식 환영행사와 만찬, 갈라 콘서트 등이 열리고, 이튿날 평양을 떠나기 전까지 단독및 확대 정상회담, 공관 산책 등 공개및 비공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은 양국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 체결이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은 안보 문제를 포함한 각 부문 협력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이 협정은 기존의 북러 간 체결 문서들(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2000년 '우호·선린·협조 조약', 2000년과 2001년 북러 선언 등)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연히 국제법의 모든 기본 원칙을 따르고 어떠한 도발적 성격도 없으며 어느 국가를 직접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또 경제와 에너지, 교통,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 이를 위해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를 비롯해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크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이 푸틴 대통령을 수행한다.
특히 "단독 비공식 정상회담에서는 수행원 중 특정 인원들이 포함되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이라고 우샤코프 보좌관은 설명했다.
24년 만에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우리에게 2019년 3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만남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로 여겨진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 소통관은 17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놀랐다"면서 "우리는 매우 면밀하게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심화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전쟁)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줄 특정한 '주고 받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는 장면/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김정은 민남은 이번이 세번째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고,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9개월 만의 답방 형식을 갖춘 것이기도 하다. 또 북한에 외국 정상이 방문하는 것은 북한이 2020년 코로나(COVID 19) 사태로 국경을 폐쇄한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지난달 집권 5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중국(5월 16∼17일), 벨라루스(5월23∼24일), 우즈베키스탄(5월 26∼28일)에 이어 네 번째 해외 방문지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이 북한 방문에 나선 것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양국간의 협력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작전에 필요한 각종 무기들을 지원한 것으로 서방 측은 보고 있다.
'특정 수행원들과 함께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두 정상의 비공개 단독 회담에서 양측의 군사협력 수준이 어느 정도로 격상될 지가 관심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인공위성 기술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또 러시아(소련)와 북한은 1961년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했으나, 한러 수교를 계기로 이 조항을 1996년 폐기한 바 있는데, 이를 되살릴 지 여부도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과 관련, 우샤코프 보좌관은 "정오께 공식 환영식이 열리고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서명된 문서를 교환하고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베트남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원칙을 확정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약 20개의 문서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